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대북지원 민간교류 및 인도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단체들의 협의체,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의 2013년도 총회가 1월 31일(목) 오전 10시, 대방동의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현재 북민협에 속한 56개의 단체는 지난 15년 동안 꾸준하게 대북사업을 진행해온 단체 혹은 최근에 설립된 단체를 두루 아우르고 있으며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나눔인터내셔날, 한국JTS, 남북나눔운동,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원불교 은혜심기운동본부, 한국YMCA 전국연맹 등 다양한 종교와 정치성향, 계층,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금번에 열린 총회에서는 감사보고, 결산보고, 사업보고 등 한 해 동안의 사업실적과 내용을 보고하였으며 임원 구성은 정관에 따라 가부를 물어 만장일치로 작년에 선임된 회장, 부회장, 상임위원, 감사 등의 단체를 유임하기로 함에 따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인명진 상임공동대표가 회장, 평화3000의 박창일 운영위원장과 나눔인터내셔날의 이윤상 대표가 부회장을, 굿피플, 기아대책/섬김, 남북나눔운동, 새누리좋은사람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월드비전, 천주교 서울대교구민족화해위원회가 상임위원단체로, 어린이어깨동무와 한국대학생선교회가 감사단체로 재신임되었다.

또한 새 정부에 보내는 건의서 채택의 건에서 ‘남북관계 개선 및 인도적 대북지원과 관련하여 박근혜 새 정부에게 보내는 건의서’를 채택하여 건의서를 전달하기로 결의하였다. 이 건의서에는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 활동에 대한 정상화,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 재개, 종교계와 민간단체가 제안한 ‘인도적 대북지원에 관한 사회협약’에 새 정부가 동참해 주시고 민관협력을 위해 (가칭)‘인도적 대북지원 실행을 위한 민관협력위원회’ 설립, 한반도 정세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평화적,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새 정부의 적극적으로 노력해줄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폐회에 앞서 상임단체 대표들은 지난 대북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새 정부에 대한 바램을 나타냈다. 한 상임단체 대표는 ‘최근에는 북한의 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다. 눈이 많이 오고 비가 많이 와도 북한의 어린이들이 겪을 고통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져서 안타깝다’고 발언했다. 다른 대표는 ‘북측에서 새로 우리말사전을 만들었지만 이를 인쇄할 종이가 없어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남북관계가 해결되면 이런 문제는 다 해결될 텐데 지금 상황이 매우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영식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는 실질적으로 대북 인도지원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국정부와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 현황’ 표를 제시하였다. 작년의 경우에는 민간단체가 통일부로부터 약 118억 원에 해당하는 대북지원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실제로 집행된 것은 6-7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하였다. 강 총장은 인도적 대북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차원에서 조건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현 정부의 방침이지만 실제로는 남북관계에 강하게 연계시키고 분배투명성, 지원규모의 적정성 등 방법론적인 문제들을 우선시함으로 인도주의지원을 대북 압박정책의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며 비판하였다. 그리고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 활동 정상화,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협력기금 지원의 재개, 사회적 합의 모색과 민관협력의 강화 등을 새 정부에 주문하였다.

끝으로 강동완 교수는 현재의 남북관계, 북미관계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으로 판단하였다. 그는 북한에서 1월 1일 열린 모란봉악단 신년축하공연의 주제가 통일이었고 남북정상화담 장면을 배경으로 하여 자주통일을 강조한 점,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목적달성에 몰입하는 점 등을 들어 북이 남에게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에 반해 유엔 제재결의에 대해 격렬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로켓발사 성공으로 최고도로 높아진 북한의 자부심과 자존심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어쨌건 북은 남의 지원을 받고자 하나 한국정부가 응답하지 않아 어려움이 커졌다고 보며 이런 상황에서 인도지원단체는 정부가 할 수 없는 틈새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박 당선인이 남북한 교류협력사무소의 설치를 제안하였는데 이는 북민협이 오랜 기간 추진해온 북민협 평양상주사무소와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일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발표에 이어진 지정토론 역시 기대와 절망이 교차하는 복잡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김이경 사무총장은 지난 5년 동안 확인된 대북 인도지원단체의 역량과 관점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평화를 결합한 인도지원, 질적 수준을 높이는 지원, 수혜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대북지원을 제시하였다. 엄주현 사무처장은 박 당선자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대통령의 그것과 다름이 없어 비관적이라 예상하며 이 정부 하에서의 인도지원 활동을 제대로 평가하여 전략을 새롭게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도주의 원칙을 세운 단체들이 단결하여 정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여 대북사업을 구상,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관우 총장은 북측의 기관과 협의하여 북한 각 지역에 산개되었던 남측 단체들의 사업을 특정 지역에 총망라하여 모델이 될 만한 사업을 시행할 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한명삼 사무총장은 현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아지리라고 낙관적 기대를 내비치면서 그동안 해옸던 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새로운 사업에 대한 논의구조를 만들어야 할 필요와 북민협의 독립적 사무처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여기서부터는 나의 칼럼!
국정원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북민협도 어쩌면 성격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남북관계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북한에 대한 인도지원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대북 인도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어떤 인사는 15년 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관계가 좋을 때는 한국에 있는 날보다 조선에 가 있는 날이 더 많았던 경우도 있고 북한의 호텔에 외상을 긋고 오기도 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배편으로 지원물자를 가지고 올라가 남포항에 묶여 있을 때(세관법 등으로 인해 남포항 밖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 평양냉면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조선에서 사귄 친구가 평양에서 냉면을 가져와 먹게 해주기도 하였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한다. 한국에서는 남북문제, 대북 인도지원 문제를 습관적으로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고 또 해석하지만 조선을 왕래하며 인도지원 사업을 하는 활동가에게는 거기도 사람이 사는 세상, 땅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 관계가 형성되고 관계는 화해와 이해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이런 크고 작은 관계가 조선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저변을 형성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암묵적으로 금지되고 있으며 종종 종북좌파라는 딱지가 붙여진다. 아쉽다.

아무튼 그동안 북민협과 대북인도지원 활동가들이 음으로나 양으로나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역할을 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조선이 완강해지면 완강해질수록 인도지원 활동가들의 역할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인도지원은 순수한 인도지원이라는 의식 역시 한국에 필요하다. 인도지원 상황을 보면 아프리카의 피지원국가나 조선이나 그리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조선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이 격력한 반대를 받는 이유는 역시 정치적일 것이다. 사람을 살리고 생명을 생명답게 하는 목적에,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동포애, 잠재적인 통일운동이라는 목적까지 부여 받은 대북 인도지원 활동가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보내준다면 얼마나 큰 격려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