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설교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5장부터 7장까지를 대개 ‘산상설교(山上說敎)’라고 하거나 ‘산상수훈(山上垂訓)’이라고 합니다. 산위에서의 설교 또는 산위에서 베푸신 교훈이라는 뜻이지요. 이들 표현과는 약간 다르게 ‘산상보훈(山上寶訓)’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산위에서의 보배로운 훈계의 말씀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마5장~7장까지의 내용을 이와 같은 제목으로 나타내는 것은 성서의 본문에 기록되어 있는 어휘를 그대로 사용해서 나타낸 표현이 아닙니다. 5:1~2와 8:1을 근거하여 내용이 산위에서 행해졌다는 표현에 기반을 두고 붙인 제목입니다.


산상설교 본문은 잘 짜여진 후대의 기록문학

이 산상설교의 구도를 가만히 살펴보면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 마태복음 저자가 처음에는 그 내용을 속기로 받아서 썼다가 나중에 시간 있을 때 그것을 풀어서 현재의 모습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보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 본문은 예수께서 산에 올라 말씀하실 때 그 말씀을 들으면서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나아가 제자들이 말씀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지금의 형태로 쓴 것이라고 보기도 매우 힘듭니다.

그것은 마태복음 저자가 예수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세리마태였을 것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왜냐하면 문장들이 논리적으로 잘 배열되어 있을 뿐만이 아니라 내용들이 문학적으로 치밀하게 짜인 구조 속에 들어 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태복음 전체에 나타나는 상황적 분위기만 생각해 보더라도 세리마태가 마태복음의 저자일 것으로 보는 견해는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신약학계에서는 마태복음이 마가복음을 참고하여 현재의 마태복음 본문을 형성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마태복음 본문은 예수 이후 마태복음 저자의 시대에 마태복음 저자가 이미 기록되어 있거나 유포되고 있던 예수의 말씀을 모으고 정리하면서 필요하면 적절하게 말을 고치는 수정작업을 하기도 하여 현재형태의 본문을 만들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기록된 문서를 활용했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따라서 마태복음에 기록된 내용은 마태복음 저자의 순수 문학적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예수의 말씀과 교훈과 행적이 아니라 이미 저자의 앞 세대 때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마태복음 저자가 입수하여 자신의 교회 공동체의 눈높이에 맞춰서 기록한 복음서라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말씀 자체는 말씀이 담고 있는 생명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관점인 겁니다.

특히 마가복음이 상대하는 독자들과 마가복음을 저술한 저자가 직면했던 상황이 마태복음 교회공동체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마태복음 저자가 마가복음을 참고하여 현재의 본문을 기록할 때 마가복음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베끼기만 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보는 견해는 매우 타당합니다.

독자들의 수준과 삶의 정도, 그리스도인들의 상황과 처지 등에 맞춰 그에 맞게 내용과 표현을 조절하기도 했을 것이고 필요 없는 내용은 빼기도 했을 것이며 나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마가복음에는 없는 내용을 다른 곳에서 찾아 사용하기도 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현재모습의 마태복음 본문은 마태복음 저자에게 주어진 독특한 창조적 재능이 문학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생긴 열매라고 보아야 합니다.


복음서 저자들의 독창적인 저술활동

이런 시각은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을 비교해 보면 마태복음이 마가복음을 적절하게 고치면서 때로는 확대하기도 했고 때로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빼기도 했음을 볼 수 있는 부분에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 중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산상설교라고 부르는 내용이 마가복음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누가복음에는 마태복음의 산상설교 내용과 비슷한 말씀이 ‘평지설교(平地說敎)’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는 형태로 나와 있습니다(눅6:20~49). 그렇지만 두 복음서의 내용이 서로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지 둘의 모습이 완전히 똑같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마태복음에 기록된 5장~7장을 누가복음 6:20~49와 비교해 보면 무엇보다도 양에서 차이가 남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용의 순서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내용들이 나타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마가복음에는 없지만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내용을 ‘예수의 말씀자료’라고 하여 이것을 ‘Q자료’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마가복음 저자 자신도 마가복음을 기록할 때 자신의 순순 상상력을 통해 만든 내용을 예수의 말씀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시합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을 비교해 볼 때 ‘내용이 같다’고 여겨지는 부분 중에서 눈에 뜨이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두 설교는 똑같이 축복을 선언하는 말씀으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두 설교 모두 반석 위에 지은 집 비유로 마무리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 복음서가 전하는 설교의 처음과 끝이 같게 나타나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교의 처음과 끝의 내용이 서로 같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장에 나타나는 표현들이 다르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누가복음은 ‘너희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원수사랑에 대한 가르침과 심판금지의 말씀 등 몇 가지 공통적인 내용이 동일한 순서로 배열되고 있음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마태복음의 내용과 누가복음의 모든 말씀들의 내용이 같은 순서대로 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서로 차이가 나는 내용이 들어가 있음도 발견됩니다. 그 중의 한 예가 누가복음은 마태복음에 없는 저주선언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태복음은 저주선언을 기록하고 있지 않은데 누가복음은 축복선언과 저주선언을 같이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마태복음의 설교와 누가복음의 설교 앞뒤를 장식하는 처음의 시작말과 나중의 끝말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 본문 따로, 누가복음 본문 따로?: 의도적 차이점

마태복음은 ‘예수께서 산에 올라가 앉으셨다’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5:1). 그리고 말씀을 마치시고 산에서 내려 오셨다고 하여 산상설교가 끝났음을 말합니다(8:1). 이에 반해 누가복음의 경우에는 예수께서 산으로 올라가셨다는 표현도 없고 내려오셨다는 표현도 없습니다. 그래서 누가복음의 본문을 ‘평지설교’라고 부릅니다.

성경에 대한 믿음이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분들의 경우 이와 같은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예수께서는 산 위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셨고 평지에서도 가르치셨다고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할 경우 그것은 예수께서는 적어도 네 번 죽으시고 네 번 부활하셨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입장이 되고 맙니다. 예수께서 죽으셨다가 다시 사셨다는 핵심내용만 빼고 다른 내용들은 복음서들마다 제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차이나는 모든 사본들도 저마다 다 영감을 받았다면?

그러면 복음서들마다 그 내용이 완전히 같지 않은데 사본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지금까지 많은 양의 사본들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리적이며 호교론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용상 필사자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판단될 만한 이렇다 할 변개가 없습니다. 그래서 필사자의 교리적, 혹은 호교론적인 의도와 교회공동체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을 교육하는 차원에서 수정된 몇 경우를 제외하면 ‘원본은 매우 충실하게 필사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성서 정경화 작업을 하는 데에 불을 지폈던 마르시온은 초대교회에서 이단규정을 받았는데 그들도 이미 기록되어 있는 본문의 내용을 그들의 목적에 맞춰 의도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분노의 하나님은 진정한 하나님이 아니라고 보아 진노하시는 야웨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구약을 완전히 배제하고 진정한 바울의 서신들로 판단되는 책들만을 성서로 받아들이는 ‘편협성’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로마서와 같은 경우 현재의 16장 내용 중에서 구약이 인용된 15장 이후를 뺀 나머지 부분인 14장까지만 그들의 ‘믿음과 삶의 표준’이 되는 성경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견된 로마서의 모든 사본들이 현재의 16장까지의 내용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15장과 16장도 바울이 기록한 진정한 서신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현재의 성경만이 정경이어야 하는 이유는?: 정경의 기준

이 지점에 이르면 또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에 근거하여 그 본문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정의하는가’라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초대교회에서 정경화 작업을 할 때 무엇을 ‘말씀의 기준’으로 삼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대교회가 여러 다양한 본문들 중에 현재의 본문들만 선택하여 “진정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규정한 것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 기준에서 벗어나면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보기가 어렵겠다고 보아 정경의 범주 에서 제외시켰다는 뜻이 됩니다.


[1]정경기준 1: 생명을 주는 구원의 말씀인가?

정경화 작업을 할 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기준으로 제시된 것은 ‘그 본문이 고난의 삶을 이길 수 있는 생명력을 주는가?’의 문제였습니다. 구원이 무엇이냐의 문제와 연관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에 의하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 넣으시므로 살아있는 존재가 되게 하셨습니다(창2:7). 요한복음에 의하면 본문의 저술 목적은 ‘그리스도를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함(요20:31)’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문을 통해 죄와 죽음에 노출되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존재가 ‘하나님이 선물하시는 생명을 얻게 하신다’고 판단되는 말씀이라면 그 내용을 기록한 본문은 인간존재에게 하나님의 생기를 넣어 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분류되었습니다(말씀이 갖는 생명성, 혹은 하나님의 구원성).

[2]정경의 기준 2: 얼마나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한편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존재만을 대상으로 구원의 은총을 말씀하는 것이 아니라 피조물도 구원의 대상으로 삼습니다(롬8:19~21). 그렇기 때문에 피조물을 포함하여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서, 혹은 예배 중에 읽히고 선포될 때에 그 말씀이 ‘생명의 말씀’인지의 여부를 통해 정경으로 삼을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였습니다.

어떤 본문이 아무리 생명력을 가져다주는 말씀이라고 판단될지라도 그 본문이 극히 일부의 사람들, 혹은 극히 일부의 지역에서만 통용된 본문이라면 그것은 모든 인간존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정의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성서 정경화 작업이 이루어질 즈음에 어느 본문이 가장 보편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었는지를 보아 정경의 범주에 넣느냐 마느냐를 결정하였습니다(말씀의 보편성).


[3]정경의 기준 3: 본문을 쓴 저자가 누구인가?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영감을 직통으로 받았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의 저술이어야 권위가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말씀 저자의 사도성). 아무리 널리 읽히는 본문이라고 할지라도 그 저자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생명의 말씀으로 기록한 본문인지에 대해 의심이 간다면 성서 정경화 범위에 들 수 없었습니다.


[4]정경의 기준 4: 본문이 과연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되었는가?

이 외에의 기준들 중에서 중요한 기준을 한 가지만 더 든다면 ‘이 본문이 과연 인간존재를 위한 하나님의 말씀인가’와 관련된 ‘영감성’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영감성의 문제는 ‘사도성’의 문제와 결부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을 주시는 말씀’이므로 생명의 말씀을 위해 “헌신한 사도”에 의해 기록되어야 권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문의 영감성은 사도성과 연결되어 해결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을 정경에 포함시킬 것인지의 논쟁이 있었던 경우가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실례가 됩니다. 교회사를 통해 요한계시록은 사도성과 영감성에 상당히 문제가 있는 책으로 여겨졌었습니다. 하지만 본문을 기록한 저자 못지않게 ‘말씀을 사모하는 열정’과 본문을 대하는 후대 교회 지도자들의 ‘재림주에 대한 기대와 그 열정’ 및 본문 해석에 관한 해석자의 영감성 등이 성서 정경화 작업에 기능하여 마침내 요한계시록을 정경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초대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경우

이런 기준에 의거하여 볼 때 초대교회 때에 이단으로 규정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하여 자신들의 기록을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한 참 말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별로 소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들의 글을 영감받은 글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이미 기록되어 있는 본문에 관한 사도적 권위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본문을 기록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본문을 취사선택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19세기 이후에 자신이 영감받아 기록한 글이 현시대의 인간존재를 위한 진정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봇물을 이루듯 출현하였습니다. 그들은 현재 정경으로 제한된 본문 외에 다른 것들을 더하면서 하나님의 계속적인 영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요한계시록 저자는 이미 2,000년 전에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단정적으로 금하였습니다(계22:19).

물론 요한계시록만 본다면 요한계시록에 나타나는 표현이므로 이 표현은 요한계시록의 내용을 임의로 다루지 말라는 경고성의 말씀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서 정경화 작업이 끝난 이후 1,500년을 넘게 현재의 성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요한계시록의 이 말씀은 ‘죄와 질병과 죽음의 그늘 아래에 있는 인간존재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어 주는 말씀은 현재의 이 성서뿐’임을 선언적으로 한계를 짓는 고백으로 받게 됩니다.


마태복음의 “산”과 그 안에 들어 있는 강조점

성서에 대한 이와 같은 관점에 기초하여 누가복음과는 다른 입장과 신학적 관점을 갖고 기록한 마태복음의 산상설교의 많은 내용들 중 특별히 ‘산’과 관련된 5:1(8:1)의 말씀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예수께서 산에 오르셨습니다(1절). 그러나 산에 오르신 예수께 나아온 사람들은 제자들입니다. 예수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4:25) 모두 다 산에 오르신 예수께 나아온 것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1절).

그러면 예수께서 수많은 사람들을 보시고 ‘산’에 오르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마태복음은 왜 누가복음과는 달리(눅6:17이하 참조) ‘산’에 올라가 앉아서 제자들을 가르치셨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마태복음은 ‘산’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이 ‘산’을 이야기하면 매우 특별한 사건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에게 있어서 산은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특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의 유별난 ‘산’ 사랑

마태복음은 먼저 예수의 정체를 확인하는 과정을 소개할 때 산을 등장시켰습니다. 그 산은 ‘시험’의 장소로 나타났습니다(4:8). 하지만 예수께서 시험받았다는 그 산이 팔레스틴의 어느 산인지 산의 이름이 기록되지를 않아서 확실하게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예수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셨으니 팔레스틴의 어느 광야와 가까운 어떤 산이려니 할 뿐입니다.

예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급식이적 사건을 행하신 후에 제자들을 먼저 보내시고 따로 기도하러 가신 곳도 산입니다(14:23). 가나안 여자의 귀신들린 딸을 치유하신 후에 갈릴리 호숫가에 오셔서 올라가신 곳도 역시 산입니다(15:29). 갈릴리 호숫가 주변에 있는 산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어느 산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 외에 또 어떤 산인지는 모르지만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오르신 예수께서는 어느 산에서 변화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17:1). 이를 두고 그 산을 ‘변화산’이라고 부르는데 그 산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그 장소를 정확히 말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태복음이 산을 중시하는 것은 틀림없는데 산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갈릴리에 가서 제자들을 만나 그들에게 사명을 맡기시고 갈릴리의 어떤 산에서 승천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갈릴리의 어떤 산인지 그 산의 이름도 정확히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예수의 열한 제자가 갈릴리에 가서 ‘예수께서 명하신 산에 이르렀다(28:16)’고 되어 있을 뿐입니다.

사도행전에는 예수께서 감람원이라는 산에서 승천하신 것으로 나타납니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동일저자로 볼 때 누가복음에 기록된 ‘베다니 앞까지 나가사(눅24:50)’에서 베다니는 감람원이라는 산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 산은 예루살렘에서 가깝다고 되어 있어 있습니다(행1:12). 그렇다면 예수께서는 예루살렘 근방에서 승천하셨다는 뜻이 됩니다(눅24:52 참조). 그런데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분명히 갈릴리에서 승천하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마28:16~20).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예수께서 승천하신 산이 갈릴리의 어느 산인지 그 위치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말하게 됩니다. 다만 마태복음이 ‘산’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 본문에 기록된 ‘산’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산들인지와 그 산들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쉽게 알 수는 없으나 산이 언급될 때마다 산을 통해 특별한 의도를 나타내기 위하여 특수기능을 하는 장소로 선정하여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이 강조하는 ‘산을 통한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 밝히기’

마태복음이 산과 예수를 말할 때 구약의 모세가 산 위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모습이 연상됩니다. 마태복음은 유대지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약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산과 예수를 연관시켜 문학적으로 묘사할 때마다 그 내용을 대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모세의 모습이 생각나게 된다는 것을 전제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태복음은 예수를 모세와 동급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약속된 메시아인 하나님의 아들로 나타내기 때문에 모세는 예수와 비교될 수 없습니다.

구약에 의하면 모세는 시내산(호렙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습니다(출24:12).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을 주신 겁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을 주셨습니다. 산에서 주셨습니다. 모세가 산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받은 것처럼 예수의 제자들은 산에서 예수께서 주시는 말씀을 받았습니다.


나와 당신의 주, 예수 그리스도는 곧 하나님!

그러므로 마태복음에 의하면, 마태복음이 대놓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예수 그리스는 곧 하나님’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면 예수의 말씀을 받은 그의 제자들은 모두 모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되는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곧 하나님’이라는 등식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마태복음은 아직 그런 표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대인들이 교리문제를 들먹거리면서 마태복음 교회공동체를 향해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 수 있을 만한 시빗거리를 전혀 남기지 않은 것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약의 모세와 같은 위대한 존재에 버금가는 인물들이 신약에 나타나는 예수의 열두 제자들이라는 암시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결국 마태복음 저자에 의하여 예수는 모세를 대치하는 인물이 아니라 예수의 제자들이 모세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나타나도록 조치된 것이지요.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구약의 하나님처럼 산에서 말씀을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모세를 대치하는 인물이라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마태복음과 상황이 아주 다른 요한복음은 도마의 입을 통해 ‘예수, 그 분은 곧 하나님’이라는 입장을 적나라하게 세상을 향해 대놓고 노골적으로 표명합니다(20:28). 따라서 복음서 저자들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십니다!

이와 같은 표현들에 근거하여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이후를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삼위일체라는 수학적 공식과 같은 교리를 만들어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해 신앙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삼위일체 신앙고백은 교회사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그 뿌리는 이처럼 성서본문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 본문은 예수의 정체를 하나님으로 파악한 성서저자들의 신앙고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말씀’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복음서 저자들의 믿음에 의한 수고를 통해 ‘묻혀진 하나님’의 정체가 어떻게 점점 더 밝게 드러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생명을 주시는 구원의 말씀’을 전하면서 그 말씀 속에 담겨 있는 ‘무한한 하나님 은혜’를 전해야 할 영적 사명이 있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죄와 죽음이 여전히 판치는 세상’을 위해 저와 여러분이 하나님의 생명을 전달해 주는 귀중한 봉사를 감당하도록 부름받았음을 자각하시므로서 이 귀하고 아름다운 ‘삶의 기본적인 사명’을 복스럽게 감당하시는 믿음의 일꾼들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