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아서 좋은 것이 있고 없어서 좋은 것이 있다. 또한 역으로 많아서 나쁜 것이 있고 없어서 안 좋은 것이 있다. 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여럿 되겠지만 큰 놈으로 둘을 꼽으라면 제일은 젊은이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병약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젊은 이는 없어서 문제이고 노약자와 병자는 많아서 문제인 것이다. 이렇듯 젊은이는 없고 병약자는 많으니 농토는 많아서 문제고 일손은 적어서 문제다. 그러기에 농촌교회 또한 이러한 형편과 다른 길을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토요일만 되면 교회를 찾는 아주 귀한 손님들이 있다. 현미, 현정, 혜영, 혜진, 혜경, 건태, 형석이. 교회에 학생회가 생긴 지 1년 고개를 넘으면서 어렵게 정들게 된 중등부 아이들이다. 작년에 고등부 여학생 선희가 있었지만 금년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직장을 찾아 경기도 성남으로 갔기 때문에 이제 고등학생은 예산에 유학가서 주일만 지키는 혜옥이 하나 밖에 없다. 지금은 일곱 아 이들의 이름을 손 꼽으며 한데 모을 수 있지만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하여도 중등부 예배에 하나, 둘 그리고 없을 때도 많았다.

그리고 이들의 신앙이라고 해야 체면치레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생회를 위해 꾸준히 기도하며 아이들을 위해 손수 음식을 해대며 사랑을 쏟아온 사모의 열정과 하나님의 응답으로 인해 어느덧 둘 셋이 일곱이라는 기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이 아이들의 나날이 변화되는 모습에 감동 받을 때가 많이 있다. 엊그제는 수요 저녁예배에 중학생 현미와 현정이 그리고 현정이 동생인 교회학교에 다니는 서진이가 저녁 예배를 드리고자 30분 남짓 걸리는 산길을 걸어서 일찍 교회에 도착했다. 너무나 기특해서 등을 두드려 주고 저녁예배 준비로 서재에 앉았는데, 잠시후 사모가 아이들을 위해 참외 하나를 깍는 듯 했다. 참외를 놓고 자기들끼리 가

위 바위 보가 벌어졌다. 많이 먹기 결정전인가? 아니었다. 기도대표를 뽑은 것이다. 예전에는 먹기만 바빠 고마움도 모르더니···. 막내 서진이가 졌는지 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서진이의 기도가 끝나자 현정이, 연이어 현미가 기도의 바톤을 잇는 것이었다. 참외 하나를 놓고 셋이서 돌아가며 기도하다니 - 그것 참. 조금 지나자 과자 몇 조각이 나왔다. 금방 방에서 참외 놓고 기도했기에 예배당에서 받아 쥔 과자는 모르는 체 넘길 수도 있겠지만 또 셋이서 돌며 머리를 맞대어 기도한다. 너무도 사랑스럽고 기특하고 고마왔다. 예배 전에 혼자 은혜를 다 받은 것이다. 조금씩 쏟은 정성이 어느덧 열매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우리교회는 교인은 적지만 정은 많아서 좋고, 다툼은 없어서 좋다.

함준영(시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