#1.

얼마 전 L.A.의 웨스틴 호텔에서 미주한인 예수교장로회(KAPC) 총회가 개최되었다. 약 350여명의 총대(총회대표)들이 참석했다. 한데 회의장 입장때부터 소란이 시작되었다. 주최측이 호텔 경비원에게 등록명찰을 달지않은 사람은 입장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입장을 제지당한 사람들이 소리지르고 욕설을하며 주최측을 향해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개회예배와 성찬식은 거룩하게(?) 진행되었으나, 총대 명단 호명 때부터 격렬한 소란이 시작되었다. 호명에서 빠진(정통파라고 주장하는 어떤 노회원들) 약 30여명은 단상을 점거하고 총회 무효를 주장했다. 회의장은 일순간에에 서로 고성, 욕설이 난무하고 쌍방간에 몸싸움이 시작었되다. 호텔 경비원측에서 경찰에 연락하여 약 10여명의 경찰이 출동하였다. 그런데 경찰이 단상에 올라가 눈을 부릅뜨고 경계를 서고, 언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회의장의 목사님들, 장로님들은 고성을 지르고 서로 삿대질하며 욕설을 하고 몸싸움의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드디어 출동한 경찰들은 총대원 전원에게 퇴장명령을 내렸다. 총회는 1시간여만에 무산되고 말았다. 최근에 개최된 미주연회에서도 소란과 난동이 있었다는 보도가 당당뉴스에 실린것을 보았다.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기독교 각교단 회의에서 왜 때때로 이와같은 분란과 싸움이 일어나는 것일까? 서로 ‘공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파벌싸움’이다.

#2.

'J 교회’라는 ‘개체교회 분쟁’ 케이스도 있다. 미주에서는 ‘중형’교회이다. 그 교회는 ‘목사 반대파’와 ‘목사 지지파’ 사이에 서로 파당이 되어 싸웠다. 교회내 각종회의가 모일 때마다 양파 간에 계속 의견충돌 및 싸움이 계속되었으며 어떤때는 욕설, 몸싸움도 벌어졌다. 반대파들에 의해 소위 ‘목사의 비리’ 고발(대체로 과장 및 조작된 것들이다) ‘블랙메일’이 각교인들, 언론매체에 배부되기도 하고, 상회(上會)의 장(長)에게 담임목사를 해임시키라는 편지도 보내졌다. 그리고 교회 분쟁의 최종단계인 ‘법정’ 싸움이 벌어진후, ‘J교회’는 드디어 둘로 갈라졌다.

싸우는 동안 많은 교인들이 떠나가고, 결국 갈라져 나간 교회는 그후 문을 닫고 말았다. 남아 있던 교회도 교인수가 기 십명으로 줄어들어 자립이 어려운 형편으로 추락하였다.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할 교회가 왜 서로 물고뜯고, 싸우며, 그래서 사람들에게 비난거리가 되고 있는가? 서로 내가 옳다며, 사탄의 세력을 교회에서 몰아낸다고 악을 쓰며 싸우지만 사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 ‘파당’을 만들어 상대쪽을 공격하는 ‘파당싸움’이다.

#3. 갈등과 분쟁은 인간 사회에서 보편적인 현상인가?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두세사람 이상이 모이면 어떤 집단이나 단체를 구성한다. 그리고 그 집단이나 단체 내에서는 때때로 갈등과 분쟁이 있게도 된다.

그래서 갈등 문제 연구가인 촬스 H. 코스그로브는 ‘Church Conflict' 라는 책에서, ‘인간 공동체내에서 갈등은 자연스런 것이며 보편적 현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인간 관계에서 ‘나의 요구’와 ‘상대방의 필요’가 충돌할 때 생기는것이 대부분이다. 코스그로브 박사는 가장 단순한 예로, ‘상위에 사과가 한 개만 있는데, 먹을 사람이 많을 때 누가 먼저 그 사과를 차지하느냐’ 같은데서 갈등과 분쟁은 시작된다고 말한다.

유명한 ‘I and Thou’ 의 저자, 마틴 부버는, ‘태초에 관계가 있었느니라’ (In the beginning, relation is) 라는 말을 했는데 공동체내의 서로의 어떤 ‘관계’속에서 ‘갈등과 분쟁이 유발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 상호의 ’관계 조정‘이 중요한 것이다.

#4.

교회 역사에서, 처음부터 ‘갈등’은 있었으며, 교회 역사는 다른 면에서 보면, 갈등과 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초의 공동체 내 갈등은 초기교회에서, 주류파인 ‘유대계’ 크리스쳔들과 비주류라고 할수 있는 ‘헬라파’교인들 사이에서 ‘구제문제'로 발생했었다.(행 6:1) 그렇지만 그당시 교회의 대표라고 할수 있는 베드로의 현명한 리더쉽 구현으로 이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행 15: 36-41에 보면 바울과 바나바 사이에 ‘마가’ 문제로 심히 다투었다(39절)는 기사가 있는데, 이것은 ‘선교‘문제라기보다 ‘인간관계‘문제로 서로 다툰것이다.

나중에 바울이 디모데에게 ‘마가를 데라고 오라’라고 한것을 보면(딤후 4:11), 바울의 용서로 ‘화해’가 되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교회 내의 갈등과 분쟁은, 초기에 속히 해결해야 한다. 그냥 방치해 두면 ‘눈사람을 굴리면 자꾸 커지듯이’ 계속 커지고 복잡하게 확대되어, 나중에는 공동체가 파괴될수 있는 데까지 가게 된다.

#5. 단순한 ‘그룹’ 혹은 파(派)의 경쟁, 대립과, ‘파벌주의’ 및 ‘파당싸움’

인간이 모인 모든 사회, 단체, 조직에는 ‘그룹’이나 ‘파’(party)가 있게 마련이다. 서로 취미가 같거나, 생각이나 지향하는 목표가 같거나 사상, 이념이 같은 사람끼리 서로 모여 그룹이 되거나 어떤 ‘파’를 형성하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런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룹끼리 공동체 내에서 서로 대립하여 경쟁도 하고 견제도 하면서 상호 건전하게 성장해 나가면 그것은 공동체 발전에 큰 유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파벌주의’(factionalism) 및 ‘파당싸움’은 공동체에 해를 끼치며 파괴시키는 ‘독소’와 같은 것이다. ‘파벌주의’란 공동체에 해가 되고 공동체를 파괴시키는 요소일지라도, 자기 ‘파벌’에 유익이 된다면 그것을 위해 싸우는 것을 말한다.

한국역사에서 대표적인 한 예를 든다면, 일본의 조선 침략 여부의 정보를 얻기 위해 일본에 사신사로 갔던 김성일과 황윤길의 케이스이다. 그때는 ‘서인’파와 ‘동인’파가 서로 파벌싸움을 하던 때이다. ‘서인’에 속한 황윤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보고,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해본결과 일본의 조선 침략 계획을 기정사실로 판단하여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이것을 본 ‘동인’의 김성일은 ‘침략은 없을 것이다. 전쟁은 없을 것이다’라는 정 반대의 보고를 했다. 기록에 보면 김성일은 똑똑하고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도 일본의 침략 징후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파 쪽에서 ‘전쟁’을 주장하니, 김성일은 그 반대로 ‘평화’를 얘기한 것이다. 국가가 망하건 말건, 민족이 도탄에 빠지건 말건, 상대 쪽의 주장을 무조건 반대한 것이다. 이것이 ‘파벌주의’ ‘파당싸움’이다.

한국의 교단이나 개교회들이 왜 싸움과 분란이 많은가? (교인들도, 목사들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바로 한국인들의 심성 속에 옛날부터 내려오는 ‘사색당쟁’의 ‘파벌주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사색 당파도 학연, 지연, 주류 비주류, 훈구파 신진 개혁파 등의 상호 이해관계로 파벌이 형성된 것이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은 (교인이나 목사도 마찬가지로) 학연, 지연, 기득권파, 신진파 등, 등으로 서로 파벌을 형성하여, 공동체가 상처를 받고. 파괴되던지 말든지, 기를 쓰며 싸우고 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교회가 사회를 걱정했었는데 오늘날에는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공동체를 망하게 하는 ‘파벌주의’를 과감히 십자가 앞에 나와 함께 못 박아 버리거나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가 살고, 내 그룹도, 나도 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