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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년 04월 06일 (토) 14:51:07
최종편집 : 2013년 04월 13일 (토) 13:44:57 [조회수 : 14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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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명랑하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가 그렇다. 6개월쯤 자란 우리 집 강아지는 언제나 명랑하다. 너무 명랑하여 탈이다. 명랑함을 항상 그 특유의 ‘달려들기’와 ‘핥기’로 시작하려 드니 탈이다. 늘어지게 자다가도 줄을 풀면 명랑모드 작동이다. 줄을 풀지 않았어도 마찬가지, 다가가기만 하면 명랑모드다.
산책을 할 때 나와 같이 걷는 법이 없다. 적어도 10m는 앞뒤로 왔다 갔다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니 내가 1km를 걷는다면 녀석은 적어도 3km 이상을 걷는 셈이다.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냄새를 맡는 것으로 산책을 시작하여 냄새를 맡는 것으로 산책을 마무리한다. 땅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으면서도 그리 빠르다는 게 이상하다. 혀는 길게 늘인 채, 킁킁거리다가도 이름을 불러주면 잽싸게 나를 향하여 달려든다. 참 명랑하다.
길을 가다 만나는 모든 자동차는 녀석의 관심 대상이다. 꼬리를 흔들며 다가간다. 봉고차는 모두 우리교회 봉고차고, 트럭은 모두 우리 성도들의 트럭이다. 승용차는 말할 것 없이 주인의 승용차다. 허허. 말리기를 여러 차례. 말릴 수가 없으니 녀석을 보호하기 위해 줄을 묶은 채 산책을 한다.
차가 없다고 생각되는 논둑길에서는 줄을 푸는데, 이번에는 만나는 모든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가 아는 사람이다. 다가가 꼬리를 흔들며 들이대는 꼴이란. 허허. 하지만 밉지가 않으니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지나다 만나는 모든 개가 친구다. 다 자란 개들이 잡아먹을 듯이 ‘왕왕’ 큰소리로 짖으면 꼬리를 내리고 내게로 오다가도 끝내는 들이대는 명랑모드가 된다. 그러길 잠시, 내가 그들이 있는 곳에 미치면 이내 그들은 친구가 되어 있다. 떼어놓기 힘들 정도로 찰떡궁합 친구.
누가 우리 집 강아지 좀 말려줬음 좋겠다. 민정숙 성도가 분양해줄 때만 해도 곱게 생긴 진돗개 한 마리 데려온 줄 알았다. 똑똑하기는 어찌나 야무진지. 굳이 이름까지 바꿔줬다. ‘똘이’로. 똘똘해서 말이다. 그러나 6개월을 키운 지금 와서는 이름을 잘못 지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똘이’보다는 ‘명랑이’가 어울린다. 이제와 이름을 바꾸면 녀석이 헛갈릴 것 같아 그러진 못하겠다.
지금쯤은 진돗개가 아닐까 하는 환상도 버렸다. 진돗개가 아닌 징조들이 어렵잖게 드러나고 있으니까. 모양새는 물론 하는 짓이 진돗개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저 좀 예쁘게 생긴 명랑한 X개일 뿐이다. 그러나 녀석의 명랑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녀석이 좋다.
구김살이 없다. 두려운 게 없다. 아픔이 없다. 사람도 이쯤 되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 ‘똘이’ 같은 성격으로 신앙생활을 한다면 아마 그런 성도 때문에 교회가 많이 부흥될 것이다. 좀 오번가? 그러나 사실이다. 찌푸린 낯을 보는 것보다 웃는 낯을 보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우리 ‘똘이’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직 ‘똘이’가 순수하고 명랑한 것은 마음 다쳐 본 경험이 없어서이기 때문이라는 아내의 말이 맞다. 예전에 키우던 녀석은 전 주인에게 학대를 받았었기에 주인도 경계했었다. 그땐 불쌍해서 키웠다. 이번엔 행복하게 키운다. 녀석의 생애 동안 ‘똘이’의 명랑성이 상처받지 않기를 기도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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