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도 7월 김포땅 월곳에서 처음 푸른언덕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의 말들을 지역 사람들 속에 전해주기 위해서 월곳제일교회에서는 손필선, 정기정, 이헌태, 전원석, 최대행, 박명화, 민경례, 조화자 등이 만들기 시작하여 7년이 넘어 8년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뜻을 같이 해온 식구들에 대해서 신뢰를 가지며 우리 함께 100호인 2000년을 바라봅시다.

지금까지 푸른언덕이 농촌선교를 돕고, 소외된 식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서로 말을 나누는 소식지를 만들어 여기까지 이른 것은 원고를 보내준 분들뿐만 아니라 얼굴도 주소도 모르는 분들이 후원 해 준 힘이었습니다. 다시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와 믿음을 갖습니다.

교회의 언어를

생활의 언어로 해석합시다.

추수가 끝나고 신작로에 벼를 말리는 식구들이 계속오는 비를 바라보며 진이 빠져있는 모습을 본 일이 있습니다. 비오는 하늘을 원망하는 그들에게 하늘대신 눈에 보이는 목사에게 욕을 해달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무렵 단풍구경을 떠나는 농촌목회자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들 중의 한 사람이 “우리는 이때가 좋은 때죠. 농촌에서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이 때가 놀러가기에는 적기죠.”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분노에 싸인 일이 있었습니다. 농촌 목회자가 농민의 문제를 떠나있을 때 목회자가 가진 꿈은 거짓된 환상에 불과합니다. 강단의 언어가 생활 언어가 아닌 비현실적인 언어로 전달될 때 교회는 값싼 위로를 던지며 농민들의 삶의 투지를 마비시키게 됩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삶의 내용을 철저하게 파괴시키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일하는 사람의 언어는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일하지 않는 사람의 언어는 부정적입니다. 일하는 사람의 말은 그 일을 성취시키는 힘이 들어있고 미래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은 남을 속이고 이용하고 지배하는 말입니다. 선교란 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쓸때 성공적으로 이루어 집니다. 성서의 언어, 특히 예수의 언어는 여러가지 삶의 사건 속에서 생겨진 언어로써 철저하게 생활언어 속에 육화(성육신)되셨습니다.

지난 푸른언덕 59호에 실린 “사라지는 장터의 모습”이란 글을 통해서 우리는 한 노점상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푸른언덕이 노점상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요구를 대변해 주고 이를 성취시키는 힘으로 작용한 것에서 우리는 큰 희망을 갖습니다. 말이란 생활자체 입니다. 민중의 언어란 민중의 삶이므로 농촌선교는 농촌 삶의 현장 속의 언어로 전달 되어야 합니다. 몇년 전 감리교신학대학 변·홍교수의 종교재판도 교회가 가진 언어를 어떻게 이 시대의 언어로 해석하느냐 하는 데서 생겨진 문제로 봅니다.

한국의 농촌교회든 도시교회든 강단의 언어가 살아있는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현장언어로 전달 되어야 합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소리는 역사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리 속에서 발견되어야 합니다. 지배자들의 언어의 횡포,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의 언어가 지배하는 풍토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며칠 전 제 어린시절이 있었던 홍성 땅을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46년전 다니던 국민학교, 37년전에 졸업한 고등학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운동장과 운동장 가에 심어진 플라타나스 나무들 뿐이었습니다. 어린시절 크다고 생각했던 그 학교는 지금 너무도 작고 좁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어린시절의 기억 속에서 최영장군, 한용운 선사, 김좌진 장군등은 너무나 큰 분들이었습니다. 지금도 내게는 그 분들이 큰 분들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홍주성 주변을 돌며 그분들의 동상에 참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린시절 이땅은 훌륭한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살았던 이 땅에 40년 후에 돌아온 저는 지금 보고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훌륭한 사람들의 얼굴을 찾고 있습니다. 이 호서지역의 교회는 소수의 교회를 제해놓고는 해방이후, 6·25전쟁 이후에 세워진 교회들입니다. 대단히 뿌리가 약하기 때문에 민속신앙에 흡수된 교회 교인들의 모습은 보이지만, 기독교가 가진 역사신앙과 민족의식이 뿌리를 내리는 일은 대단히 미약한 상태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으로 보내신 이유는 성서의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곳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이 곳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살아있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라는 뜻인 듯 합니다. 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