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2012년도 마지막 날, 오떡이어 일터사역 예배를 하나님께 올렸다. 본문은 고린도 전서 6장 1-11절. 교회 안의 갈등과 다툼의 일을 교회 밖 세상 법정에 송사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바울은 말한다. 성도가 세상을 판단, 즉 심판할 것이다. 성도는 천사도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은 마지막 날에 성도의 판단의 대상이다. 그런 세상에 성도들 안에 일어난 일을 판단 받겠다고... 세상법정에 가지고 나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바울은 이런 고린도 교회 교인들의 행태에 대해 불의를 행하고 속이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교회 안에서의 일은 교회 안에서 판단하고 해결하라는 것이다. 교회 안의 것을 교회 밖으로까지 가지고 나와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바울은 말한다. 그러면서 고린도교회에게 교회 안의 문제를 해결할 만한 지혜로운 이가 하나도 없냐고 책망한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던져진 듯 했다. 고린도전서를 묵상하면서 현 조국 교회가 고린도교회하고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린도 교회는 일단 유명한 사도들을 중심으로 분열되어 서로가 잘났다고 떠들어대고 본인들이 우위에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다른 편들을, 그리고 그들이 추종하는 사도들까지도 흠집을 내고 깎아내렸다. 사도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들 멋대로 그렇게 한 것이다.

교단별로, 교단 안에서도 서로의 여러 가지 모양의 이익 때문에 나눠지고 단절하고 분리하여 하나됨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 닮았다. 내가 속한 감리교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적인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종교권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써클로 분열하고 싸우고 하는 모습... 말 많고 탈 많았던 고린도 교회와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고린도교회는 은사가 풍부했고 본인들 생각에 영적 지식이 풍부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했다.

바울 서신을 쭉 읽어보라. 우리가 자랑할 것은 오로지 십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다. 그 어떤 공로도 자기 의도 내세울 것이 없다. 오로지 은혜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런데 고린도 교회는 풍부한 은사, 영적 지식, 외적인 여러 가지 업적 등을 자랑했다. 자랑한 나머지 중요하게 지켜나가야 하는 교회의 본질, 특히 거룩성을 잃어버렸고, 놓치고 있었다. 교회 내 근친상간의 죄가 있었는데도 그것을 치리하지 않았고 묵인했다.

조국교회는 많은 업적을 자랑한다. 교회사에서 가장 눈부시게 숫적으로 성장을 이룬 것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 10개 중에 절반이 한국교회라는 등.... 그리고 교회가 무엇을 했고 어떤 사업을 했고.... 참 많은 것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자랑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해서 볼거리, 내세울만한 것에 관심을 둔다. 그러면서 교회는 점차 사업체가 되어가고 목사는 더 이상 영성가가 아니라 CEC이다.

바울과 초대교회는 철저하게 본질을 중요시 여겼고 본질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희생도 감수했다. 엄청난 비난을 받고 심지어 사도성까지 의심을 받고 침해를 받았어도 교회의 본질, 거룩성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며, 거룩성을 잃어버린 교회공동체를 향해 분노하는 사도의 모습을 우리는 보게 된다. 교회가 세상의 본이 되지 않는다면, 구별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교회가 교회답게 세상의 구원의 방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며, 그리스도의 몸으로써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세상법정에 송사하는 문제도 역시 이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 내부의 문제 때문에, 그리고 교단 내의 문제 때문에 목사들과 장로들과 권사들과 집사들이 세상법정에 호소를 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한다. 그들은 정의를 말하며 세상법정에 호소하는 것을 정당화 한다. 그런데 고린도전서 6장의 말씀에 의하면,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불의라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 내에서, 교단 내에서 해결이 안 되면 차라리 불의를 당하고 차라리 속아주라고 한다.

세상법정에서 교회와 교단내의 문제를 해결하느니 차라리 하나님의 정의에 맡기고 당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울은 교회 내의 문제, 교단 내의 문제를 세상법정까지 들고 나오는 것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는 죄, 즉 음행, 우상숭배, 간음, 탐색, 남색, 도적, 탐욕부림, 술취함, 모욕, 속여 빼앗는 이런 류의 죄와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 어떤 이들은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순진한 얘기 한다고... 하지만, 그런 당신은 과연 성경이 삶의 기준이 된다고 고백하고 믿는 사람인가? 감리교는 그 신학적 토대를 성서, 이성, 전통, 경험으로 본다. 웨슬리역시 한권의 책의 사람이었다. 우리 감리교의 정신은 성경에 충실함이며,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데 있다. 그런데 고린도전서 6장의 말씀을 보면서도 여전히 세상법정에 송사하는 목사들과 장로들은 도대체 성경을 믿는 사람들인가? 속상하고 답답하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었는가?

물론 이것은 교단도 책임이 있다. 교회의 문제, 지방내의 문제, 연회내 문제, 교단 내 문제를 정말 책임감 있게, 대립구도가 아니라, 또 한쪽에만 편중되지 않고 균형있게 해결을 목적으로 다루었다면 세상법정까지 그 문제를 끌고 나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교단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해주니 억울한 이들은 세상법정까지 가서도 호소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세상법정에 고소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의롭다고 할 수는 없다. 자기 합리화 할 수 있는 근거는 성경 어디에도 없다. 세상법정으로 교회문제, 교단문제가 나오면서 매스컴은 대대적으로 떠들어 대고 그러니 세상은 더더욱 교회를 범죄 집단시 하고.... 복음에 대한 마음은 굳게 닫기고...

이제 한국사회는 일반목회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선교지이다. 예전처럼 십자가만 꽂아도 교회가 성장하는 그런 시대는 물 건너갔다. 예전엔 젊은 엄마들은 자기들이 교회를 안가도 애들은 보냈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 엄마들 중에도 교회를 절대 안 보내려 하는 이들을 현장에서 많이 보게 된다. 교회가 왜 세상의 공공의 적이 되었는가? 분열과 분파주의, 그리고 서로가 더 잘 났다고 자랑질 하고 싸우는 바람에 교회의 본질을 놓치고 말았다.

예수님의 몸이 교회다. 그런데 지금 조국교회는 과연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신도를 성추행하고, 간음하고도 회개 없이, 사과와 사죄 없이 버젓이 목회하고 있고, 그런 자를 징치하지 않는 교단...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 되 버린 조국교회...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건강한 교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리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치는 것은 역시 대형교회다. 그런데 이런 대형교회에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터진다. 사람들은 일부 대형교회의 사건 사고를 보면서 절망을 느낀다. 그리고 교회가 자정능력이 없다고 믿어버렸다. 가장 공신력이 떨어지는 집단으로 추락하고 있다.

큰 교회가 큰일 하는가? 아니다! 거룩한 교회가 주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수에 상관없이 성결하고 거룩한, 본질에 가장 가까이 가려고 몸부림치는 공동체가 주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주님의 역사는 그런 공동체를 통해 일어난다. 큰 교회가 큰 일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어게인 1907년 운동이다.

1907년 대부흥운동이 다시 일어나길 바라면서 2007년에 교단들과 대형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부흥운동을 꽤한적이 있다. 메스컴과 기타 여러가지 매채와 방법들을 동원해서 열심히 구호도 외치고 모이기도 하곤 했다. 그러나 일회성 행사로 끝나고 말았다.

하나님의 부흥은 다른 말로 말하면 시대의 개혁이다. 개혁은 개혁이되 하나님께서 일으키시는 개혁, 이것이 부흥이다. 영국사회를 깨웠던 감리교 운동 같은 것이 바로 하나님이 일으키신 개혁이다. 감리교 운동의 핵은 무엇인가? 웨슬리를 중심으로 한 몇몇 사람들의 모임, 홀리클럽이다. 그 홀리클럽이 감리교 부흥운동의 모체가 된다. 에베소도시의 부흥 역시 바울을 통해 성령받은 12사람이 중심이 되어 2년 3개월 동안의 선교사역을 통해 도시 전체에 하나님의 개혁, 즉 부흥의 역사가 일어났다.

다수의 거대 집단이 하나님의 개혁도구로 쓰임 받은 것이 아니다. 소수였지만 거룩함을 지켜나갔던 이들, 본질을 추구햇던 이들, 오직 십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만 자랑했던 이들, 복음에 미쳐있던 이들을 통해서 하나님은 부흥과 개혁을 일으키셨다.

많은 이들이 개혁을 원한다. 교단개혁, 한국교회 개혁, 한국사회 개혁... 그러나 개혁은 조직과 시스템이 바뀐다고, 법좀 바꿨다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거룩함을 회복할 때 , 교회가 교회다울 때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주님은 세속에 물들지 않고 철저히 하나님 제일 중심의 신앙을 지켜낸 소위 남은 자들을 통해서 새로운 구원의 역사를 일으키신다. 이것이 신구약 전체에 흐르는 남은 자 사상이다. 조국교회가 썩었고 희망이 없어보여도 여전히 세속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신앙을 지켜나가는 그런 교회와 그런 성도와 그런 주의 종들이 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순결한 이들을 남겨 두셨음을, 그리고 그들을 세워 일하실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자신의 순결함과 교회의 교회 다움, 성도의 성도다움을 지켜 나가면서 때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겨자씨가 아름드리나무가 되는 것처럼 눈에 띄거나 보이지 않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일으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