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오늘부터 보다 긴급한 위기상황에 돌입하였다. 조선은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거론하면서 바로 오늘, 11일부터 무효화된다고 재차 선언하였다. 그동안 수많은 조선의 언어적 위협을 겪었지만 나를 포함한 국민들은 별로 큰 위기의식을 갖지 않았다.

소위 ‘불바다’ 발언으로 불리는 언어도발이 무슨 관용어구처럼 반복되었다. 그러나 불바다나 불바다를 느낄만한 위기는 없었다. 최근에 한 기사를 보니 맨 처음 조선이 발언한 불바다는 위협적인 단어가 아니라 전쟁상황이 되면 서울도 큰 타격을 입지 않겠느냐는 경고성 우려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게 이상하게 와전되고 조선의 호전성을 상징하는 단어가 돼버렸다는 평가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나름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이런 생각의 근거는 총풍사건이다. 어차피 양국의 권력자들이 국민을 볼모로 자기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동안 수없이 많은 위기설이 나돌았지만 별로 위기를 체감하지는 못했었다. 실제로 최근에 가장 위험한 전쟁위기 순간이 1994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조선을 폭격하기로 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이 위기는 사실 매우 위험한 것이었지만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넘어갔다. 그때도 나나 우리 국민들은 다 편안하게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 느끼는 위기는 조금 다르다. 뭔가 많이 불안하다. 여러 루트를 통해서 들어오는 조선의 조짐이 심상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예비군에게 인식표(군번줄)을 나누어 주었다느니 대인민 홍보를 통해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다가왔다느니 한다니, 아무래도 좀 마음에 걸린다. 거기에 한국의 대응도 제대로 한 판 붙어보자는 식이다. 지난 5년 이명박 정부의 반북적인 정책에 길들여진 군부나 보수파들이 박근혜 정부로의 정권이양을 보면서 그 색깔과 성격을 더욱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예측일 것이다. 특히 군부는 박근혜 정부를 고기가 물 만난 듯 반색하며 기뻐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정부요직을 군 출신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였지 않은가!

조선은 이미 정전협정도 폐기하겠다고 몇 차례 선언하였다. 그런데 정부와 군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정전협정 폐기는 불가능하고 법적으로도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협정에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원 참, 전쟁하겠다는 이들에게 협정이 무슨 소용인가? 협정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발포하면 전쟁이 나는 것이고 자동적으로 협정이 폐기되는 것이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분석이고 평가인가? 그걸 조선이 듣고는 ‘아, 그렇구나! 우리 혼자서 협정 폐기되는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건가? 안일하기가 짝이 없다.

물론 조선의 핵보유는 십만 번을 이야기해도 잘못했다. 화약고와 같은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이자 민폐행위이다. 그러나 조선이 핵 아니면 안 되겠다고 나오는 상황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 우기는 것이 과연 해법일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미 갖고 있는 핵무기, 그리고 폐쇄적인 국가에 대해 주변국들이 길길이 날뛰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어쨌건 협상과 대화의 테이블로 유인해야 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지금은 핵무기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적지 않은 강경파들이 한 판 붙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국력도 커졌겠다, 국제적인 위상도 높아진데다가 군사력은 세계 몇 손가락 안에 들기까지 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여전한 혈맹이고 일본도 편들어 주고 있으니 질래야 질 수 없는 싸움이라는 계산이 나올 법 하다. 경제수준이나 군사력, 무기의 우위나 국제동맹 어느 것 하나 꿀릴 것이 없다. 그러니 한 판 붙어서 이참에 김씨 일가 정권을 박살내 버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단어가 ‘정권 소멸’이다.
그러나 나는 그 계산법이 참으로 엉터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기고 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잃을 것인가에 대한 계산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한국과 조선의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조선이 핵무기와 GPS교란 무기 등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내가 보기엔 조선의 완패가 분명하다. 설령 핵폭탄이 터진다 해더라도 조선은 망하고 김씨 정권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승리한 한국이 얻게 될 것은 무엇일까? 아니 얻는 것이라는 말보다는 잃은 것이 얼마나 될까라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한반도에서 다시 동족 간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조선은 전부를 잃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전부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이 전쟁으로 모두 잃은 것보다 한국이 조금 잃은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승리를 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가진 것이 많은 쪽이 더 많은 것을 잃게 되어 더 많이 아쉽게 되리라는 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답이다. 어차피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쪽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쪽이 죽자고 덤벼드는 것을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진 쪽이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사실 맨주먹으로 죽자고 덤비는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나 국가는 별로 없다.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이나 탈레반과의 대결을 보라! 답은 뻔하다.

1994년 미국이 조선을 폭격하려는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그 피해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 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대충 들은 적이 있는데 24시간 만에 군인만 최소 30만 명 정도가 희생될 것이라고 한다. 군인이 그러면 민간인은? 현대의 전쟁은 단기에 엄청난 희생을 내면서 승부를 낼 것이라고 한다. 김씨 일가를 한반도에서 쓸어버리는데 대한 댓가가 우리의 젊은이들 30만 명이다. 거기에 물질적 피해는 얼마나 추가될 것인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일까 다시 계산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의 몫이 될 것이다. 조선을 괴멸시켰다고 해서 그 영토가 한국으로 귀속될 것인가? 아니다. 이미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 이후에 어떻게 민족과 영토가 분할되었는지 경험하였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은 김씨 정권이 박씨 정권이나 이씨 정권이나 혹은 어떤 성씨의 정권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친중국의 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얻는 것은 없지만 1953년 이후에 겪었던 참화와 재건의 피땀을 다시 한 번 더 흘리는 수밖에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는 항상 가진 것 없는 국민들이었다. 전쟁 발발의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은 생존확률이 높다. 또 전쟁을 통해 얻게 될 각종 이익을 얻게 될 사람들은 전쟁이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서민은 한 순간에 한 줌의 잿더미로 죽어갈 수밖에 없다. 권력자들이야 지하 벙커로 숨어들면 될 것이고 돈 있는 자들은 이미 사 놓은 외국 시민권을 이용하여 탈출하면 된다. 비행기가 있으면 비행기 타고, 배가 있으면 배를 타고 언제든 떠나면 되는 사람들은 전쟁이 기회인 사람들일 것이다. 군인들은 자신을 보호할 무기나 벙커라도 있지만 서민들은 그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달려가는 것 외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왜 소수의 의견과 결정 때문에 다수인 서민들이 그 목숨을 저당잡혀야 하는가!

한국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과연 누구일까? 어쩌면 공산주의로부터 벗어나 현재의 첨단 자본주의국가로 성장한 한국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웃기지 말라. 일본이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에 그처럼 급속도로 경제부흥을 이루고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초강국이 된 것은 한국전쟁의 덕을 보았기 때문이다. 세계대전에 군수물자를 댔던 공장들이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미국은 일본에 한국전쟁을 위한 군수물자를 만들어 낼 일감을 엄청나게 주었다. 일본은 재기했다. 한민족 때문에, 한민족이 지들끼리 대가리 터지게 싸운 덕분에! 그런데 일본은 지금 조선을 핑계로 군사무장까지도 획책하고 있다. 일본은 한민족 없으면 못 산다. 일본이 기회를 잘 잡는다 치고 한민족은 뭐하는 것인가? 집안 싸움으로 옆집 배불려 준다니... 병신이 따로 없다(장애인 비하적인 표현이 죄송합니다. 글의 문맥상 양해를 바랍니다...)

전쟁이 애들 장난인가? 하다 못해 초등학생 아이들끼리 주먹다짐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잔머리 굴려가면서 큰 용기 내어 한다. 국가와 국가가, 그것도 같은 민족이면서 이미 한 번 싸워서 개피를 본 전적이 있는 이들이 다시 싸움을 하겠다고? 그건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미친 짓이다. 그것도 옆에서 부추기니까 더 신이 나서 싸움의 흥을 돋우는 형국이지 않은가. 조선이 아무리 언어도발을 하고 협박을 한다 해도 한국은 신중해야 한다. 한국이 잃을 것이 훠얼씬 더 많다. 그리고 민족 간의 대립을 끝낸다는 명분이 젊은이들과 서민들 수십 수백 만의 생명과 바꿀만한 가치는 없다.

제발 한미연합 훈련 중단하고 조건 없이 조선을 협상 테이블로 초대하라. 그리고 미국도 설득해서 한반도에 안정을 찾을 방도를 강구하라. 핵을 만든 놈으로부터 핵을 빼앗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핵을 사용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것이 진정한 외교이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 7천만 국민과 인민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결단해야 한다. 더 이상 이런 위기감을 갖고 살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인생이다. 공약한 대로 무조건 대화하고 협상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남과 북이 편안하게 왕래하고 만났던 그 시절까지로만 돌려줘도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