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공중화장실 소변기 위에 붙어 있는 글귀

‘마초이즘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마초(macho)’는 에스파냐어로 ‘남자’를 뜻한다. 지나치게 여성을 비하하거나 공격하는 성차별주의자 또는 남성 우월주의자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로 주로 사용되는데, 병적일 정도로 남성다움에 매달리는 현상을 ‘마초 콤플렉스’, ‘마초이즘 콤플렉스’, ‘마초 신드롬(증후군)’ 등의 용어로 부른다.

‘마초 증후군’은 남성적 기질을 지나치게 강조해 남자로 태어난 것이 마치 여자를 지배하기 위한 특권이라도 되는 듯이 행동하는 일련의 증상 또는 그러한 행태를 가리킨다. 이런 현상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병적 증세이다. 남성의 심리적 불안 증세라고 할 수 있다.

남성들이 덩치가 크고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것을 특권이나 되는 듯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현상도 이런 ‘마초신드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남자는 강해야 하고, 여성은 여려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틀이 바로 이런 유의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는 절대로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든다.

여자 공중 화장실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어 어떤 글귀가 적혀 있는지 모르지만, 남자 공중 화장실에는 이런 글귀가 대부분 적혀 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참으로 멋있는(?) 문구다. 그러나 이런 문구자체가 ‘마초신드롬’, ‘마초 콤플렉스’의 반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사회는 자꾸 변한다. 그러나 동양적 가치는 남성의 우월주의나 마초 신드롬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게 아닌가 여겨질 때가 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글귀가 남자 화장실에 점점 더 늘어나는 것만 같다. 그런 글귀가 오줌을 눌 때 조심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암암리에 남자의 뇌리에 마초 신드롬을 각인하게 한다면 썩 좋은 글귀는 아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나도 실은 눈물을 흘릴 때 다른 사람을 인식하게 된다. 내 속에 자리하고 있는 ‘마초 콤플렉스’ 때문이려니 생각한다. 지난번 영화를 볼 때의 일이다. 너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났다. 그러나 떨어지는 눈물을 닦질 못했다. 여학생인 듯 보이는 숙녀들이 옆에 앉아있는데 차마 손을 들어 눈물을 닦을 용기가 안 나는 것이 아닌가. 눈물은 그대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얼마나 난감한지.

실은 남자가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게 아니고, 남자가 눈물을 안 흘리는 게 문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남성상은 옳은 남성상이 아니다. 그 누구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말했듯, 유교적 뿌리를 둔 이런 마초 신드롬은 빨리 제거되어야 한다.

성경은 대장부가 힘이 세고 근육질로 단련된 몸매를 지닌 남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자라고 말한다.(열왕기상 2장 2,3절) 남성 성도들이여! 마초 콤플렉스에 빠져 힘과 근육을 단련시킬 게 아니고 하나님의 세미한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이웃의 작은 고통에도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진짜 대장부가 되지 않으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