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해해상에서는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연평도 포격이니 천안함 사태니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동북아시아의 화약고나 다름 없는 서해상에서 울린 총성은 언제나 한반도에 몸 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가슴을 졸인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 합참은 21일 오전 11시 40분부터 조선 어선 6척이 서북방한계선(NLL)을 약 1,850m 넘어와 오후 3시경부터 해군 고속정을 근접기동하여 2회에 걸쳐 경고통신 및 경고사격을 실시하여 모두 퇴거조치하였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몇 시간 동안 꽃게잡이 어선들과 한국해군과의 접촉으로만 정리가 돼서 다행이지만 기사를 접하면서 심각한 우려와 더불어 몇 가지 궁금한 뒷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선 어선이라고 하는데 중국 어선처럼 둔기를 휘드르면서 저항한 어선들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순수하게 꽃게잡이에 몰두하고 있었던 단순 어선인지가 궁금하다. 남이나 북이나 어민이라면 모두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조금 더 잡으려고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선을 넘게 되는 일은 다반사일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대고 총질을 했다는 것은 일단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항을 한건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민간인 어선에 대고 되돌아가라고 경고사격을 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라도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월선한 어선은 단지 여섯 척이라고 한다. 어선이라는 것이 어떤 재질로 건조한 것인지, 목선인지 철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선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숫자도 겨우 여섯 척이었다. 그것이 공포탄이든 아니면 허공에 대고 쏘는 지향사격이든 총을 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중대할 수 있는 총기를 사용하는 위협을 겨우 여섯 척 어선에게 했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간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국어선단처럼 수십대 수백대가 월경하여 어로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어선 여섯 척이었다는데 과연 그들을 퇴거시키기 위한 조처가 꼭 경고사격이어야만 했을까 궁금하다.

게다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가 북방한계선 NLL 문제이다. 북방한계선이라는 것은 남쪽의 민간 어선들이 북쪽으로 항해할 수 있는 한계를 미군정이 지정한 가상의 선으로, 그 대상이 남쪽의 어선이다. 그런데 그것을 해상국경선으로 간주하여 조선에까지 강요하는 것은 국제관례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끊임 없이 거론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방한계선이나 남과 북의 해상경계선 설정의 문제가 조속히 실현 되지 않는 한 서해에서의 폭력적 대결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위험성을 군 당국이 몰랐을 리도 없을텐데 거기서 일방적으로 총을 쏘아댄 것은 뭔가 의혹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민간 어선 경고사격에 대해 북측이 발표한 내용이 주목할만하다. 북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어선이 자국의 어선이 아니라 남의 나라 어선이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그 어선들이 조선의 배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번 일을 저질러 놓고 조선을 비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나라의 배라면 아마도 중국 어선을 지칭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한국군 당국의 발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놓고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일까? 즉 그 어선은 어느 나라 어선이었다는 것인가? 한국 사람은 한국의 정보를 믿는 것이 맞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오랜 세월을 속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다면 모르겠는데 전혀 다른 정보가 제공되는 차원에서 그저 우리 편이라고 편가르기 하면서 믿어버리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진실은 어느 나라의 선박이었을까?

또 조선은 이번 사격이 보수정권이 그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조작한 의도적 도발이라고 규정한다. 음모론 치고는 너무나도 터무니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보수정권이 조선의 위협을 자신의 존재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던 전적으로 비추어 보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가 좀 구리다. 선거철마다 사회는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과 그 도발에 의한 언론보도로 결국 이념선거가 돼버린 경험이 얼마나 많았던가! 여전히 마음에는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의문은 뒤로하고,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서해는 대결의 위험이 상존하는 화약고 같은 공간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도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선 여섯 척에 대한 사격이라니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피격사태 같은 일이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상존하는 위험지대에서 지속된 군사적 자극이 만든 참극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로 국민들의 알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인터넷을 뒤저보거나 전문적인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번 사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라야 고작 (악의 축인) 조선 어선 여섯 척이 (감히) 월경을 했고 그에 대해 늠름한 한국 해군이 경고사격을 해서 모두 내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간에는 너무나 많은 한반도의 상황이 은폐돼 있다. 그중 대표적인 하나가 NLL이다. 이런 모든 조건들을 다 무시하고 그저 애국적인 관점이나 의도적인 선동으로 국민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민족 앞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 없다. 국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국가는 노력해야 하며 언론 역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세 번째로 행여라도 한민족의 미래를 담보로 군대의 위험한 불장난이 감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즘 군대의 이념적 편향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이념적이지도 않다. 그저 보수적이고 수구적이며 특정집단에 대한 맹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신을 반대하는 것이 종북세력이라는 반역사적 교육이 버젓이 군대 내에서 자행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미 역사적으로 공과가 정리된 부분가지도 뒤집어 엎으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물론 군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전쟁경험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전쟁경험을 쌓기 위해 없는 전쟁까지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군대에서 벌어지는 이 이상하고 위험천만한 시도들은 즉각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작은 도발 하나가 7천만 한민족을 순식간에 참극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생한 것처럼 민간 어선에 대한 위험천만한 위협사격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 북 사이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는 도무지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라지만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이고 관계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고자 노력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국민들은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