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연회장’으로, ‘감독회장’은 ‘총회장’으로 바꾸는 것이 합당하다.

▲ 김택규 전,서울, 감신대 객원교수

한국 감리교회는, 그 동안 감독회장 선출 문제로 시작된 분란이, 마치 헝클어진 실타래 꼬이듯이 계속 수많은 혼란과 진통을 겪는 불행한 시간들을 보내다가 이제 간신히 수습의 길에 들어선 것 같다. 감독 선출 문제로 교단에 문제가 야기되었던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과거 호헌파, 성화파로 교단이 둘로 분열되었던 것도 실은 감독선거 문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떤 조직체든지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언제나 ‘제도’ 혹은 ‘체제’(system) 와 ‘사람’이 문제인데, 그러면 지난 4년 전부터 발생했던 한국 감리교단의 문제는 ‘감독 제도’라는 ‘제도’에 문제가 있었는가? 혹은 그 조직 구성원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아마 둘 다 일 것이다.

Ezra Earl Jones 박사(U.M.C. 총회 제자국 총무 역임) 는 “모든 ‘제도’는 특정한 결과를 가저 오도록 고안되어 있다. 그러므로 결과에 문제가 있거나 다른 더 나은 결과를 원한다면 그 ‘제도’를 다시 고안하던지 바꾸어야 한다” 라고 주장하였다. 교회의 어떤 제도나 체계가 그 조직에 맞지 않고 문제가 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그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한국 감리교회에서의 ‘감독’제도는 그 ‘결과’를 고찰해볼 때 문제가 있는 제도이며, 또한 교회의 전통적인 ‘직제’와 역사적 관점으로 볼때에도, 맞지 않는, 마치 한복 입고 자전거 타는 모양새이다.

한국 감리교회의 감독제도는 어디에서 온 제도인가? 한국 감리교회는, 모두 아는바와같이, 역사적으로, 미국 감리교회의 선교 교회로 시작된 교회이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미국 감리교회의 조직, 제도, 행정 체제를 거의 그대로 따랐다.‘감독’(Bishop) 이란 명칭이나 제도도 물론 미국 감리교회 제도를 따른 것이다.


그러면 미국 감리교회 (현재의 U.M.C.)의 성직(clergy)및 ‘감독’ 제도는 어떤가?

영국 교회(성공회) 의 직제와 전통을 일부 수용한 미국 감리교회는, 처음 “감리교 감독 교회” (Methodist Episcopal Church) 라는 교단 이름으로 시작할 때, ‘목사의 직’에, 교회 전통으로 내려오는 세가지 성직 제도 (3 fold ministry)를 채택하였다. 그것은 “집사 목사” (deacon), ‘장로 목사’ (elder), 그리고 ‘감독(bishop) 의 세 직급이다.

그래서, 미국 감리교회가 개척될 당시, 요한 웨슬리는 코크 (Thomas Coke) 를 미국에 파송하여, 당시 평신도로 미국 감리교회를 개척해 나갔던 애즈베리 (Francis Asbury) 에게 먼저 ‘집사 목사(deacon)’ 안수를 주고, 다음에 ‘장로 목사’ (elder) 안수를 주고, 세 번째로 ‘ 총리사 (감독) 안수를 주었던 것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은퇴한 감독 한 분이 어떤 사정으로 인해 ‘감독’직을 사직하였다. (U.M.C. 에서는, 은퇴해도 그는 여전히 ‘감독’직분이다.) 그의 목사로서의 ‘신분’은 ‘장로 목사’(elder) 로 내려갔다. 그는 더 이상 감독으로 불려지지 않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의 U.M.C. 의 장정에서는 물론 감독을, 캐도릭교회처럼, ‘교회 계급제도(hierarchy)’상의 최고 ‘직급’ (order)이라고 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명칭이나 신분, 직무의 성격은 ‘전통적인 교회 직제’의 감독 직급에 해당되는 ‘직분’(order)이라고 할수 있다. (‘감리교 감독교회’ 라는 이름의 교단으로 시작될 때, 미국 감리교회는 이 성격이 분명했었다.)

교회 전통 직제를 따르는 구교나 영국 교회에서는, ‘감독’이란 ‘행정적’인 ‘직책’(office)이 아니고, 성직자의 ‘직급’(order)이다. 제도가 다른 한국교회의 교인들은 이해가 잘 안되겠지만, 쉽게 예를 들면, 평신도 중에 ‘집사’ ‘권사’ ‘장로’의 직분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집사, 권사, 장로는 ‘행정적인 직책’이 아니고, ‘직분’이다. 마찬가지로 성직에도 ‘집사 목사’, ‘장로 목사’, ‘감독 목사’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성직상의 ‘신분’이다.

U.M.C. 제도에서, 감독은 ‘안수례’로서 감독의 직에 ‘성별’(consecration) 되며, 한번 감독에 취임하면 그는 평생 감독이다. 현역에서 은퇴할지라도 그는 감독 직분을 유지한다. 감독은 개교회를 담임하거나 교단의 어떤 사무직을 맡을수 없다. 작년에 시에틀 지역의 현직 감독이었던 분이 U.M.C.의 “세계 선교부” 의 총무 직을 맡게 되었다. 그는 평생직인 ‘감독’을 사직하고, ‘장로 목사’로 신분을 바꾼 후에 그 직에 취임하였다. 감독은 교단 대표이며, 배정된 ‘ 감독 관할구’ (Episcopal area) 의 주재 감독(Resident Bishop) 으로서, ‘교회를 감독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이제 중요한 실제 문제를 생각해 보자. - ‘감독’인가? ‘연회장’인가?

이미 전술한대로, U.M.C. 에서, 감독은 감독구를 관할하는 ‘주재 감독’이다. 감독이 곧 행정직인 ‘연회장’ 과 같은 직명은 아니다. 다만, 그가 주재 관 활하고 있는 지역의 행정 조직인 연회의 ‘연회장’직무를 감독이 맡게 되는 것이다.

이해를 좀 쉽게 하기 위하여 예를 들겠다. 필자가 속해 있는 연회는 ‘California-Nevada 연회’이다. 연회록이나 연회 문서에 보면, Warner H. Brown, Jr., Bishop (아무개 감독) President of the Cal.-Nev. Annual Conference (Cal-Nev 연회, 연회장) 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의 명함 등에 보면,’연회장’이란 말은 없고, 단지, ‘Resident Bishop, San Francisco Area” (쌘 프란시스코 감독구, 주재 감독) 이라고 쓰여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감독이란 직분은 그의 ‘성직’에서의 영구 직분이지만, ‘연회장’ 이란 그가 그의 감독구에 배정되어 있는 동안 임시로 맡는 ‘행정직 직책’인것이다. 감독은 그가 관할하는 지역의 ‘연회장’으로서, 연회를 다스리지만, 그는 그 연회의 회원은 아니다.

그는 4년 임기를 두 번 중임할 수 있으나 시무임기가 끝나면, 또 다른 감독구로 파송 (assignment) 받아 가야 한다. 감독들은 모두 교단 대표이기 때문에, 교단 총회의 의장으로서 총회의 사회를 맡는다. 어떤 감독은 특별한 감독의 직책에 배정되면 행정적인 연회장을 안할수도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감독이란 직분은 연회장이나 총회장 같은 행정직과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감독’의 직분을 가진 분이 연회장이나 총회장의 행정직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감독회의 (Council of Bishops), 감독회장의 기능은 무엇인가?

한 ‘장로 목사’(elder)가 감독(bishop)이 되면, 그는 연회에서 그의 적(籍)이 없어지며, 따라서 그는 어떤 개 교회나 연회의 회원이 되지 않는다. 그는 오직 ‘감독회의’에만 그 적(籍)이 있게 된다. 여기에 U.M.C.의 ‘감독회의’의 특수성이 있다.

감독은 감독회의에 소속이 되어, 각 ‘감독구’에 파송이 되지만, 감독들은 모두 ‘교단의 대표’들이며, 교단을 다스리는 “전체 교회의 총리사들이다.”(U.M.C. 교리장정 427조) 이 말은 ‘감독회장’이 곧 ‘교단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감독회장은 말 그대로 “감독회의’를 주관하고 사회를 하는 ‘의장’의 직이다.

이와 같이, 모 교회였던 미국 감리교회의 제도나, 그리고 특히 역사적인 교회 전통, 직제,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한국 감리교회의 ‘감독제도’는 퍽 ‘이상하게(weird)보이는 직분이다. 한마디로 교회 전통적 개념의 ‘감독’(Bishop) 으로 볼수는 없다. 또 감독회장이 교단장이 되는 것도 합당치 않은 제도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로, 한국의 감독은 ‘안수로 성별’되지 않는다. 다만 ‘취임’을 한다. 그러므로 취임된 임기가 끝나면 호칭이나 직책도 끝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불과 2년 임기의 직책이 끝 났는데, 계속 감독의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둘째로 한국의 감독제도는 전통적인 ‘감독 관활구’의 개념이 없다. 다만 어떤 연회에 소속이 되여, 연회장의 행정직을 수행할 뿐이다.

셋째로, 감독에게는 성직 안수권, 목사 파송권, 그리고 모든 교회에 대한 감독권(superintency)이 있어서, 담당하고 있는 감독구의 교회와 성직자들을 다스리는데, 한국의 감독에게는 일부 그런 권한들이 없다.

넷째로, 한국 감리교회에는 전통적인 세 직급의 성직 (3 fold ministry) 제도가 없다. (초창기에는 있었다) 따라서 ‘집사 목사’나 ‘장로 목사’ 의 직급이 없는데 ‘감독 목사’ 직급만 있는 것은 교회 직제상 좀 이상한 제도로 보인다.

다섯째로, 한국 교회에서는 감독들도 모두 개교회와 연회에 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 감리교 제도를 따라 둔 ‘감독회의’ 라는 기구는 별로 의미가 없다. 그런 ‘감독회의’ 의장이 교단장이 되는것은 좀 이상한 제도이다. 감독회의 회장은 ‘감독회의’의 ‘의장’이지 곧 교단장은 아니다. 감독회의 의장은 감독들이 서로 돌아가며 맡게 된다. .


이제 결론 및 제언을 내놓는다.
 

한국 감리교회의 현재의 감독의 직분은 주로 그가 속한 어떤 개별 연회의 ‘연회장’ 역할이라 할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 전통 직제 관점에서도 맞지 않고, 또 모교회 였던 U.M.C.의 직제 개념과도 완전히 다른 성격의 “감독”(Bishop) 이란 호칭이나 직분을 두지 말고, 현재의 기능에 맞게 ‘연회장’ 으로 바꾸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교단 대표의 직명도 한국 감리교회는 거기에 걸맞는 명칭이 없다고 본다. 이미 언급했지만, ‘감독회장’이란, 그 명칭이 나타내는 바대로 ‘교단장’이 아니라 감독회의라는 기구의 ‘의장’ 이다. 직명과 직책이 다르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지 않겠는가?

물론 한국 감리교회는 독립된 교단임으로, 그 교단 내에서 결정하면 그대로 ‘제도화’ 될수 있으나, 한국 교회는 미국 교회가 모교회였므로 전통적으로 상호 연결이 되어 있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교단장의 직명도, 미국 U.M.C. 의 ‘감독회장’의 개념으로 볼때는 합당하지 않은 ‘감독회장’이란 명칭을 쓰지 말고, 한국의 다른 모든 교단들이 사용하는 것처럼, ‘총회장’으로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것이 되리라 생각된다.

끝으로, 종교 개혁 이후, 대부분의 개신교회들은 영국 교회 등 일부 구교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교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구교적 색채를 나타내는 ‘감독’이란 명칭이나 직제를 버렸다.

미국에서도 주류 개신교단 중에는 U.M.C. 와 그 뿌리가 되는 성공회만이 감독제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일부 군소 교단이 그들의 교단장 권위를 높이기 위해 감독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한국 감리교회는, 이제 미국 감리교회의 선교 교회도 아닌데, 구태여 권위주의적 잔재가 보이고, 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는 ‘감독’이란 명칭이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겠는가?

현재 감독 직위에 있는 분들이나 또는 감독 호칭으로 불리는 이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혹시 한번 감독 또는 감독회장으로 선출 되면 평생 감독으로 호칭되고, 미국 같은 해외에서도 대우를 받게 되기 때문에 감독제도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또 서로 감독이나 감독회장이 되려고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러므로 만일 1년직 내지 2년 임기의 단순한 연회장제, 총회장제도를 채택한다면 ‘경쟁’이나 파벌, 분쟁 등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생각된다.

현재, 한국의 감리교 목사님들 중 많은 분들이, 감독이란 명칭을, ‘연회장’으로, 그리고 ‘감독회장’을 ‘총회장’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동안 감독회장 선출 문제로 모두 많은 아픔들을 당했는데, 꼭 제도적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변화(Change)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제, 앞으로 임시 입법 총회도 개최될 예정이고 감독선거도 새로 하게 된다는데, 이번 기회에 과감한 변화를 이루기를 바란다. 이 글이 그러한 변화 만들기에, 그리고 한국 감리교회의 행정, 제도,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필자는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에서, 특별히 James White 교수 밑에서, 고대 예배 및 직제 에 대하여 공부하였으며, Drew University에서 ‘교회 분쟁’ 문제를 연구하며 목회학 박사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