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이 10년은 족히 더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흔히 시간이 길다고 말하는 경우는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거나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기다릴 때이다. 지난 5년 시간은 무척이나 길었지만 되돌아보면 성취한 일은 별로 없다. 바빴던 것은 아닌게 분명하다. 더군다나 대북지원사업을 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몇 년 동안의 성적표가 너무 초라해서 어디에 내놓기도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혹은 어떤 시점인가를 간절히 기다렸다는 말이다.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을 간절히 기다렸기에 그 시간은 기나길게만 느껴졌다. 물론 그 기다림의 끝이 민주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새누리 혹은 신천지)이 아니라는 것에는 좀 섭섭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이분은 정말 국민들의 기대에 절대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불행히도 부정적인 것만! 오늘 아침뉴스에서 속보라고 나온 내용을 보니 작년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사상최대라고 하였지만 정작 서민은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살기 힘들다는 푸념만 늘어놓고 있으니 결국 이 대통령이 빈익빈부익부 나라살림살이만 했다는 증거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임기 내내 부자감세를 비롯한 부자, 대기업 밥그릇 챙겨주기, 없는 일감 만들어서 건설사에게 몰아주기 등, 90%가 넘는 국민 전체의 살림살이가 아니라 10%도 채 안되는 부자들 주머니만 채워줌으로 각종 수치는 증가했을지 모르나 전반적인 살림은 궁핍해진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큰소리 치면서 혹은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강조했던 경제회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747이니 비핵개방300이니 일자리 300만개 창출이니 하는 공약들은 공적인 약속이 아니라 알맹이 없는 약속이 돼버렸다.


하이라이트는 4대강사업이다. 수십년에 걸쳐서 해도 문제가 될 사업을 불과2-3년만에 해치워버렸고 그나마도 엉터리에 국민세금 쏟아붓기라는 감사원의 발표까지 나왔다. 공식적으로 22조원의 세금이 사용되었으나 사업과 관련한 일자리 약속이나 지방경제 활성화 약속 등은 신기루같이 사라져버렸고 결국 남은 것은 막대한 유지 혹은 철거비용뿐이다. 건설사 사장출신 답게 어려움에 처한 겅설사들의 구원투수가 되어 확실하게 건설사들, 특히 재벌건설사들을 살려준 후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사재를 헌납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자신의 재단을 설립했다. 그런데 국민 생각은 이 대통령이 직무를 이용해 결국 건설사들에 자기 노후연금이나 보험을 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온갖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국민의 환심을 사서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철저하게 자기와 자기 라인의 이익에 복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정말 마지막까지 다재다능한 자기 잇속 챙기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55명의 특별사면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55명 중에는 최시중, 천신일, 박희태, 김효재 등의 측근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나 부끄러운 마음은 있었는지 용산참사 관련 구속자 5명의 이름도 끼워 넣었다. 이 다섯 명은 특사를 베풀어준 이 대통령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지 아니면 기가 막힌 마음을 가져야 할지 표정관리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상한 것은 왜 형 이상득이 항소를 포기해서 형을 확정하고 이번에 사면을 받지 않았는가이다. 지금가지의 철면피 행보로 볼 때 전혀 부끄럽거나 비상식적인 일은 아니다.

아무튼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철저하게 자기와 측근들의 이익만 챙기고 임기를 마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들의 삶은 팍팍해질대로 팍팍해졌고 자살률은 떨어질 줄 모르고 오히려 높아지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이라는 보고도 나왔다. 게다가 자연생태계는 4대강 사업으로 아파하고 있다. 도대체 이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은 무엇일까? 그에게 민주주의 제도 하의 대통령직은 전제군주제의 임금이나 왕과 다를 바가 없나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에게 세금은 자기 주머니의 쌈짓돈이나 다름 없나보다. 노망이 든건지 아직도 철이 안 든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이 있다. 이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게 특사를 단행할 수 있었을까? 만약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후보가 당선되었어도 이처럼 당당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국민을 우롱할 수 있었을까? 아마 절대 그렇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제 멋대로 똥배짱을 부리는 것은 결국 새누리당의 박근혜 당선자를 믿고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박 당선자도 이 대통령의 사면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스스로 전제군주의 제왕처럼 행세하던 이 대통령이 대통령직이 얼마나 무한한 권력을 갖는지 알았을텐데 과연 차기 제왕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자기 뜻을 펼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임기 한달을 남겨 놓은 시점에서 말이다. 물론 그동안 보여준 이 대통령의 배포를 고려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뒤늦게 사면제도를 고치겠다는 둥 별 소리를 다 하고 있지만 그런 엄포가 뻥~이라는 것은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며 이 대통령이 보기에도 별로 실효가 없는, 어쩌면 짜고 치는 고스톱에 지나지 않는 퍼포먼스라는 생각이 앞선다.


같은 당에서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것은 일관된 정책의 지속이라는 측면에서도 간절하겠지만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자신의 각종 실패에 대한 확실한 보험이라는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한다. 이 대통령에게 박 당선인은 축복일테지만 박 당선인에게는 지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박 당선자는 겉으로는 강경하게 이 대통령에게 대응하는 듯하지만 그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 나쁘게 보면 겉으로만 강경한 척 할 뿐이지 속으로는 이미 다 이야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박 당선인이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마지막까지 막 나가는 이 대통령에게 이런 식으로 물렁물렁하게 대하면 안 된다. 분명하게 선을 긋는 립서비스는 하지만 퍼포먼스는 없지 않은가! 분명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들은 역시 한 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니의 개인적 정치적 성향은 분명 박근혜 당선자와는 다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의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한반도 7,500만 명의 생존과 행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 당선자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첫 걸음부터 전임 대통령 때문에 삐걱거린다면 남은 임기도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바라기는 이 대통령은 주제를 알고 좀 자제를 해주고 박 당선인은 당론이나 당파가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여 이 대통령에 대응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