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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 전에 우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다원화된 사회에서의 기독교변증은 신념과 함께 겸손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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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3월 21일 (화) 00:00:00 [조회수 : 3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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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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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소위 한국교회의 원로 또는 내로라하는 중진급 인사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사회 안팎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심지어 아주 격렬하게) 목소리를 내는 일이 흔해졌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두고 이전의 타계주의를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반기기보다는 차라리 이전처럼 조용히나 계셔 주셨으면 느끼는 게 비단 내 생각만은 아니겠다 싶어 용기를 내어 이렇게 또 만용을 부린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분들은 교회와
세상, 완성된 하나님 나라와 현재의 제한된 하나님 나라, 신앙의 세계와 역사의 세계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는 성경적 기초가 대단히 약한 것 같다.
아니 그 개념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난 종교 다원주의를 받아들이는 입장은 아직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그 분들과 내 입장이 같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다원주의를 받아들이는 것과 다원화된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그 분들은 정말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기독교인들 하늘이 있고 불교인들 하늘이 따로 있거나, 기독교인들의 목욕탕 다르고 이슬람인들의 목욕탕이 다를 이유가 없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우리를 같은 피조물, 같은 세계인, 같은 한국인, 같은 이웃으로 만드셔서 같은 땅을 디디고 같은 하늘을 이고 살게 하셨다면 우리는 당연히 인종, 민족, 종교, 성별 등을 막론하고 가장 먼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도 막된 자식이 부모 욕먹이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삐뚤어진 열정만을 가지고 세상에서 열심히 뭔가를 해내기는 하는데, 하는 일마다 하나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는가? 이제 몇 가지 실제적인 예를 들고자 한다.
1. 잠시 사그라든 것처럼 보이나 여전히 살아있는 휴화산 같은
발화력을 갖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에서 정말 오랜만에 거의 모든 기독교계는 거짓말처럼 뭉쳐 결사반대를 외쳤다. 내용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기득권 연대다. 감히 사학재단을 사유재산 정도로나 알고서 자본주의 기본권 운운하는 양반들이 복음이 정말 진리라면 학교
선택의 자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진리를 억지로 강제할 수 없다는 가장 간단한 사실은 왜 존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사학재단들이 정말 기독교인재 양성을 생각한다면 학생 선발권만 내세울 게 아니라 학교운영비의 절대액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지원금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책임으로 서야하며, 또 대안학교처럼 학력인정에 대한 미련조차 버려야 한다. 진심으로 바란다. 권리를 말하려면 제발 스스로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소신 있게 복음정신으로 무장된 새 시대의 인재를 길러내시기를.
2.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낯뜨겁게 “붉은 악마 명칭
변경”을 외치던 교계 일각의 소리가 잠잠해 졌나 싶더니 올해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모습으로 다시 등장했다. 이유인즉 “하고
많은 상징을 놔두고 왜 하필 악마냐? 이건 사탄숭배 문화이므로 하나님의 진노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도 기왕이면 좀더 좋은 이름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그래도 그건
풍자요, 해학일 뿐이다. 교회에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왜 담배를 권장하느냐고 따지는 사람 없듯이. 또 그게
단순한 해학을 넘어보일지라도 그들이 모든 국민을 상대로 붉은 악마에 가입하라고 강요하거나 입법청원을 하지 않는 이상 ‘유감의 논평’정도나 내고
말일이 아닌가?
그런데 그 분들이 평소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응원단 이름을 정했다는데, 기독교인 숫자를 들이대며 협박을 한다든가 전혀 상관없는 국회에 개칭 입법청원을 내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것인가?(도대체 국회가 무슨 근거로 민간응원단 명칭을 이걸 쓰면 된다, 안된다 지시할 수 있겠는지 생각해 보면 웃기지도 않으면서 기분만 나빠지는 저질 코메디 같지 않은가!)
그래도 굳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붉은 악마와 견줄만한 더 좋은 이름의 응원단과 응원문화를 만들어 대안으로 내세워 호응을 얻겠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조차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3.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종비련)라는 곳에서 ‘종교인 탈세 방지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특히 목회자들의 납세문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예상대로 교계, 특히 한기총이나 목회자들은 “기독교탄압”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세법자체가 너무나도
면세조항이 많아 “저 쪽은 놔두고 왜 우리만 뒤지냐?”고 따지려면 못할 일도 아닌 것 같으나, 종교인들 입장에서 점잖아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교회언론회이라는 곳에서 낸 성명을 보면 도대체 논쟁의 기본개념 자체를
이해하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선 이 성명은 한국교회 목회자 대다수가 면세점 이하로 받고 있어서 해당사항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더욱이
잘된 일 아닌가? 어차피 궁핍한 분들은 어려운 실상이 알려져 더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생겨 좋고, 나머지 충분히 받는 분들만 국민된
도리로 세금을 내면 되지 않겠는가? 그게 어떻게 세금 안낼 이유인가?
또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안 그래도 소득의 10% 이상을 다시 헌납해 교회와 사회적 공헌을 하고 있고, 한국교회도 연간 1조원을 선교, 구제, 봉사에 사용하고 있으니
세금까지 낼 필요가 어디 있느냐고 한다.
세상에 이 무슨 무식한 소리인가? 그 주장의 진위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사회적 공헌을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무식한 주장을 제정신 가진 사람치고 어떻게 할 수가 있는가? 그것도 기독교기관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세상에
모든 공익적 의미가 큰 단체들은 다 면세해야하고, 사회기부금을 내는 기업들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한국교회는 자주 납세를 자신들이
내고 싶으면 내고, 내기 싫으면 안낸다는 식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또 이 논쟁을 주도하는 종비련이라는 단체가 사실은 반기독교운동을 목적으로 한 불순한 단체이기에 결국 세금논쟁은 반기독교운동이라고 말하나,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야한다는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면 그것에 대해서만 충실해야 한다.
이래서 자꾸 한국기독교는 이기적일 뿐 아니라 논쟁의 핵심이 뭔지도 모르고 논리도 없이 자기주장을 편다는 부끄러운 소리를 듣게 된다. 납세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 이전에 자기 주장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부터 확인한 후에 성명을 내자.
4. 최근 한기총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급진적 묘사로 논란을 빚은 소설 ‘다빈치코드’의 한국 상영을 반대하는
막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사실 이런 태도는 충분히 예상되었다. 지금까지 기독교가 말해왔던 가르침과는 다른 주장들이 여과 없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확산돼 갈 때 한국교계는 이렇게 원천봉쇄로 대응해 왔다.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상영반대 압력, 책 ‘예수는 신화다’ 판매금지 압력,
교회에 대한 비판적 보도에 대한 언론사 앞에서의 항의집회 등 수없이 많다.
대다수 기독교인들이
그렇듯이 다빈치코드의 유행은 나도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불쾌하다고 해서 정당한 절차적 근거에 따라 진행되는 문화매체들의 소통을
힘으로 막아서는 결코 안된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초대교회에
대한 유대인들과 로마 당국으로부터의 근거 없는 악선전과 탄압이 밀려올 때 공동체 내부적으로는 성경의 정경화 작업을 통해 굳은 신앙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편견과 오해에 가득 찬 밖의 대적들에게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철학적, 윤리적 바탕 위에서 변증서들을 써냄으로써 잘못된 이해를 바로
잡으려 했다(저스틴, 타티안 등).
이 점에 관한 한 누구보다 우리의 좋은 모범은 아주 의외로 바울이다(많은 이들은 바울이 복음의 일방적 선포만으로 선교활동을
해왔다고 착각하므로). 그는 복음의 선포와 더불어 특히 철학적 기반이 우수한 헬라인들을 대할 때는 헬라철학과 다종교적 문화기반을 충실히 존중하는
지혜로운 변증으로 이방인들을 설득하기도 했다(행 17:22~34, 19:8~10).
그런데
기독교가 사회에서 다수를 점하게 되면서부터 언제부터인가 기독교는 현실의 다양한 도전들을 기꺼이 수용하여 우리가 믿는 복음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려 하거나, 진리의 성실한 변증을 추구하기 보다는 너무 쉽게 힘으로 저지하려는 반복음적 행태를 일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그러한 거친
반응들은 기독교를,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복음 자체에 대한 사회적 반감만 더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 다양한 문화적 표현들에 대해 성실한 토론과 변증을 하는 대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기독교인들 스스로가 다빈치코드의 진정성을 홍보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자신들이 믿는 교리나 가르침과 다르다고 물리적으로 막으려 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이거나 문화적 폭력이다. 그것들이 정말 위험하다 느껴지면 그것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비판적 안목을 길러줘야 한다. 왜 힘으로 가로막으려 하는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힘으로 강요하려 하거나 물리력으로 막으려 하면 헤롯당, 사두개인 밖에는 안된다.
5. 2004년쯤부터 교계 주요지도자들은 그동안의 주로 교회 내적
활동에만 전념하던 모습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민감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공동입장을 내놓는가 하면 올해 지방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훨씬 적극적인 정치적 연합활동도 서슴지 않을 것임을 표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그가 진보든, 보수든 시의적절한 정치적 활동은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교회 인사들의 정치적 활동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협소한 기독교적
가치를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해 정치수단까지 소유하려 한다는 데 있다. 이들은 소위 반기독교 문화의 확산을 막고 기독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소극적 입장표명 정도로는 안되고, 정치권력을 획득하거나 기독교에 호의적인 정치세력을 만들어 내야한다고 믿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으나 이들의 근본주의적 가치관으로 볼 때 기독교의 종파적 이해를 법률적, 제도적 수단을 통해 강제하려 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의
근본주의 교계지도자들이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를 통해 자신들의 배타적, 종파적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모습과 흡사하다. 최근 배경을 알기 어려운
정창화 목사라는 분이 전자개표기 조작의혹을 제기하며 노무현 정부를 뒤엎자고 노동신문 같이 생경한 주장을 해도 소위 교계원로라는 분들이 줄줄이
이름을 대주는 것을 보면 내 염려가 지나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회 내에서는 어느 정도 자기 입지를 확보해 놓았으니 이제 세상
권력마저 손에 넣고 싶은 마음에 원로라는 이름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말자.
특히 나를
포함한 우리 종교인들은 기본적으로 신을 믿기에 절제되지 않은 확신과 열정으로 자칫 세상에서 위험한 경계선을 언제든 넘을 수 있음을 솔직히,
그리고 겸허히 인정하자. 기독교인들은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순교의 각오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으로 교회의 힘을 바탕으로 정치권력마저
쥐고 흔들고 싶은 마음을 순교적 각오로 제거해야 한다. 중세 로마교회처럼 절대화된 권력을 추구하는 종교인들은 그 누구보다 깊이 타락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특정 정파 및 후보를 지원, 당선시켜 그 후견인 노릇을 할
가능성이 많다. 노파심에서 미리 말씀드리는데 최소한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제발 “장로대통령을 세우자!”는 구호만큼은 결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승만, 김영삼으로 반면교사는 충분하다. 그리고 제발 누가 당선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다가 당선자에게 줄을 대려하거나, 유력후보들 앞에서
낯부끄럽게 목사, 장로라는 사람들이 악수 한번 하고 싶어 줄서서 기다리는 추대는 이젠 그만 연출하자. 이럴 때만큼은 ‘감히 목사(장로)를 어떻게
보고….’하며 제법 교만이라도 부려 봤으면 좋겠다.
원칙적으로만 본다면 넓은 의미의 복음주의자들이 세상 속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깨닫고 발언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책임감만으로 생각나는 대로 함부로 훈수를 두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전공영역(?)이 아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조금 더 겸손하고 배우는 자세로 접근해 주기를 감히 바란다.
6. 부활절 연합예배 아귀다툼
얼마 전부터 한국교회는 이미 상업화된 성탄절대신 부활절을 진정한 기독교의 명절로 삼겠다며 부활절연합예배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기괴한 장면은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그리고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위원회(한부연) 사이에 벌어지는 연합예배 개최권 다툼이 마치 스포츠대회 유치권을 둘러싸고 국제적 경쟁이 벌어지듯 말로
다할 수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제의 핵심에는 단지 한시적 부활절예배 개최의 의미만 있는 한부연이 상설기구화 되면서 인적,
재정적 낭비로 치닫는데 있는데 제동을 걸려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국교계에 고질화되어 있는 단체들과 주요인사들 사이의 힘겨루기, 자존심싸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해도 해도 너무 하다. 도대체 부활절이 어떤 날인데, 번듯한 대표적 연합단체들과 내로라하는 교계인사들이 서로의 이름을 내세우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돈을 내며 설교권을 사고 팔고, 운영권을 흥정하는가? 지금과 같은 부활절연합예배 쟁탈전은 마치 부유한 아버지 유산 탐내는 형제들 사이에 서로 자기가 아버지 생신상 차리겠다고 싸우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주님의 부활정신을 정면으로 비웃는 추악한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한 부활절연합예배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나는 진심으로 그저 주요 교회 및 인사들의 자기과시의 선전장으로 전락해버린 전국화된 부활절 연합예배를 이젠 중단하고, 지역교회들 사이의 소규모의 지역연합운동으로 승화시켜주길 호소한다.
7. 마지막 한 마디
요즘 교계가 돌아가는 상황들을 살피다 보니 도대체 분통이 터져 되는대로 잡 글을 써보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분들 가운데 이 글을 몇 분이나 보시고 이해하실지 매우 의심스럽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무리 시대가 어렵고, 복음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 부담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여전히 복음의 증인답게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복음을 들고서도 진리의 싸움을 하기 보다는
혈과 육의 싸움에 재미가 들렸다는 것이다. 그런 자세는 복음과 그리스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야 할 사람들에게 듣기도 전에 전하는 자들의
비상식적이고 위압적인 태도에 질려버려 귀를 막게 한다.
우리는 모든 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찬반의 의견을 다양하게 말할 수 있으나, 어느 샌가부터 한국기독교는 숫자의 힘만 믿고 진리의 정당한
싸움보다는 걸핏하면 정치적 압력, 사회적 압박을 일삼고 있으면서도(단군상 건립 실력저지, 통일교 및 일화저지를 위한 비상식적 압력, 주5일
근무제 반대 등), 정작 관심 가져야할 사안들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FTA협정으로 농민들이 다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는데도, 한국교회
원로라는 분들은 대세론만 되뇌이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사회의 공공의 적’처럼 되어 버린
것은 결코 교회 수가 적거나 교인 수가 적어서나, 선행에 대한 홍보가 잘 안돼서 생긴 일이 절대 아니다. 복음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으로 한 단계 성숙되지 않으면 이러한 추세는 어떠한 대전략으로도 결코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진정 기독교 원로, 교계 인사
소리를 들으려면 숫자만 믿고 떼쓰려고 하기 전에 먼저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그 발상이 얼마나 유치하면 붉은 악마 개칭 발의안을 내려고 해도
종교 분포상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 의원들조차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겠는가?
한국기독교인들(특히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고귀한 명분을 걸고 온갖 권모술수와 협잡을
일삼았던 사두개인과 바리새인들처럼, 말로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라면서도 방법은 언제나 세상 정치판이 혀를 내두를 만큼 철저히 권력 지향적이고
권모술수를 앞세우는 추태를 보여 왔다. 이젠 그만둘 때도 되었다. 무엇보다 시대적 추세와 변화의 감각을 이해하고 있는 각 단체, 교회의 젊은
실무자들이 자기 조직의 어른들에게 용기 있게 쓴소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바퀴달린 십자가 같은 수준 낮은 행동으로 십자가를 세상에 비웃음꺼리가
되게 한 것에 대한 철저한 회개를 해야 한다.
태도로서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으려는 노력에는 그토록 소홀하면서도, 명칭과 형식으로만 존재하는 기독교의 껍데기에는 그토록 분별력 없는 집착을 보이고 있으니 도대체 웬일인가? 복음이 복음의 가치를 가질 수 있으려면 그 언어적 선언만큼이나 성실하고 개방적 태도가 중요하다. 주님의 말씀처럼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한다(마 23:23). 기독교의 치부는 애써 가리려 하면서도(↔벧전 2:16, 3:16) 변증은 매우 거칠게 한다면(↔벧전 3:15), 중립적이던 일반인들까지도 반기독교 대열로 합류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보면 득점은 고사하고 어이없는 실점만 줄여도 이 정도로 난도질을 당하지는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주제넘은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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