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은 목사님의 글과 같이 개인적인 의사를 글로서 전달하는 데에 어떤 한계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유익한 논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논쟁을 접하면서 생각되는 바가 있어서 몇 자 적습니다.
첫째로 사용하는 단어에 대한 개념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영감, 편집, 무오 등의 단어가 사용되는 데 그 개념에 대해서 일치가 요구된다고 여겨졌습니다.
이인규 권사님은 편집의 사전적인 뜻을 인용하며 거부하고 유기적 영감을 설명하였는데 박경은 목사님은 그것이 편집 작업을 말한다고 받습니다.
무오에 대해서는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로서도 오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권사님은 성경이 무오하다고 주장하고 박 목사님은 성서가 오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볼 때에 박 목사님의 판정승입니다. 막 2:25~26에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와 관련하여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왕이 되기 이전에 아비아달은 대제사장이 아니었음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그가 그 시점에서 제사장이었는가의 문제와는 별개로 대제사장이 아니었음은 분명합니다. 대제사장이 제사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제사장이 대제사장인 것은 아닙니다. 또한 아히멜렉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와는 별개로 말입니다.
둘째로 객관적인 사실로서 무오하지 않기에 편집되었다고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이 권사님은 원래의 본문이 어떠했는데, 사본에서 어떻게 바뀌었다는 것이 밝혀져야 편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편집의 사전적인 의미에 의하면 분명히 옳은 주장입니다. 박 목사님은 편집을 사전적인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약과 다른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편집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평행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로 성경이 영감된 글인가의 문제입니다. 양자는 모두 영감되었다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그 동의가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결국 영감되었다는 말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권사님은 객관적으로도 오류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라는 표현이 구약과 비교하여 객관적으로 오류가 아니라고 여러 신학자들의 주장을 옮기며 증명하려고 합니다. 그들의 권위가 박 목사님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제기합니다. 박 목사님은 객관적으로도 오류가 없다는 의미로 영감을 말하지 않습니다. 유기적 영감에서 설명하는 바를 수용하지만 오류가 있으며 그 오류에 대해서 신학적인 평가 작업을 통하여 그 기자가 그 표현에 담아둔 의의를 바르게 밝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계적 영감이 오늘날 보수주의 신학계에서 폐기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객관적으로 사실이 아닌 오류에 대해 어떻게든지 오류가 아니라는 방식으로 설명해 내려고 하는 것을 통하여 확인됩니다. 성령께서 그러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경 기자에게 직접적으로 역사하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여겨지지 않습니다. 명백하게 밝혀지면 그냥 인정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의하여 영감이 잘못된 것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명백하게 밝혀져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넷째로 영감과 함께 생각하여야 영감의 목적입니다. 바울 사도는 모든 성경이 영감되었다고 한 후에 곧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다고 적었습니다. 교훈, 책망, 바르게 함,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함. 아비아달이라는 표현이 객관적으로 옳으냐 그르냐가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옳다고 하여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며 객관적으로 그르다고 하여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쪽이든지 하나님을 알리고 그분의 뜻을 드러내며 그분의 행하심을 나타내는 데에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성경에 객관적인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영감의 목적을 이루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섯째로 영감의 범위입니다. 바울 사도는 ‘모든 성경’이라고 했습니다. 두 분은 구약 성경으로 한정하려는 입장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과연 바울 사도가 자신의 글을 모든 성경에 포함시키지 않았을까요? 바울 사도는 자신에 대해 모세보다 더 높은 권위를 부여하였습니다(고후 4장). 그 당대에는 모세오경이 모세에 의해 쓰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J, P, D, E 등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에게서 시작된 주장일 뿐입니다. 저는 단 한 차례도 증명된 적이 없는 엉터리 가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입장을 따르지 않으면 지성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이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바울 사도가 모세보다 더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글은 모세오경보다 권위가 못하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만일 누구든지 자기를 선지자나 혹 신령한 자로 생각하거든 내가 너희에게 편지한 것이 주의 명령인 줄 알라"(고전 14:37). 바울 자신이 자신의 글에 대해 주의 명령으로 생각하여야 한다고 한 것에서 확인됩니다. 바울 사도는 자신의 글에 대해 신적인 권위를 부여하였습니다. 그 글 이후에 쓰인 정경에도 이는 원리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교회 역사를 표면적으로만 보면 교회가 정경을 결정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교회가 회의에서 임의로 정경을 결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전혀 아닙니다. 이미 정경으로 교회에서 통용되던 것을 교회 회의에서 확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Q 복음서와 누가 성경을 만들었는가?’에 있습니다.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403입니다. <누가 성경을 만들었는가?>(야콥 판 브럭헌 저, 김병국 역, 정훈택 감수, 총신대학교출판부)을 읽으면 보수주의 신학계가 별반 연구도 하지 않고 그냥 성경에 기록되어 있으니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님을 아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진보주의 신학계가 정경 형성의 역사를 얼마나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여섯째로 권위의 문제입니다. 연구와 토론 또는 논쟁에 있어서 무엇에 최고의 권위를 둘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 권사님은 감리교 장정에 그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박 목사님은 직접적으로 거명하지 않지만 아닌 것 같습니다. 장정은 과거의 좋은 유산으로 유익하지만 최고의 권위일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장정의 모든 내용이 언제나 성경적인 것은 아닙니다. 장정을 만든 이들이 사람이기에 얼마든지 잘못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사람의 이성에 최고의 권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진보신학 따르미들의 주장을 면밀하게 살피면 그들에게 최고의 권위는 사람의 이성이라고 여겨지는데,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최고의 권위이며 그 가르침을 바르게 밝혀서 그 가르침과 일치하는 신학 작업의 결과물이 최고의 권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개인의 주장을 인용하는 것이 때로는 장점이 될 수 있으면서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경에 조그만 오류나 거짓말이라도 있으면 진리일 수 없기에 완전 무오하다는 웨슬리의 주장은 후자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객관적인 사실로서 조그만 오류가 있다고 진리가 아닌 것이 되진 않습니다. 그의 주장은 기계적 영감론이 팽배하던 시점에서 그 영향력을 받아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장정이나 교단에서 수용하는 교리는 참고 사항이지 최고의 권위물이 아닙니다. 그것을 최고의 권위로 삼으면 현대의 신학 연구를 위축시키게 됩니다. 장정이나 교리를 최고의 권위로 삼는 이들은 그것을 근거로 누군가에 대해 꽤심죄목으로 스스럼 없이 단죄하기까지 합니다. 이 권사님이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글 내용을 보면 그러한 위험성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순환논리의 문제입니다. 안티 기독인들과 소위 진보신학 따르미들은 성경의 내용으로 성경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 순환논리라며 비난합니다. 그런데 박 목사님의 글에 대해 그러한 비난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박 목사님은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침에 있어서 성경(서)을 벗어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명백하게 순환논리입니다.
저는 지속적으로 순환논리가 그 자체로 잘못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성경 밖의 자료가 있다면 활용하여야 하지만 다른 자료가 없을 때에는 성경 자체의 내용을 자료로 삼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순환논리라며 비판하는 이들은 예수님의 탄생 때에 헤롯 왕이 아기들을 죽인 사건에 대해 거짓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는 역사적인 자료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아주 그럴 듯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헤롯이 그런 짓에 대해 자랑스러워 했을까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큰 악행입니다.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였을 이유는 없습니다. 외부에서 그 사실을 알았을 때에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가능성일 뿐이지 필연성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다른 기록이 없기에 거짓이라고 말하며 성경 자체의 내용으로 그것을 말하며 순환논리라며 거부하는 것은 억지일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두 분의 논쟁이 제게는 유익했습니다. 이 공간에서 이러한 논쟁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떤 주제이든지 제한 없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상대방을 알아가고 더 온전한 길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삶과 별개입니다. 삶은 삶대로 바르게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론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합의를 도출하고 때로는 평행선을 달리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며 나아간다면 하나님 앞에서 바른 모습으로 그분이 기뻐하시며 우리도 충분히 유익을 얻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