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갈릴리신학대학원 홍정수 박사의 주제강연이 이어졌다. 홍 박사는 한국감리교회에서 종교재판을 받고 출교되었었다. 출교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목회를 하면서 연전에 갈릴리신학대학원을 설립하여 신학교육을 하고 있다.

홍 박사는 주제강연의 주제를 ‘목회자 자신을 위한 자성적 신앙론’이라고 정하고 어린 시절 강원도에서 자랐던 자신의 경험과 현재 미국에서 신학교를 운영하고 목회를 하는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강의가 워낙 다양한 경험과 신학, 지역과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정리와 요약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렵게나마 요약을 시도해본다.

성서에는 기적이 계속되지만 내가 사는 현실에는 기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성서에서 말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내 신앙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본회퍼와 일단의 그룹이 히틀러의 암살을 계획하면서 본회퍼는 만약 폭탄이 터지기만 하면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믿겠다고 했다. 그러나 폭탄은 터졌지만 히틀러는 죽지 않았다. 본회퍼는 히틀러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이 없다고 절망했다. 이런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목회에서 하나님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하나님이라는 단어는 교회 안에서 대화의 소통을 위해서나 필요할 때뿐이다. 그렇다면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신은 아무 영향이 없는 변수일 지도 모르겠다. 본회퍼도 이런 관점으로 이야기를 했다. 하나님이란 단어는 오늘날의 교회 안에서 도전 받는다. 이집트 병사를 바닷물에 쳐 넣고 어린 아이까지 다 죽여 없애라는 명령을 하는 하나님은 젊은 세대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존재가 아니다.

예수 믿으면 돈 많이 벌고, 권력을 얻고 기적이 일어난다고 교회에서 가르치고 많은 목사들이 설교하지만 그런 말은 더 이상 의미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오히려 예수의 이야기라는 것은 해봐야 십자가에 못 박힐 뿐이다. 예수를 믿고 구원을 얻는다는 것은 예수를 따르는 일에서 죽어도 좋다는 결단이자 고백이다. 그런데 예수의 이야기, 예수의 복음은, 재미있게 살게 하는 힘이 있다.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온, 내가 미국에서 목회를 하면서 과연 최강국이자 기독교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하나님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물론 예수의 이야기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하는 고민도 담겨 있다. 예수의 이야기가 신분해결, 취업, 노후대책 등등의 목적에 매달려 있는, 주변인이자 이방인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래서 그들이 앓고 있는 고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미국 이민사회에서 남자는 ‘노바디’이다. 즉 이민사회에서 남성은 정체성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이들에게 예수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할 것인가? 마가복음 1장에서 예수는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하층 존재들에게 ‘너도 사람이다’라는 인정을 해주는 이였다. 이것이 예수 이야기의 의미이다.

목회를 직업적으로 생각하고 돈벌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노바디’에게 ‘너도 잘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을 나의 목회의 목표로 삼았다. 예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에서 변두리에 있는 이들에게도 예수가 복음일 수 있게 하려면 ‘너 잘났다’ 하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예수의 목회는 잘 준비하고, 자기의 끝을 알고, 병 고치고, 권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것은 성서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다. 그것만이 필요하다. 유태인들의 방식이 그렇다. 그들에게 하나님이란 전지전능이나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율법(토라)을 따라 사는 것이다.

교회의 지도자는 예수 복음의 핵심에 대한 공부를 해서 알아야 한다. 신학과 신학자들은 실제 아픔과 상황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해결할 능력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학자에게 의지할 것이 아니라 목회자 스스로가 풀어야 한다. 기독교는 몰락하고 있고 막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인데 그에 대한 해결책은 목회자 스스로가 예수 복음의 핵심을 묻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의 복음에 대해서 봐야할 몇 가지의 관점이 있다. 병 고침과 기적의 수혜자 중에 예수의 길을 계승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예수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였다. 병 고침은 ‘너도 잘났다’는 자존감을 갖도록 하는 도구이다. 죽은 파리가 살아난다고 부활이라고 하지 않는다. 부활은 하나님의 행위가 읽혀지는 사건이다. 수혜자의 입장에서 보면 예수의 병 고침은 그저 수명의 연장이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의 병 고침을 변화의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병자라는 이유로) 천벌을 받은 사람들로 정죄된 사람들에게 예수는 ‘너도 사람이다’라는 선언을 한 것이 성서에서 말하는 병 고침의 사건이자 의미이다.

미국은 기독교적 국가이고 미국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기독교적이고 미국의 신학자들도 그렇다. 그들은 미국인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결론을 내릴 뿐이다. 미국의 신학은 예수를 몰라도 된다,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이것이 미국 신학의 한계이다. 우리가 그런 고백을 따를 수 있겠는가?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신학, 우리의 고백을 만들어야 한다. 수혜자들의 삶이 바뀌는 역사가 여전히 일어난다면 예수 역시 여전히 메시야이다. 교인들의 초점에 맞춰 그들의 아픔을 위한 설교를 해야 한다.

하나님 없이, 돈 없이, 성공 없이, 예수는 사람들에게 줄 것이 있다. ‘I'm sombody!' 당신은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그 어떤 존재라는 자부심을 주고 스스로 새로운 존재로 규정하게 될 것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영혼이다. 영혼을 따르는 것이 신앙이다. 현실적으로 보니 교회의 예배라는 것이 근사하게 돈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화려한 의식과 예전이 결국 교회에서 우아하게 돈을 걷는 것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학은 돈 없이, 성공 없이, 예수를 따르는 것으로 재건되어야 한다.

내부에 대한 비판정신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연민을 갖고 있는 것은 기독교뿐이다. 그래서 난 이 세상에 기독교가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 살아남는 것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합리적 설득력이 없는 신앙은 후대에 계승되지 못한다. 신화와 거짓으로 가득 찬 예수 이야기는 더 이상 후대에게 복음이 되지 못한다.

하나님의 전통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것을 뒤집어엎고 인간의 생명을 살리고 회복시키는 것이 예수 이야기이다. 과연 예수 이야기에서 예수 자신은 무엇이었을까? 예수는 생명을 돌보는 가장 소중한 일을 통해서 인생의 희열을 맛보았을 것이다. 예수가 찌그러진 생명들을 돌보면서, 그들이 웃음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예수는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그 일을 그렇게 지속할 수 있었을까? 그렇기에 구원이라는 개념은 양생(養生)이라는 개념으로 해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기를 바란다. 이민목회를 하면서 짓밟히고 인정 받지 못하는 이민자들의 삶을 보고 느꼈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목회를 했기에 나는 기쁘고 행복했다. 덧붙인다면 기독교의 한계는 고유명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나는 예수가, 또 예수라는 명사가 속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양생의 능력이 나타나는가 아닌가가 더 중요하다. 이제는 예수라는 이름을 넘어서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