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출근을 조금 늦게 했더니 이상한 이야기들이 들렸다. 목요일에 후원의 밤 행사를 하는 대북인도지원단체에서 문자가 왔는데 ‘우리가 꼭 무슨 행사를 하려면 북쪽에서 뭘 쏘네요...’라는 내용이다. 뭔 소린가 했더니만 출근하는 시간에 조선에서 로켓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순간 촉각이 곤두선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전날 언론보도들은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려서 점검을 하기 때문에 기한 내에 발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군의 감시태세 단계도 하향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한국 당국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했단다. 그 말이 맞다. 조선이 뒤통수를 친 게 아니라 한국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이 정확하다. 조선은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렇다면 그것은 속임수가 아니라 조선의 방식이다. 그런데 수없이 많이 그런 경우를 당해왔으면서도 여전히 자기들 계산법에만 따랐다면 조선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자신들의 실수이자 위기이다. 그런데도 조선이 한국과 미국을 속였다는 식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선은 조선의 일정과 상황에 따라 발사를 한 것인데 한국은 그에 따른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맞다. 그래서 로켓이 발사되는 순간에 우왕좌왕 당황할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뒤통수는 맞을만한 존재들이 맞는 것 아니겠는가!


로켓이 맞는지 미사일이 맞는지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모르겠다. 언론 지상에 나온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로켓이 즉 미사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국방대학원인가에 있다는 한 전문가가 뉴스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서 하는 말이 추진체를 발사하여 추진체 단과 페어링(덮개)을 분리하는 것도 대단한 기술이지만 대기권으로 나갔다가 다시 진입하는 기술이 없다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인공위성을 위한 로켓은 대기권으로 쏘아올리는 기술만 있으면 되지만 대륙간탄도탄(ICBM)의 경우에는 반드시 재진입 및 운항기술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로켓 기술이 언젠가는 미사일로 진화(무기를 만드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진화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는 않지만)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로켓에 머물렀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분명 독립적인 국가이다. 유엔에도 가입이 되어있는 독립국가, 주권국가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명백한 사실에 대하여 한국의 국민들은 인정하기를 주저한다. 그저 이북 땅을 한국 헌법에 명시된 대로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조선의 정권은 불법적 조직으로 치부한다. 그러다보니 이번 로켓 발사를 놓고 말이 많고 또 정부나 대선 후보들도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또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여 제재하겠다고 한다. 물론 제대로 발사징후를 포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한국의 정보당국과 군당국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아무튼 복잡하게 얽힌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는 정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봐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 속한 국민으로서 또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한 명의 종교인으로서 나름대로의 관점과 주장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주의와 주장, 관점이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열쇠는 될 수 없다. 사실은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야만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대응책이 나와야만 그 대응책에 대한 개인의 관점과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 그런 관점으로 이번 사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기를 원한다. 종북좌파니 꼴통보수니 하는, 다분히 정략적인 관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선 사실을 그대로 볼 줄 아는 시선이다.


우선 조선이 로켓을 발사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에 대해서 고려해야 한다. 이번 발사를 보면서 일반인들이 인터넷에 쓴 글, 댓글을 보면 ‘부럽다’는 반응을 보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은 나로호라는 우주발사체, 위성을 대기권에 쏘아 올리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얼마 전에는 무리하게 발사하려다가 결함이 생겨서 포기했다. 그것도 자체기술로 만들어낸 발사체가 아니라 러시아에 막대한 비용을 대고 가져온 것으로 기술 유출을 우려한 러시아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상황 하에서 발사시도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한참 후진국으로 깔보았던 조선이 로켓을 발사했다니 놀라는 것은 당연하고 부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역시 당연하지 않을까?


출발점은 왜 조선의 로켓발사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될까? 근거가 되는 것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결의 안 1718호와 1874호이다. 그런데 이 내용은 조선의 모든 무기 관련 물자의 대외 수출 금지이고 유엔 회원국들의 조선 무기수출 및 이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선박이나 운송수단에 대한 검색을 하겠다는 것이고 금융이나 경제제재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간략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내용만 보면 조선에 대한 제재안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구속을 받는 것은 조선의 무기를 반입 반출하는 국가들에 대한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문서 해석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인의 한 사람인 내가 해석하는 것은 이 정도이다. 로켓 발사는 수출도 아니고 수입도 아니다.


이런 국제적인 제한과 압박을 뚫고서라도 로켓을 발사하는 것은 조선의 자유의지이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또한 국제사회의 의지이다. 한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로켓을 발사하건 미사일을 만들건 과연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되는 것은 인류가 모두 경계하고 막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강대국들은 이미 지구를 수백 번 말아먹을 만큼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이 이런 기술과 무기를 갖는 것에는 발작적으로 반응한다. 이것은 자기만이 계속 절대강자로 남겠다는 깡패, 조폭의 심산과 다르지 않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은 이성적으로 완벽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무기체계와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해도 절대로 지구를 멸망의 길로 몰아넣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말인가? 이건 근거도 없는 넌센스다. 제정신 가진 인류의 간절한 희망은 지구 상의 모든 핵무기 등의 대량살상무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다 하나 만든 조선이나 몇몇 약소국, 개발도상국이 감시의 주요 대상이라기보다는 이미 엄청난 핵무기와 무기체계를 가진 나라들이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는 이미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미국의 NMD, TMD, WMD라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해서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조선의 로켓 발사는 왜 불법이 되는가?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조선 자신도 어느 정도 수긍할 것이고 제자와 압박을 가하는 근거가 생길 것이다. 또 그래야만 국제기구들이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과 조선에 동조하는 유엔 회원국들에게 이런 조치는 매우 편향적이고 동의할 수 없는 조처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최강자로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드는 현실에서 과연 제3세계권 회원들이 이런 조처들을 아무런 반대 없이 받아들일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국제사회, 국가 간의 경쟁이 도를 넘어설 정도로 첨예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양심이나 인간 본연의 가치들은 고려될 여지가 없다.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 보다는 무엇이 이익이고 무엇이 남는 장사인가만 따진다. 합리적이라거나 이성적, 객관적이라는 관점보다는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당연시 된 자본주의의 논리에 편승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주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로호를 쏘아 올리려고 아등바등하는 한국의 노력이나 전세계의 대기권이나 성층권을 장악하고자 TMD, WMD를 구상하는 미국은 당연한 것이고 아무런 외부적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로켓을 쏘아 올린 조선은 비난 받아 마땅한 국가가 되는 논리가 정당하게 받아들여진다. 하나의 종교인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종교적인 화해의 노력은 입장을 서로 바꿔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과연 한국이 조선의 입장이었다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최소한의 원칙 없이 이익만 따르는 이들의 최후는 어린 시절 만화영화를 통해 충분히 배워오지 않았던가!

대화와 소통은 상대방의 입장에 자신을 대입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불행이건 다행이건 조선은 한국의 반쪽이며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이익추구의 대상으로 혹은 이익추구를 하기 위해 짓밟거나 죽여야 할 제거대상으로 생각한다면 통일이나 통일논의는 사기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객관적 관점이다. 한국사회는 보다 냉정하게 객관적인 관점을 차용할 필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번 로켓 발사 사태로 유엔과 국제사회는 조선에 대한 강제력을 행사하여 제재할 것을 고려하고 있나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제재가 어떤 강제력을 실제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조선은 한국전쟁 이후 60년이 넘는 기간을 국제적 금수조치와 봉쇄에 시달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하고 3대 세습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경제적 제재나 국제협력에서의 고립정책이 유효하기는 하지만 그 능력이 무한정한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방도를 찾아내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지 않은가!


게다가 지하자원의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시달리는 현실에서 중국이 조선의 엄청난 지하자원을 거의 독점적으로 수입하는 상황에서 과연 조선을 압박하는 현실적 수단을 실제로 사용할 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문제이다. 2010년 조선의 대외 무역은 80% 이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조선의 지하자원 추정량이 총 9조 7574달러(1경 1026조 원)이라고 하니 조선으로는 당분간 그냥 채굴하여 내다 팔아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을 테고 중국 역시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거의 무한정한 자원을 저가에 사다 쓸 수 있으니, 유엔에는 적당히 눈치만 보면서 외형적 제스쳐만 취해도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조선은 중국 외에는 딱히 자원을 내다 팔 시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석에서 유엔의 제재라는 것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 까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그 사정거리를 550Km 이상 날아갈 능력이 있는 미사일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사된 은하3호의 경우에는 1,3000Km가량 비행능력이 있다고 분석된다. 그렇다면 이 로켓(혹은 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일본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본토 운운하고 있듯이 세계 최강자인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한반도의 수구보수세력은 피를 토하고 거품을 물면서 조선을 성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차피 이 로켓은 한반도를 겨냥해서는 사용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분노가 세계 평화에 반하는 무기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미사일 개발로 인해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 받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저 종북좌파와 대척점에 서서 반북우파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정치적인 제스쳐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불안감 때문인가? 이 로켓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기치며 어떤 위협이 되는지에 대하여는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다. 나는 물론 세계평화와 한반도에 벌어질지 모르는 패권다툼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려한다.


조선의 로켓발사는 그들 나름대로의 계획과 구상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마당에 무엇이든지 혼자 다 해결해야 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번 로켓 발사가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GPS 망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닥 한다. 전세계 무기체계가 미국의 GPS위성에 의존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조선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자력갱생이다. 어차피 재래식 무기로는 안 되고 첨단 기술이 집약된 최신의 기술이 아니면 결코 초일류 강대국과 경쟁할 수 없다. 그들은 ‘결정적 한방’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들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전쟁 한 방이면 다 날아가버린다. 그러니 아이들이 굶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눈물을 씹으며 결정적 한방을 노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것이 한국전쟁을 통해 100만 명 이상을 잃은 조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가. 그동안의 핵개발이나 로켓 발사는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로켓이 벌어들일 수 있는 재화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한국이 나로호를 위해 수천억 원을 쏟아 붓는 것만 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조선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상태에서 로켓이나 대륙간단도탄 추진체 개발까지 더 나아간 것은 옵션에 지나지 않으며 한반도의 나머지 반을 겨냥한 것도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로켓이 국제평화에 위협이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지만 동북아에도 위협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조선이 그 비싸고(가격을 산출하는 것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다르다. 그들은 최소한 인건비가 들지 않거나 아주 저렴하게 지출된다) 어려운 로켓 발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극심한 경쟁체제와 국제적인 고립에서 살아남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간접자본의 지출을 줄이고 심지어는 기아로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로켓발사와 핵무기 개발을 밀어붙인 것이다. 특히 그들의 생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미국을 상대로 협상할 수 있는 막강한 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먹고 살 수 있게 해주고 평화롭게 전쟁의 위협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면 간단한 일이다. 그들이 애써서 만든 핵무기며 로켓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면 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항상 극단적 선택이다. 쥐도 궁하면 고양이를 문다고 한다.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을까만 그래도 목숨 걸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달리 방도가 없다. 물론 고양이도 크건 작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조선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 한국 역시 크건 작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같은 반도에 위치한 상황에서 그 상처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질 리는 없다. 조선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조선은 한반도의 평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서해에서 발생하는 충돌도 한반도가 정전지역이며 여전한 전쟁위협이 상존하다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한반도에는 전쟁위협이 없다는 것을 이해시키면 된다. 그것은 현재의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전환하고 최소한 남과 북 사이에 평화협정을 맺는 방식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런 주장은 한국의 평화주의자들과 통일주의자들에 의해 줄기차게 주창되고 있으며 조선 역시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바이다. 모양은 조선의 요구에 따르는 것처럼 보여서 자존심이 상할지 모르지만 자존심 따위에 4,500만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미국과 일본을 심각한 전쟁위협국가로 이해하고 있는 조선을 이해시키고 미국과 일본에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면 된다. 그것은 주권국가로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이다.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특별한 자원이나 능력이 없어 용병으로 삶을 꾸려나갔던 스위스가 중립국의 길을 택한 것도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음직한 조건이다.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라는 강대국 틈에 끼어 이래저래 눈치만 봐오면서 살아왔던 것이 한반도 한민족의 슬픈 역사이다. 한쪽은 경제강국으로 다른 한쪽은 군사강국으로 성장했다. 이 둘이 마음을 합하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또 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금융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하는 말이 ‘앞으로 통일 혹은 북한으로의 진출은 통일운동권이 아니라 경제계에서 거세게 요구할 것이다’라고 한다. 한국은 이미 고임금에 고령화되었다. 토지는 제한적이지만 인구는 포화상태이다. 지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지만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고 기업의 글로벌화라는 허울에 이래저래 죽어나는 것은 서민이다. 중산층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당분간 타개해줄 수 있는 것이 조선이다. 조선은 고급의 노동력이 있으며 개발을 기다리는 토지가 무궁무진하다. 또 조선의 인구가 3천만이 채 안된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상태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 될 수 있다. 최근의 조선동향을 보면 어린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겨 타며 휴대전화 보급이 100만 명을 넘어 120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통신 등의 인프라는 지극히 열악하다. 물론 생필품도 자체생산하는데 한계가 있어 중국에서 거의 대부분 수입해서 쓰고 있다. 이런 조건을 따져볼 때 한국의 경제력이 조선에 진입할 수 있는 길만 열린다면 한국이나 조선 모두에게 윈윈하는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게다가 조선의 지하자원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했다. 한국 역시 지하자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들을 먹고 살게 해준다면 굳이 군사적 모험을 통해 그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인도적 지원도 계속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의아해 하는 한국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10년 동안 조선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경험했다. 그리고 최근의 5년을 통해서 조선과 관계가 나빠지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며 고비용을 헛되게 낭비하는 것인가 하는 것도 경험했다. 한때 조개구이 무한리필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한리필은커녕 조개구이집들이 문을 닫아 찾아보기도 어렵다. 알고 보니 그동안 무한리필로 실컷 먹었던 조개구이가 조선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대결과 반목이 일상을 통해 얼마나 불편한 것인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두 차례 남과 북 정상들에 의한 공동선언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했고 약속을 받았다. 6.15선언과 10.4선언은 실로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을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과 대결할 것이 아니라 협력관계임을 인정하고 상생의 길을 찾는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겠다.



조선의 로켓발사,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 추진체가 대기권에 올려놓은 것이 볼품없는 쓰레기이건 GPS이건 아니면 핵탄두이건 정상궤도에 올라간 것으로 보이며 또 앞으로도 무엇인가를 올려놓은 것이다. 유엔이 작당해서 군사적 침공을 하지 않는 이상 조선의 우주개발(조선의 주장을 믿는다면)을 막을 현실적 방도는 없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한 제재도 사실상 한계상황에 다다랐다. 여기까지가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명분만 남은 유엔 안보리의 성명서만 남발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이 사태를 파악하고 그 로켓을 무용지물로 사용하거나 정말 우주개발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정할 수 있는 현실적 조치들을 선택할 것인가? 끓는 냄비처럼 부글부글 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법은 화해를 통한 상생 외에는 딱히 별다른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