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암소'의 딱한 형편을 돕고자 '만나와 메추라기' 대신 제 몸을 공양한 이들이 있다. 5년 묵은 카페살림을 들어내어 세정제로 닦고, 소파를 들어내고, 유리컵을 닦고, 나중엔 쇠수세미로 바닥을 문지르는 억척을 과시한 4명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밝히지 않았다. 기가 질려 뒤에 엉거주춤 서 있던 안중신씨는 웃음반 눈물반이다. 기쁨도 잠시. 청천 벽력같은 소식 하나. 가게주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에 안중신씨가 창백해졌다.

3월 안으로 천만원의 보증금을 내지 않으면 카페내부를 철거한다고. 그는 분명 악덕 집주인은 아니다. 왜냐하면 안중신씨 말대로라면 1년 6개월동안 임대료가 밀려 보증금이 바닥난 상태라니 말이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이보다 더 절실한 말이 또 있을까 그래야만 산같이 쌓인 살림을 치울 수 있으니. 정작 본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서 있다. 불안한 마음이 제 몸으로 거드는 천사들을 화나게 했을까. 더욱 억척같이 일을 한다. 오후 2시부터 밤 9시경. 그제서야 비로소 5년의 때가 벗겨졌다.

당당뉴스 운영자의 아내인 김미영님이 오셔서 손수 식사를 만들어 주셨다. 꿀맛. 음... 만나는 우리가 먹고 있다!

김미영님도 퇴근 후라 피곤하셨을텐데. 밥을 준비하다 말고 댁으로 달려가 김치랑 반찬꺼리를 담아와서는 요리를 했다. 다 아는 일이지만 벌교에서 목회하시던 때가 기억난다.

아마도 상당히 많은 목회자들이 그 댁에서 밥 한술을 먹었었다. 김미영님의 요리를 먹고. 그러고보면 전라도 경상도 충청권까지 삼남 일대의 미자립 목회자들에게 10년이상 구김살없이 누구나 찾아오면 손수 밥상을 차려주던 어머니다.

드라마같은 일이, 아니 만화의 한 장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소에 한창 바쁜 데, 어느 철없는 손님이 와서 라이브 노래를 요청했다. 김광석의 노래를... 안중신씨는 온 몸이 만신창이인데도 노래를 부른다. 눈을 감고서...

그는 그래도 노래를 부른다. 가시나무 바보새처럼...

자신을 향해, 자신을 돕는 저 순수한 사람들을 향해. 노래 한 곡에 감동할 줄 아는 아직은 착한 사람들을 향해. 그는 노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안중신씨는 오늘, 그래도 노래를 불렀다. 오늘 따라 기타가 유난히 징징.운다. 제 어깨에 눌린 삶의 무게를 가진 사람들은 그 고달픔의 눈물과 설움을 알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