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사람들로부터 듣는 가슴 아픈 이야기 중에 사기 당한 이야기가 많다. 대부분 서민층인 이들이 평생을 악착같이 벌어 모은 돈을 한 순간에 날렸다는 이야기인데 어느 누가 그 이야기를 듣고 안타깝지 않겠는가! 금융, 핸드폰, 옥장판까지 사기성 다단계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우선 사기 친 놈은 정말 죽일 놈이라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뻔한 수작에 넘어가는 피해자 역시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사기라는 것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기라는 것이 너무나도 뻔하게 보인다. 100원을 주면 1,000원으로 돌려준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세상에 그런 눈먼 돈이 어디에 있으며 그렇다면 세상에 부자 아닌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재테크가 쉽지 않고 또 이 세상에 그렇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치부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가장 나쁜 놈은 사기를 친 놈이다. 사기이지만 사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고자 하는 것이 사기술일 것이다.

사기술의 기본은 현란한 수치의 제시일 것이다. 얼마를 넣으면 얼마가 들어오고 몇 %의 이자율과 수익률이 보장된다, 벌써 어느 누구는 이 사업으로 얼마를 벌어들였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때 사기는 사기가 아니라 현실처럼 느껴진다. 수치에 현혹되면 그 다음은 패가망신만 남게 된다. 항상 궁금한 것은 속인 넘이 나쁜 놈인가, 아니면 속아넘어간 놈이 바보인가 하는 것이다. 속인 놈은 말할 것도 없지만 속아 넘어간 사람 역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기쳐 먹기로 작정하고 덤벼드는 놈을 이기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기는 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책임 문제를 생각하면서 지금으로부터 5년전 벌어진 엄청난 대국민 사기극을 돌아본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명박 후보는 7% 성장, 4만불 국민소득, 3백만개 일자리, 신혼부부 보금자리 12만 호, 비핵개방 3천, 세계 7대 강국 등등 엄청난 수치를 제시하면서 자신을 찍어달라고 하였다. BBK, 다스 등등 다수의 의혹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명박 후보가 제시하는 수치들에 현혹되었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를 찍으면 정말 그 모든 수치들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의 결과는 참담하다. 아침에 뉴스를 보면서 기가 막혔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19일 오전에 '대한민국이 부채공화국으로 전락하였다'고 발언하였다. 그에 따르면 '스탠다드 앤 푸어스가 7월 16일 한국의 가계부채와 공기업부채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복병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부채증가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말 3대 부채인 국가부채, 공공부채, 가계부채가 1,214조였었는데 2011년 말에는 1797조원으로 583조원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4년 만에 48%가 증가한 것이다. 국가채무는 299조에서 421조로 122조원 40.6%, 공공기관 부채는 250조에서 464조원으로 214조 무려 85.6%, 가계부채 역시 665조에서 913조원으로 248조나 증가했다고 한다. 가계부채의 경우 한국 국민을 5천만 명으로 계산하면 갓난 아이부터 100세 노인까지 모두가 다 1,83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빚을 줄이지는 못할 망정 현상유지도 아니고 오히려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든 것이다. 결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명백한 사기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온갖 핑크빛 수치를 제시하면서 세상을 다 줄 것 같이 했지만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4대강 사업에 부자 감세 등으로 재벌과 부자들의 호주머니만 채워준 것이다. 그 대통령은 국민들이 하지 말라고 말리는 일도 그냥 강행해버렸다. 국민들은 사기 당해 표를 넘긴 셈이다.

그러나 책임 문제를 생각하며 곰곰히 돌이켜 보자. 사기치려고 맘먹고 달려든 이명박 후보만 잘못인가? 아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도무지 말도 안되는 논리에, 불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처럼 거침 없이 덥썩 그 미끼를 물었던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금융위기가 닥쳤고 유럽이나 중국의 재정이 심상치 않다는 경고가 계속됐었다. 국내경기도 이런 영향을 받아 위기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어떻게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해서 성장률이 7%로 올라가고 국민소득이 두 배로 뛰어오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런 객관적인 자료들은 거부한 채 사기성이 농후한 지표들과 수치들에 환호하였다. 결국 그런 사기행각을 선택한 것도 최종적으로는 국민들이었고 그 결과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맡게 된 것이다. 앞으로 차근차근 세금 더 내가면서 한푼한푼 빚을 갚아나가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서민들에게 너무 절망적인 전망인가?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면 된다. 많은 댓가를 지불하였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깨달았고 그 깨달음을 국정운영에 적용하면 해결점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똑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 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은 또다시 핑크빛 수치들을 제시하면서 자신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번에는 잘 들여다 보자.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실천가능한 해법일지 말이다. 최소한 사기 당해 대통령을 뽑는 부끄러운 전철을 밟지 말자. 그게 한국을 바로 세우는 길이고 또 국민들이 허리띠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