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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 나를 지독하게 부끄럽게 했지만 계속 걸어야지요!급작스럽게 제주 올레길 7번 코스를 걷다가 드디어 강정마을을 만났으나
이필완  |  leewaon3@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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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년 03월 30일 (토) 23:10:10
최종편집 : 2013년 04월 03일 (수) 22:27:23 [조회수 : 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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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 나를 지독하게 부끄럽게 했지만 계속 걸어야지요!

 

   
▲ 제주 올레 7코스를 걷는다 ⓒ 2013. 3.30

 곰 목사 박흥규, 그분을 잘 보내드리긴 했지만 여전히 헛헛하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항공권 마일리지가 있는 것을 찾아내, 즉석에서 작당하여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준비도 없이 일정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배낭여행이다. 이틀째는 서귀포에서 출발하여 20여 km를 걸었다. 경치도 좋고 길도 좋았지만 막상 강정을 지나면서 급격히 우울모드로 접어들었다.  

   

 혹시나 김홍술 목사가 제주 교도소 앞에서 단식을 한다하여 연락했더니 오늘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갔단다. 멀리서부터 강정 공사 현장이 보일 때부터 공사장 정문에 이르기까지 좀 설레는듯하더니 길가 천막에서 “평화” 목각을 하고 계시던 문정현 신부를 만나고부터 부끄럽기 시작했다. 도망치듯 빨리 걷는데 건너편으로 어느 수염 허연 분이 홀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더라. 생명평화센터는 온갖 치장물들로 화려한데 사람들은 아무도 말이 없다.

걷고 또 걸었다. 집집마다 걸린 노란 깃발은 다 낡은 채로 나를 향해 비웃고 있었나보다. 식은땀이 나고 급작스럽게 소변이 마려웠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담임목회에 이어 당당뉴스마저 내려놓았을 때 강정이 나를 불렀으나 난 모른 체 했었다. 그리곤 소백산 산막에 틀어박혀 2년 8개월을 지내고 지금은 8개월째 서천 동생네 얹혀살고 있다. 끊임없이 전해지는 문자 소식은 강정으로 오라는 것이었으나 난 스스로 지병 핑계를 대며 나 몰라라 했으니…….  

   
▲ 아직까지도 수많은 집집들마다에 '해군기지 결사반대!' 노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오래도록 걸었다. 살다보니 60이고 네팔 ABC도 걷고 작년엔 가족들과 함께 랑탕 계곡도 걸었다. 몇 년 전엔 여러 종교인 도반들과 한강 줄기 따라 낙동강까지 영산강에서 또다시 서울까지 100여 일도 걸었었다. 최근엔 영광에서 원전까지도 걸었고 소백산을 오르내리며 걷기도 얼마나 했을까? 요즘도 서천 동생네 집 주변과 뒷산을 걷고 또 걷는다. 고혈압과 지독한 당뇨가 숙명인지라 걸어야만 했다. 그런데 난 강정을 철저히 외면한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제주 올레 길을 걷다가 겨우 내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올레 7코스 끝인 월평마을에 도착하나 적당한 숙소가 없단다. 다행히 걷다가 일행이 된 어떤 청년의 도움으로 중문 관광단지 안의 유럽풍의 게스트하우스에 묵기로 했다. 도미토리 숙소란다. 여러 사람이 함께 묵는 큰 방이다. 겨우 기운차려 저녁 먹고 샤워하고 노트북을 켜니 와이파이가 열려있어 죽치고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  혼자 켜있는 tv가 멋대로 난장질을 하고 한구석에 피곤한 몇몇 군상이 벌써 잠들어 있는 밤이다.  

   

 왜 난 죽도록 길을 걷겠다고 했으면서도 강정은 걷지 않았을까? 결론은 비겁함이다. 힘들꺼라고 생각했고 내 자리는 없으며 돈도 없고 건강도 따르지 못할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여러 동료들이 부지런히 강정을 오갈 때에도 철저하게 못 본 체 했다. 그냥 자판 두드려 인터넷 서핑으로만 강정을 즐겼을 뿐이다. 강장을 슬쩍 지나쳐 온 오늘, 난 마냥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앞으로도 무슨 별 수가 있는 것도 아닐 텐 데 종내 헛헛하다. 며칠 더 올레 길 걷고 다시 비행기 타고 돌아가면 곧 잊어버릴 것이 뻔 하면서도 아닌 체할 내가 너무 밉다.

내일도 걷는다.  누군가 올레 8코스를 넘어 좀 긴 길을 걸을 거라고 괜찮겠냐고 묻는다. 잘 걸어야지. 요즘 들어 한 쪽 고관절이 고장 난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자꾸 투정을 부리지만 잘 걷기야 하겠지만 오늘 꽉 들어찬 우울모드가 만만치 않을 듯하다. 내일 저녁엔 네팔 안나푸르나 ABC 트래킹 동지였던 최 전도사네 교회서 묵고 거기서 부활절 예배를 드릴 참이다. 저녁엔 꼭 밥 한번 사겠다던 정 목사 만나 식사하고 일박 더 하고 월요일 서울 돌아가 예수살기 모임 총회 참석하고 다음날 2일엔 조 목사 팔순모임, 4일엔 35년 전 먼저 가신 형님 묘 이장하는 일 돕고 저녁엔 몇이 모여 떼제 행 작당을 할 참이다. 그리곤 다시 서천 행이다. 동생에게 관리 부탁한 국화 묘가 잘 자랐을 것이다.  

   
▲ 셀카, 피하지 못하고 지나쳐야할 강정 생각에 이미 사로 잡혔던 까닭일까? 걸으면서도 즐겁지만은 않았다
   
▲ 산뜻하게 갈아 입은 올레길 표지판, 서너 시간 걸었을까 멀리 강정 군사기지 공사 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 강정 공사장 정문은 여전히 서늘하다, 정문엔 맹견을 데리고 순찰하는 경비원이 오고갔다.
   
▲ 아이쿠, 길가 천막에서 문정현 신부님이 '평화' 목각을 조각하고 계시다가 문득 얼굴을 들어 눈 마주치니 딱 걸렸다. 흰 수염발 날리면서도 여직 청년처럼 정정하셨다. 그래도 반가워하시면서 이제 나이가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오히려 격려해 주셨다. 셀카 ⓒ 2013.3. 30 이필완
   
▲ 누구실까? 후에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보니 그는 2011년11월14일부터 매일같이 오전 오후로 '강정 해군기지 반대' 서원을 위한 삼보일배를 해오신 오철근(67세)이셨다. 강정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현재 진행형이다! 참고기사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22568 60대 노인이 상복 입고 해군기지 앞 지키는 이유?(제주의소리)
   
▲ 강정의 베이스캠프, 생명평화센터도 역시 서늘하였다. 찾는 이도 할 말이 없고 맞는 이도 할 말이 없었다.
   
▲ 총총히 강정 공사장 벽면을 빠져나오다 강정항에서 바라본 해군기지 공사 현장, 공사는 여전히 한창이었다. ⓒ 2013, 3. 30 이필완
   
▲ 얼굴은 멀쩡한 데,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느 자리에 서있는 것일까?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제부턴 무었을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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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즐겁지않다 (112.171.136.97)
2013-04-06 13:18:10
부끄럽지만 더 부끄럽진 말아야지요.
강정 마을이 아니라 금수강산의 어느 곳도 군사시설이나

사람의 편의를 위해 파헤쳐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원시생활 할 수도 없고 국방을 게을리 하여

일제의 만행을 어찌 할 수 없이 엄청난 수치로 밖에

당하지 못했던 불과 100여년전의 그 민족적 모욕을 잊었단 말인가.

지식인인 척 하며 무책임한 말을 뱉어내야 진보주의자란 말인가.

어처구니없다.

지금 당장에도 중국과 일본의 영토 침탈 야욕은 식기는 커녕

점차로 높아만 지고 있는데도 눈을 감자고 하는 사람들아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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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시설은 평화를 가져다주지 (121.157.115.179)
2013-04-07 08:55:25
물론 그 때의 치욕을 잊어서는 안되지요. 무기력하여 일제의 침략을 당했던 것 잊지 말아야지요. 그러나 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아니 이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써 이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군사시설이 평화를 가져다 주느냐 입니다. 제주도에 해군 기지를 건설 함으로써 중국은 더욱 제주도에 집중하게 되고 분쟁만 더 일으킬 뿐입니다. 글을 더 전개 하면 정치적인 논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줄입니다만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군사시설이 평화를 가자다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주도는 2007년에 유네스코에 평화의 섬으로 지정 되었습니다. 제주도가 군사시설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 평화가 깃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온란인 이고 익명이라 어느 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저의 부족한 견해를 나누었습니다. 주일 아침 정신 없게 쓰느라 글이 제대로 쓰여졌는지 알 수 없으나 어떤 의도인지는 충분히 전달 됐으리라 생각됩니다.!! 주일 승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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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
평활를 원한다면 (112.171.136.97)
2013-04-08 14:59:22
평화를 지킬 힘이 있어야한다.
유치하지만 이어도를 중국군이 점령하려하면 평화를

위해 가만있어야하나요. 강력히 대응해야하나요.

베트남을 중국이 만만히 못보는 이유가 뭘까요.

중국의 침략시 그들으 강력하고 단호히 대응합니다.

약하다고 가만 있으면 다먹히우지요.

이런걸 설명해야하다니요.

독도를 지키려면 울릉도에 비행장과 군항이 있어야합니다.

일본의 오끼섬은 독도에 가깝고 군사시설이 있지요.

말로 평화 찾는 사람들은 어떤분들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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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84.101.163.12)
2013-04-04 23:20:45
조용한 강정마을
이제 그 곳은 밤의 환락의 거리도 아울러 조성이 되고
술과 비척거림... 쓰레기들도 많아 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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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6
넋두리 (1.217.57.220)
2013-04-02 12:13:24
우리는 모두 그렇게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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