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에는 세 종류의 물고기가 있다. 산 물고기, 죽은 물고기, 오염된 물고기. 교회 마당 가로 흐르는 국촌천에 가끔 사람들이 와서 물고기를 잡는다. 늘 곁을 흐르는 시내지만 그 속에 물고기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요새는 시골도 너무 오염되다 보니 시내에 물고기가 없을 거라고 지레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난 주간에 몇 명의 사람들이 교회 마당에 차를 세우고 얼어붙은 강바닥을 파헤친다. 물으니 물고기를 잡는단다. ‘어라, 물고기가 있어?’ 정말 많이는 아니지만 물고기가 있었다.

어렸을 때 강을 더듬질하여 물고기를 잡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이내 ‘저 물고기를 잡아 뭘 한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오염된 물기고일 터. 그러나 그네들의 동심을 얼어붙게 하고, 또 참견하는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물고기도 물고기 나름이다. 먹을 수 있는 게 있고 먹을 수 없는 게 있다. 먹을 수 없는 걸 열심히 잡는 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언뜻 어디서 읽었던 글의 내용이 떠오른다. 죽은 물고기와 산 물고기의 차이가 무엇인가? 둘 다 물에 있다. 그러나 방향이 다르다. 산 물고기는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리 물결이 거세도 산 물고기는 그 물결을 이용한다. 때론 거스르기도 하고, 때론 순응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의도한 방향대로 간다.

산 물고기는 가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하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단지 물결을 이용할 뿐이다. 그러나 죽은 물고기는 물길을 따라 아래로 흐른다. 물결을 이용하는 게 아니고 물결에 이용당한다. 자신의 의도는 없다. 물결의 의도대로만 움직인다.

또 하나를 굳이 들자면, 오염된 물고기다. 오염된 물고기는 대체로 기형일 경우보다 겉으로는 멀쩡한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속이다. 오염된 물고기는 물결을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물에서 살아있으니 산 물고기처럼 보인다. 죽은 물고기는 사람이 먹지 않지만 오염된 물고기는 모르고 먹을 수 있다. 위험하다.

이게 비단 물고기 얘기만이 아니니 문제다. 성도도 이와 같다. 세상이 아무리 사악하게 변해도, 아무리 물질만능으로 포장해도, 신 아닌 신이 하나님으로 등장해도, 시류에 합세하지 않는 신앙인이 있다. 그는 산 신앙인이다. 그러나 반대로 시시각각 변하는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 한다. 방향성이 없다. 세상의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 세상과 한통속이다. 살았으나 죽은 신앙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오염된 신앙인이다. 겉으로는 전혀 신앙인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은 아니다. 죽은 신앙인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살아있다(?). 참 무섭다. 오염된 신앙인은 자신의 죽음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물결을 따라서만 움직인다면 죽은 물고기이듯, 세상과 구별되지 않는다면 죽은 신앙인이거나 오염된 신앙인이다. 그리스도인이여! 때로는 시류를 거슬러라.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라. 때로는 세상을 가로질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