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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칼설교 (79호-20130414/홍인식목사/insikhong@hotmail.com)
제목 : 손 댄 사람들을 모두 치료하시다
본문말씀 : 마가복음 6장 53절부터 55절까지
평행구절 : 마태복음 14장 34절부터 36절까지
이적의 내용과 특징
본 이적은 특정한 사건을 다루고 있지 않다. 예수님의 일반적인 치유 이적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이다. 많은 병자들이 예수 앞으로 나아왔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예수의 능력에 의하여 치유 받았다는 것에 대한 기록이다.
본 이적은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만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예수님의 옷자락만 만져도 병이 나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병 치유 이적이 예수님과의 직접적인 만남과 접촉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데 반하여 오늘의 기록은 그러한 만남과 접촉 없이도 병 치유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드문 예이기도 하다.
오늘 기록의 특징을 살펴보자.
먼저, 마가와 마태 모두 예수가 배에서 내려서 마을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예수님과 그 일행을 알아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두 번째로 예수님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그 지역 사람들뿐만 아니라 멀리에서도 사람들이 예수를 찾아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세 번째로 그들은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는 것으로 병 치료가 충분하다고 믿었다는 기록이다. 이러한 몇 가지 특징은 일반적인 예수님의 치유 이적과는 조금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적이 보여주고 있는 당시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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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렉산드로 이바노프, 민중에게 나타난 예수, 1837~1857년, 트레차코프 갤러리 화면 중앙에 세례 요한이 멀리서 오는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다. 세례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과 세례 후 물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모두 삶에 지친 사람들이다. 그들은 메시아의 도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출처:http://blog.naver.com/PostView.nhn |
먼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삶의 정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음을 손쉽게 알아보게 된다. 예수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의 민중들이 삶을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타이센이라고 하는 학자에 의하면 지역 주민의 90% 이상이 극 빈곤층에 속해 있었으며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지경에 있었다고 한다. 경제적, 정치 사회적 그리고 종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가 당시의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중들은 아무런 희망도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가고 있었다. 오늘의 기록에 의해서 예수님이 나타나기만 하면 온 동네는 물론 그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부터 병자들을 데리고 올 정도로 절박한 상황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면 서부터 시각장애, 청각장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있는 것을 볼 때 당시의 경제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당시의 정치지도자들이나 종교지도자들은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민중들에게 어떠한 희망의 메시지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늘 기록은 예수님이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그를 곧바로 알아보았다고 전하고 있다. 예수님은 기존의 종교지도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당시의 종교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로마와 결탁하여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고 있는 유대의 정치지도자들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율법에 대하여 새로운 해석을 내 놓음으로서 억압을 받고 있던 백성들에게 한 줄기 빛을 던져주기도 하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하여 예수는 당시의 사람들에 희망의 빛으로 등장한 것은 틀림없다. 오늘의 기록에서도 사람들은 예수님이 도착하자마자 그를 향하여 몰려오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리는 오늘의 이적 기록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적의 의미와 오늘의 시대를 향한 해석
옷자락만 만져도 병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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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댄 여인출처 : http://blog.daum.net/agy0104/172 |
오늘의 이적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반적인 예수의 치유 이적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예수와의 직접적인 접촉과 만남이 없이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또 다른 측면으로 예수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지 않았는데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별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예수의 옷자락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기적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본 이적은 예수의 능력의 강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다. 예수는 자신의 능력을 이러한 형태로 과시하고자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 예수가 이러한 전시적인 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리가 없다. 그러면 왜 예수는 옷자락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병이 낫는 것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예수의 백성들을 향한 연민의 정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지금까지 유대교의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율법으로 인하여 원칙적으로 하나님과의 만남이 금지되어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감히 하나님 앞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그들은 예수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예수의 옷자락을 만지는 것으로 만족하고 또 소극적으로 하나님의 자비를 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18년 혈루병 앓은 여자의 치유사건을 상기해보자)
이러한 백성들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예수는 그의 옷자락을 만지는 것을 그대로 두고 있다. 구태여 만나서 그의 믿음을 확인하고 대화 나누고 그러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다. 복잡한 종교적 절차에 의하여 주눅이 들어 있는 당시의 민중들에게 옷자락을 만져도 나을 수 있다는 것은 복음이 아니었겠는가? 결국 예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하여 이 땅위에 오신 것이지 종교적 형식이나 절차를 만들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에 귀속되도록 해서 묶어 두려고 하는 것이 그의 목적은 아니지 않는가!
옷자락을 만짐으로서 병이 나은 사람들은 얼마나 속이 시원했을까! 지금까지 그들을 억압하던 종교절차와 형식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용기를 가지고 나가지 못했던 그들이 이제는 예수의 넓고 큰 사랑과 은혜로 인하여 담대히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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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막 10:14) 출처 : http://cafe.naver.com/fallinlovej/4698 |
그 어떤 것도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당당하게 나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의 사랑과 은혜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것이 제도이건 혹은 경제적 상황이건 말이다. 오늘 우리 교회가 과연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의 옷자락을 만지기만 해도 나을 수 있다.’라는 확신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교회인지 혹은 여러 가지 장벽을 쌓아놓고 사람들로 하여금 주저하게 만드는 교회인가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예수를 알아보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예수에게로 나아왔을까? 절망적인 상황은 그들로 하여금 그 어떤 것에도 희망을 걸도록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 앞에 나타났던 그 어떤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그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예수, 지금까지 그들이 알고 있었던 지도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예수를 그들은 예수를 알아보았다. 그러기에 그들은 예수를 보자마자 알아보고 그에게로 온갖 병자들을 데리고 나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희망을 보지 못했던 이들에게 예수님은 희망으로 다가섰다. 오늘의 본문은 이 모습을 “예수께서, 마을이든 도시이든 농촌이든, 어디에 들어가시든지, 사람들이 병자들을 장터거리에 데려다 놓고, 예수께 그 옷 술만에라도 손을 대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리고 손을 댄 사람은 모두 병이 나았다.”(56절)라고 기록하고 있다.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사람들이 예수에게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는 표현이다.
오늘 우리들에게도 이 같은 교회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장사꾼 같은 술수로 사람들을 모으는 기업 같은 교회가 아니라 진리와 진정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하고 알아보도록 만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를 보고 절망에서 벗어나서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교회로 살아가기 위하여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예수의 제자들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예수의 이적과 사람
오늘의 기록에서 보여지는 예수님의 이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예수의 이적은 예수의 초능력을 보여주고 그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위에 지적했듯이 예수는 전혀 그러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고 또 그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기록에서도 보여주듯이 예수의 이적은 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의 회복이 예수 이적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그는 이적을 통하여 잃어버린 인간의 본질을 회복하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만들고 있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인격의 회복과 서로 간의 협동과 존중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또한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성찰의 능력(눈과 귀 그리고 입을 열어준다)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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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등 정의 출처 : http://blog.naver.com/geirfksng? |
오늘의 이적도 여러 가지 종교적 제도에 의해 억눌려 있음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나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옷 술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치유받게 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나라는 모두에게 열려져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사람들을 향하여 이 같은 차별 없고 넓은 관용의 하나님나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높은 장벽을 세워놓고 사람들로 하여금 감히 하나님에게로 나올 수 없도록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구든지 예수의 옷 술이라도 손을 대면 모두 병이 낫는 이적이 오늘 우리들 사이에서도 발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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