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저녁 청어람에서의 '탈성장주의 시개 , 교회를 말한다' 공동 심포지엄 모습

성장만 추구하는 교회는 ‘짝퉁 대형교회’

11일 저녁 서울 명동 청어람 소강당에서는 진보진영과 복음주의권 신학자들이 모여서 ‘탈성장 시대’ 속에 처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들은 한국교회가 1990년대를 기점으로 저성장시대에 돌입했고, 1995년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시대를 맞고 있음을 각종 통계 자료들을 통해 입증한 후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발제자들은 현재 한국교회의 위기로 교회의 팽창을 핵심으로 하는 신학적ㆍ신앙적 기획인 ‘성장주의’ 또는 ‘성공지상주의’의 만연을 꼽았다. 대형교회들은 물론, 작은 규모의 교회들까지 이러한 프로그랜들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는 “한국교회에는 ‘성장주의’ 외에는 교회론이 없다. 큰 교회는 성공한 교회이고 성장하지 않는 교회는 나쁜 교회”라면서 “한국교회에는 ‘공룡이 돼서 생긴 문제’와 ‘공룡이 되지 못해 생긴 문제’만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은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대형교회를 추구하며 ‘성장주의’ 또는 ‘성공지상주의’를 지향하는 교회를 ‘짝퉁 대형교회’로 명명하기도 했다.

‘성장지상주의’가 교회 성장을 막고 있다

발제자들이 ‘성장주의’ 또는 ‘성공지상주의’를 한국교회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주범으로 보는 까닭은 그것이 폭력적 팽창주의와 계급적 배타주의로 주위에 드러남으로써 선교의 문을 스스로 닫음은 물론, 기존 교인들조차 교회를 떠나게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이원돈 목사(부천 새롬교회)는 “오늘날은 세상의 모든 현상들이 분리돼 독립적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상호의존적인 연결망 곧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면서 “큰 교회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사회와 교회의 생태계를 붕괴시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지난해 출간된 몇몇 주목할 만한 저작들은 한국교회의 위기를 성장지상주의 그리고 이와 연결된 문화적ㆍ성적ㆍ계급적ㆍ종교적 배타주의와 권위주의 등으로 보고있다”면서 “오늘 한국교회는 성장지상주의로 인한 폭력적 팽창주의 및 계급적 배타주가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다고 시민사회로부터 읽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한국교회가 신뢰 상실로 전도가 더욱 어려워진 현실에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갖고 있지만 교회에 출석은 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의 수를 300만명으로 추산해 충격을 주었다.

내적으로 공동체성, 외적으로 공공성 구현해야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서 이들 발제자들은 교회 내적으로 ‘공동체성 회복’과 외적으로 ‘공공성 회복’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교회의 크기로서가 아닌 성서적 가치로서의 ‘작은교회’를 제안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우리가 주목하는 ‘작은교회’란 대형교회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이념형으로서의 소형교회 곧 성공지상주의적 프로그램을 청산하려는 소형교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작은교회’에 주목하는 이유로서 규모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작은교회가 갖는, 교회가 내적으로는 공동체성을, 외적으로는 공공성을 구현함에 있어서 필수적인 ‘더 소통적’이고 ‘덜 배타적’인 환경에서 찾았다.

정재영 교수는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 기존의 성장주의 패러다임으로 교회를 운영한다는 것은 더 이상 적실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작은교회의 가능성이 있다”며 “작은교회는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에 보다 가까운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규모가 작다고 해서 그것이 곧 공동체를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작은교회라도 권위적인 리더십을 앞세워 독단적인 목회를 한다면 공동체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고, 큰 교회라도 ‘교회안의 작은교회’ 정신을 따르면 공동체라는 교회의 본질 회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발제들은 이러한 ‘작은교회’ 운동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작은교회들의 연대가 필수적임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