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서무오설과 꼭 붙어다니는 개념이 있는데 하나가 성서영감설이라고 해. 그게 뭐냐면 성서의 모든 글자 하나하나가 성령의 감동으로 쓰여졌다는 거야. 난 가만히 있는데 내 손이 저절로 글씨를 막 쓰는 거야. 그리고 정신차려보니 내 눈앞에 성경책이 한 권 떡하니 놓여있는 거. 그림이 그려지지? 그리고 또 하나가 축자주의야. 이건 뭐냐면, 글자 그대로 사실이라는 생각이지, 성서는 역사적 사실일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거야.”

성서영감설이나 축자주의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잘못되었다. 성령의 감동이 기록자가 가만히 있는데 그의 손이 저절로 글씨를 막 쓰는 것인가? 전혀 아니다. 축자주의가 글자 그대로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사실이라는 말인가? 역시나 아니다.

성령의 감동이란 성령의 역사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드러내는 글쓰기였다는 의미이다. 기록자의 사상이나 경험 등이 글에 내포되어 있는데, 그 사상이나 경험의 표현이 당사자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성령 하나님의 통제 하에서 하나님의 뜻과 배치되는 내용이 기록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유기적 영감이라고 한다. 이는 영감의 방법에 대한 것이다. 바울 사도가 이어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축자주의란 어떤 문장이나 단어에 있어서는 성령의 역사가 있고 어떤 문장이나 단어에 있어서는 성령의 역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단어에 성령의 감동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영감의 범위에 대한 것이다.

만약 발제자가 기자가 기록한 대로 그렇게 개념을 설명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최소한 신학자가 되어서 그런 식으로 개념을 왜곡시키면서 발제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자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면 잘못이긴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다만 글을 적을 때에는 제대로 알고 적어야 한다는 말은 하고 싶다.

성서무오류설을 주창하는 이들 중에서 극단적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부이다. 모든 성서무오류설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일반화의 오류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읽고 있는 사본들에 의하면 오류가 분명히 있다. 이것을 부정하는 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럴 필요가 없다. 사본이지 않은가?

원본에 대해서는 어떤가? 오류가 없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확인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본이 없으니까. 일반적으로 원본의 99% 정도가 그대로 사본으로 우리가 보고 있다고 한다. 사본에서 확인되는 오류라는 것은 남은 1%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 원본에 대해서도 오류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확인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오류나 무오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이다. 무오류를 같은 사건에 대한 기록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거나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사실과 어떠한 오차도 없다는 것으로 규정한다고 하자. 당연히 오류가 있다. “과학적”이라는 면만 생각해보자. 기록자들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과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데, 어떻게 오류가 없을 수 있겠는가? 현재의 “과학적”이라는 것도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말이다.

오류를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데에 잘못이 있다는 의미로, 무오류를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데에 잘못이 없다는 의미로 규정해보자. 무오류는 본문을 읽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게 되는 데에 있어서 본문에 기록된 내용과 하나님의 뜻이 상충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본문을 읽고서 본문에서 말하는 바대로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아니었다고 이야기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서무오류설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

문제는 본문을 읽고서 본문에서 말하는 바대로의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삼위일체이다. 성부, 성자, 성령이 각각 하나님이시고 한 분이시다. 여기에서 한 분은 수적으로 1이라는 의미이다. 삼위가 각각의 하나님인데 수적으로는 1이라고 하는 것은 순 엉터리이다. 이렇게 설명하고는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신비라고 말하고 있다. 순 엉터리로 본문을 읽고서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주장이다. 칼뱅의 예정론이나 칼뱅의 이중선택사상 등도 본문을 잘못 이해한 결과이다.

결국은 해석의 문제이다. 성경은 오류가 없다. 해석에 있어서 오류가 있다. 연구와 토론 내지 나눔을 통하여 해석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 자신들의 입장만 말하고 그것을 끝이다. “내가 옳으니 네가 받아들이라”는 식이다. 어떤 부분은 옳지만 어떤 부분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각자가 하여야 하는데, 아니다. 그나마 토론이나 나눔이라는 것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끼리끼리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나오면 그것은 회피한다. 결국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 반복해서 말하고 그것으로 끝이다. 책임이 있는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말이다. 그들 외에 사람들이 이런 공간에서 치열하게 토론을 하지만 결정권이 있는 이들은 관심이 없다. 그냥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만 고수할 뿐이다. 결국 팽팽한 선로와 같이 각자 갈 길을 간다.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