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자라고 하면 자신이 신앙하는 바에 대해 소리 지르며 열광하는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옳다. 구약에서 엘리야와 대결한 바알과 아세라의 선지자들과 같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자해하면서까지 자신들이 신앙하는 바에 빠져 있었다.

그러한 경우만 광신자인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신천지인들과 논쟁을 하면서 경험한 바 때문이다.

그들은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직업 전선에서 성실하게 살기도 하고 자신들의 도를 전파하는 일에 전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수용하고 있는 도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말이 통하지를 않는다. 이만희 총회장이 요한계시록의 실상을 보았다고 생각하며 그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 사람이 확 달라진다. 요한계시록만이 아니라 다른 본문 구절들에 대한 이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영생은 길 영과 살 생의 한자어가 합쳐진 단어이다. 그래서 죽지 않고 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죽었다가 사는 것은 부활이지 영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영생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안다는 것은 체험적인 앎을 가리키며 그 의미는 교제하는 것이다. 영생은 삼위이시며 한 분이신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다.

영생의 양상은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면 영생을 얻었다. 그의 삶은 영생이다. 죽음 이후에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영생이다. 예수님의 재림 때에 이 땅에 살던 신자들은 죽음을 보지 않고 길이 산다. 영생이다. 이만희 총회장은 마지막 경우만 영생이라고 주장한다. 잘못된 것이다.

이는 그렇게 어려운 설명이 아니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영생을 아는 것이라고 하셨고 이만희 총회장은 길이 사는 것이라고 하는데, 신천지인들은 영생은 길이 사는 것이라고 한다. 예수님의 말씀보다 이만희 총회장의 말에 더 권위를 둔다. 겉으로는 이만희 총회장이 교주가 아니라 예수님이시라고 말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니다. 이만희 총회장이 예수님보다 더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 외형이 어떠하든지 실상은 교주인 이만희 교주에게 예수님보다 더 높은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광신자들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개신교 안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인격이나 생활을 보면 존경할 만하다. 얼마나 좋은 목사 또는 신자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이 받아들이고 따르고 있는 신학이나 교리 문제로 들어가면 180도 달라진다. 성경의 진술을 아무리 설명해도 요지부동이다. 오직 조상들의 유전이다.

삼위일체를 3=1로 규정하고 신비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고수하려고만 하는 모습은 그 한 예다. “이해 불가능한 명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조롱이다. 이성이 작용할 수 있으려면 개념이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그 누구도 명확한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은 그저 자칭 예수의 사제들이라는 협잡꾼들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토머스 제퍼슨의 말이다. 달리 할 말이 없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단다. 성경의 진술이라면 고수하여야 하겠지만 아니다. 3=1은 성경의 진술을 오해한 결과일 뿐이다. 이해하기 그렇게 어려운 사안이 아님에도 그냥 고고다.

구원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칼빈주의의 관점이 아니면 알미니안주의의 관점만을 고수하려고 한다. 특히 칼뱅의 예정론이나 이중선택사상을 추종하는 이들은 심하다. 성경의 가르침과는 다른 주장일 뿐임을 확인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데도 요지부동이다.

모든 신천지인들이 광신도인 것은 아니다. 모든 개신교인들도 그런 것도 아니다. 차분하게 설명을 듣고 수긍하며 돌이키는 경우도 있다. 내 주위의 장로교 목사 중에 삼위일체나 구원론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책을 읽고 이전의 관점에서 돌이키는 모습을 보았다.

광신도를 앞에 언급한 바알과 아세라의 선지자들과 같은 경우로만 한정하지 않고 좀 확대해 보자.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자. 내가 광신도이지는 않은지. 성경의 진술과 다른 조상들의 유전을 고수하는 데에 열성적이지 않은지. 그러면서도 자신의 인격과 삶에 별 잘못이 없다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나는 성경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함에 있어서 초대 교회로부터 전승된 바를 잘 파악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잘 가려서 전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경의 가르침 자체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관점이 옳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 관점이 오늘날 이 시대에 어떻게 원리화되며 삶을 통해 드러나야 하는가에 있어서는 진보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진보 신학을 따르는 이들을 대하면서 아쉬움을 가진다. 성경의 정신을 훼손하는 보수적인 삶을 사는 이들을 대하면서 안타까움을 가진다.

나만 아니라는 것인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내 주장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논쟁하고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면 언제든지 수정할 용의가 있다는 것만은 명백하다. 성경의 진술에 대해 논의하고 성경의 가르침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기존 입장과 다른 부분이 밝혀지면 언제든지 바꾸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