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가 개봉한다고 한참 홍보를 하더니만 별로 흥행성적이 좋지 않았던지 금새 개봉관에서 내려간 것 같았다. 그리고 곧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파일로 떠돌았다. 나름 남북문제에 관심이 있다보니 이 영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었다. 현정화, 리분희. 아마 나도 그 광경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지켜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남북단일팀으로 참가한 선수권대회의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관심을 가졌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내려졌고 또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도 그리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 영화의 룰을 정직하게 따른 영화라고 평론가들이나 관람객들은 평가했다. 맞다. 나도 보니 그런 것 같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갖고 있는 긴장감과 이야기의 강약 흐름이 대동소이했다. 게다가 남과 북의 이야기이다 보니 전쟁 영화 아닌 이상 어설픈 화해의 이야기를 담기 일수이다. 그런 평가는 정확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소감은... 우리는 그저 단순하게 하나의 영화로만, 스토리와 구성을 따지면서 볼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분단된 민족에게 주어진 천형 같은 것이랄까. 우리에게 분단의 상처를 담은 영화는 그냥 영화일 수 없고 도 그냥 영화이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지금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 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영화가 갖는 긴장감이 흐르다가 결국 경기에서 이긴다. 그리고는 남북문제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헤어진다. 대립과 대결로 시작했던 만남이 이내 곧 가족과도 같은 깊은 애정으로 변하고 이내 말할 수 없이 눈물을 쥐어 짜는 헤어짐으로 마무리된다. 도식적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유치할 수 없고 유치해서도 안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며 또 그런 만남과 헤어짐이 지금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뻔한 대사들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대사는 가슴을 후벼 판다. 예를 들어 마지막 부분에서 극중 두 주인공인 현정화와 리분희가 헤어지는 장면에서 현정화는 눈물을 흘리며 리분희를 끌어 안고 적당히 할 말을 찾지 못해 당황한다. '전화를 한다고도 할 수 없고 편지를 한다고도 할 수 없고...' 기가 막힌다. 그랬다. 그게 우리 민족의 현실이다. 아무리 깊은 정을 나누고 마음을 통했다고 해도 우리는 적당한 헤어짐의 인사말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것이 영화속 허구의 이야기나 그저 20여년 전에나 있었던 어떤 에피소드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 민족에게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적당한 할 말을 찾지 못해 가슴만 치며 헤어진 이산가족들의 숫자가 얼마인가? 그렇게나마 헤어짐의 인사말을 찾지 못해도 만나보기라도 하고 싶다고 매일을 마음 속으로 기도하며 지새는 이산가족들은 또 얼마인가? 다시 만나자는,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 조차 함부로 입밖으로 낼 수 없이 늙어버린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게 바로 우리 자신이었고 이 영화가 그것을 단 한 마디의 대사로 그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코리아. 영화의 수준이나 작품성, 흥행성으로 따진다면 그리 많은 별을 받는 영화가 아닐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득문득 가슴을 후벼 파는 몇 개의 대사들로 인해 이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꼭 봐야 한다.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