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유익한 생물일까? 해로운 생물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자라고 말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지렁이의 역할은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이견이 없다. 지렁이가 사는 땅이라면 믿을 만하다. 식물의 생장에 좋은 땅이다.

지렁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KBS <인간의 조건)에도 등장했다. 지렁이는 음식물을 먹고 땅에 배설물을 내어놓음으로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땅이 기름져 좋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좋다.

건강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렁이를 먹고 불치병이 낳았다는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찰스 다윈은 지렁이를 ‘흙의 창자’라는 말로 극찬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새 새로운 연구가 나와 지렁이에 관한 우리의 상식에 찬물을 끼얹는다. 지렁이가 지구온난화에 상당히 기여한다는 것이다. <네이처 기후변화>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전체 배출량의 20%, 이산화질소 60% 정도가 땅에 있는 뿌리나 미생물의 화학작용으로 만들어지는데 지렁이가 사는 땅에서 각각 33%와 42%나 더 많이 방출되었다는 것이다.

지렁이가 땅속에 남기는 구멍이 토양에 함유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더 많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지렁이 내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상당한 양의 이산화질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렁이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토양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일등 공신이란 얘기다. 이로운 생물 지렁이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연구다. 지렁이가 무조건 이로운 생물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세상의 이치는 다 지렁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이 있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다. 손등이 있으면 손바닥이 있다. 내가 보는 데가 어디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 이상을 말할 수 없다. 경험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거짓말쟁이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렁이의 좋은 점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는 지렁이의 나쁜 면을 밝혀주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으로 평가될 때가 있다. 평가하는 사람이 다르면 평가가 다르다. 시어머니가 보는 며느리와 친정어머니가 보는 딸은 같은 사람이라도 평가가 다르다.

또 평가 받는 사람을 어떤 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 대교회를 목회하는 목사에 대하여 그 교회 교인이 보는 담임목사로서의 평가와 일반인이나 다른 교회의 성도들이 보는 일반적인 목사로서의 평가는 엇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목사로서는 훌륭한데 자녀들의 아버지로서는 점수를 줄 수 없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목사의 아내에게 얻는 평가는 더더욱 엉망인 사람도 있다. 다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님께 어떤 사람이냐다. 당신은 인생의 최종 평가자인 하나님께 어떤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