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대통령선거 국면인데 뜬금 없이 바이크 라이프라니! 내가 생각해도 쌩뚱 맞다!

사람들이 방현섭이라는 인간, 즉 나를 볼때 상당히 정치적이고 벼슬을 세운 쌈닭마냥 생각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써내려간 글들을 보니 그런 관점이 이해가 가고 또 부인할 의사도 없다. 내 스스로 인간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미 정치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매번 되새기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발언을 하면 하는 대로 침묵하면 침묵하는 대로 이미 어떤 편을 들게 돼버리는 것이 현대 정치의 산물이다. 그런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내 소신을 발언하려고 애쓰면서 살아왔다.

그렇지만 인간을 단순하게 정치적 동물로만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랑과 우정, 만남과 헤어짐도 정치적인 관계가 있다. 오죽하면 한국현대사의 암흑기 때에 양희은씨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노래가 금지곡이 되었겠는가! ㅋㅋ 그럼에도 정치와 무관하게 사랑하고 미워하며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역시 인생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의 정치적인 발언들과 그 발언들에 충실했던 여정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삶의 여정 역시 자랑스러워 하거나 부끄러워 하고 또 때로는 사랑한다. 정치적 여로도 중요하지만 자신 만의 독특한 내면세계와 관심, 취미 역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40줄에 만난 바이크는 나에게 큰 위로와 격려, 즐거움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복잡한 시기에 한 걸음 물러나 나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무엇보다도 내 자신에게 하면서 도돌아보기를 원한다.

말이 길었지만 요약하면 그냥! 내 취미생활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는 말이다.

내가 오토바이(바이크)라는 것에 처음 올라본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렇겠지만 특히 고등학교 시절에 문제아였다. 80년대 중후반 시절을 보내면서 당시 좀 거칠다고 하는 아이들이 살아왔던 삶을 그대로 답습했다. 주먹을 쓰면서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커다란 체격에 거친 남자, 마초의 흉내를 내면서 그 시절을 보냈던 것은 분명하다. 당시 나는 가까운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비행청소년들, 말썽꾸러기들이 하는 짓은 거의 다 하고 다녔다. 독서실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렸고 친구들은 대담하게도 독서실 근처의 가게를 털어 아이스크림이며 과자며 심지어는 담배까지도 훔쳐다 나누어 줬고 어떤 날은 간이금고까지 들고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친구들을 나쁜 친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남들보다 조금 더 짓궂고 개념이 없었다고나 할까? 물론 그 당시 피해를 보신 업주들께는 지금도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사장님들, 죄송합니다. 저희가 어려서 분별력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 당시 한 친구가 스쿠터를 한 대를 타고 나타났다. 당시에는 그런 스쿠터가 국산이 별로 없었으니 아마도 일제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역시 훔쳐온 것이었다. 절도가 얼마나 엄청난 짓인줄 알면서도 그 스쿠터를 보는 순간 분별력을 잃고 그것을 셋이서 함께 타고 온 동네방네를 쏘다녔다. 재미있었다. 셋이 같이 타기도 하고 또 혼자 타기도 하였다. 제법 힘이 세서 학교를 오르내리는 언덕길도 잘 올라갔다. 그런데 며칠 안돼 스쿠터가 영 힘을 쓰지 못하고 흰 연기를 토하듯이 붐어내는 것이었다. 뭔가 고장이 단단히 났던 것이 분명하다. 그걸 우리 돈 들여 고쳐 타자니 그럴만한 돈도 없고 훔친 것을 오토바이 센터에 끌고 가는 것도 찝찝해서 우리는 그 스쿠터를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 놓기로 하였다. 이미 놀 대로 다 놀고 나서 슬그머니 양심의 가책이 들었던 나의 제안에 친구들이 따른 것이다. 물론 그것을 처음 끌고 왔던 친구 녀석이 그 일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신나는 첫 바이크와의 인연은 삼일천하로 끝났다.

 그 이후 친구의 88 오토바이를 딱 한 번 타봤다. 88은 왠지 바이크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다. 88을 놓고는 그 단어가 내 입에는 짝짝 안 붙는다. 처음으로 땡기면 가는 스쿠터가 아니라 기어를 넣어야 가는 오토바이를 타본 기억이다. 기어조작을 할 줄 모르니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물어 한 번 듣고는 그길로 가깝지 않은 거리를 달려보았다. 88, 요즘에는 100cc 혹은 110cc로 생산되는데 당시는 80cc정도 됐는지 88이라고 불렀다. 요즘은 시티100이라고 흔히 불리는 모델이다. 이 오토바이는 클러치 조작을 할 필요가 없는 노클러치 모델로 그냥 기어만 위 아래로 바꾸어 주면 되었다. 이건 확실히 뭔가 달랐다. 속도도 속도이지만 기어를 조작하면서 달리는 기분이란게 마치 세상이 다 내 것인양 느껴졌고 '쑝카'라고 불리던 대형 스포츠형 바이크를 탄 사람 못지 않은 기분이었다.

 다시 바이크 위에 올라 앉아 본 것은 한참이 지난 대학 시절이었다(나는 고교 졸업 후 전문대를 2년 다니고 군대에 다녀온 후 다시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97년부터 여주에 있는 교회로 주말 교육전도사가 되어 나갔다. 주말 오후에 교회에 나가 저녁에 중고등부 모임을 하고 하룻밤 자고 주일 낮예배, 저녁예배까지 드리고 서울로 올라오는 전도사였다. 몇 명 안 되는 중고등부였지만 나름대로 재미 있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여전히 새록새록하다. 시골이다 보니 청소년들이 어렵지 않게 오토바이를 접하고 있었다. 유달리 가깝게 지내던 고등부 학생 하나가 시커멓게 칠해진 125cc 바이크를 타고 나타났다. 척 보기에도 연식이 된 것처럼 보였는데 엑시브였는지 VF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름대로 간지가 났다(멋이 있었다). 저녁 중고등부 모임을 마치고 그 학생이 나에게 한 번 타보라고 하면서 어떻게 클러치와 액셀레이터를 조작하는지 알려주었다. 수동 미션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녔기에 클러치와 액셀을 조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금새 배웠다. 그렇게 배운 바이크로 차량 통행이 뜸한 마을 길을 왔다갔다 해보았다. 고등학생이랑 어울려 노는 것이 좀 어색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몇 주간을 주말마다 타보았다. 그리고는 무슨 이유인지 더이상 그 바이크를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학교에서 다시 바이크에 올라볼 기회가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학교 선배(내가 대학을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나이는 나보다 아래지만 학번은 높은)가 당시 바이크에 꽂혀 초록색 125cc 마그마를 새로 사서 타고 다녔다. 그는 그 바이크로 퀵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을 정도로 이미 잘 타는 사람이었다. 후에 그는 후배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끼쳐 몇 명을 바이크 라이프에 입문시키기도 했다. 후에는 어떻게 구해왔는지 일산 카와사키 발칸이라는 바이크와 화석(연식이 오래된 바이크를 이르는 나름 전문용어)급 750cc(이것도 카와사키 였던 것으로 얼핏 기억이 난다, 아님 혼다였던가?) 일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그는 그 시절에 이미 지존이었고 당시의 추억을 떠올릴 때면 절대자였다. 

 아무튼 그의 은혜를 입어 마그마의 열쇠를 받았다. 그러나 몇 번 타봤다고는 하나 차마 그걸 끌고 공도로 나갈 자신은 없어 교정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 그러나 우리 학교가 워낙 작은 단과대이다 보니 교정이라고 해봤다 제대로 액셀을 땡겨볼 곳도 없었는데 제법 자신감이 생겨서 기어를 3단 씩이나 넣고 땡겨보았다. 결과는 놀래서 밟은 뒷브레이크가 밀려서 그대로 자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브레이크 스텝이 휘어지고 여기저기 기스가 났다. 놀라기도 했고 미안한 마음으로 키를 돌려주면서 사태를 설명했는데, 이 친구가 아주 쿨~하게 넘어가 주는 것이었다. 나중에 하는 말이 아는 센터에 가서 휘어진 브레이크 스텝을 폈다며 어떻게 탔길래 그렇게 휘어뜨렸냐고 묻고 말았다. 

당시에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총학생회 일을 하던 선배(역시 나이는 나보다 어린) 하나가 난생 처음 스쿠터에 올라 앉아서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하면서 액셀을 땡겼는데 앞으로 휙 달려나가 약 30계단 아래로 날아간 것이다. 나는 얘기로만 들었는데 아무튼 스쿠터를 타고 영화 이티의 자전거 장면처럼 하늘을 날았다고 한다. 그 선배는 그 사고로 얼굴이 다쳐서 몇 바늘을 꿰매고 나타났다. 

남의 바이크를 망가뜨린 것도 미안하고 생각보다 위험한 물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 사건 이후로 나는 바이크에 대한 환상을 일단 접었다. 이 시절에 바이크는 남자들이 재미있게 갖고 놀 수 있는 간단한 놀이기구로 내게 다가왔다.

첫 글을 정리하면서 내 어린 시절에 피해를 끼쳐드린 가게 사장님들과 스쿠터 주인께 다시 한 번 마음 담아 사죄를 드립니다. 앞으로는 더욱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덕분에 그냥 무심하게 잊은듯 지냈던 어린 시절 저의 과오가 떠올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 사진은 인터넷에 있는 사진을 골라왔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탔던 바이크들은 전혀 아닙니다. 사진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