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엔 나쁜 사람만 있다고.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세상이라고. 뭐 물론 일정부분 그들의 주장이 맞기도 하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는 사건들이 도처에서 터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이 그리 살맛 잃는 사건으로 즐비하기만 한 건 아니다. 어떤 태도와 생각으로 세상을 대하느냐에 따라 마냥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경험하면 ‘아, 꽤 살만한 세상이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겪었던 사건이다. 자동차 접촉사고 이야기다. 대부분 아주 경미한 사고라 할지라도 자동차 접촉사고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선. 육안으로 볼 때 긁힘 정도가 눈에 잘 띄지 않아도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기 일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험이 잘 발달된 탓에 조금은 신경을 덜 써도 된다.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여름휴가 때 앞차가 갑자기 멈추는 걸 대처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앞차와 키스(?)를 하고 말았다. 나가 보니 내 차도 그 차도 별로 흠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젊은 운전자는 화를 내며 보상을 요구했다. 하는 수 있겠는가. 보험 처리를 하기로 했다.

나중에 보험회사에 청구된 액수는 어마어마했다. 렌터카를 거의 열흘을 썼다고 한다. 범퍼도 수리가 아니라 교체를 해줬다고 한다. 그 때의 교훈은 ‘조심 운전해야지!’였다. 그러나 그게 조심만 한다고 되는 것이랴.

아뿔싸! 또 한 달 전에 비슷한 사고를 냈다. 집을 나서는데 작은 마을길의 양옆으로 빼곡하게 차를 주차해 놓았다. 새로 집을 짓는데 일하는 분들이 그런 모양이었다. 경음기를 누르기를 몇 차례, 저쪽에서 운전자로 보이는 사람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늦게 출발한 터인데 약속한 시간은 늦어가고, 잘만 하면 그냥 통과가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운전자가 느린 걸음으로 저쪽서 다가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급한 성격은 운전경력과 솜씨를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올려 잡고 슬슬 핸들을 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아내가 “여보, 밭으로 빠질 것 같아요!” 그 순간 난 무아지경으로 운전대를 오른쪽(밭 반대쪽)으로 틀었다. 거의 다 빠져나오는가 싶었는데 오른쪽 바퀴 뒤쪽으로 옆 차 범퍼를 살짝 가볍게 긁고 나온 것이다. 대략 난감! 거의 천 분의 일 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역시 보험 처리를 했다. 그런데 보험 처리를 담당한 직원이 피해 차 운전자가 아는 분이냐는 거다. 아니라고 했더니 보험금이 가산되지 않는 수준에서 고치라고 했다는 거다. 렌터카를 쓰라고 해도 마다하고.

렌터카를 열흘이나 썼던 차는 국산 그렇고 그런 차, 렌터카를 굳이 사양한 차는 외국 브랜드의 고급차, 하하하. 순간 ‘부를 누릴만한 사람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배려와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사는 세상, 살만하지 않은가. 지인이 말한다. “목사님, 평소에 웬만하면 돈 없이 합의보고 지나친 적 있으시죠?” 그렇다니까 “그걸 이번에 하나님이 갚아 주신 거예요.” 그런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