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동안 잘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말로만 사는 삶이 아니라 행동하는 삶을 위해 1995년 파주로 이사를 했다. 이후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무던히도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귀농자들을 만났고, 정직한 농사를 짓기 위한 모임에도 참석, 농업에 대한 지평을 넓혔다. 파주지역 삼성교회(류광웅 목사)를 다니면서 공동체적인 삶에 깊이 빠져들면서 '생태마을만들기'라는 운동에도 눈을 떴다. 

▲ 경기남양주 재활용주택, 부부도 다름을 인정해야 !

한 골짝, 한 골짝 너무도 다른 생태환경을 가진 산골을 찾아 다니면서 느꼈던 생각은 니것과 내 것을 구별하지 않고 살아보자는 공동체보다는 각자의 삶은 작은 골에서 자립적으로 이루고, 서로 다른 삶의 문화는 골골이 하나로 모이는 큰 골에서 이루어보자는 뜻으로 '생태공동체마을' 혹은 '생태순환네트워크마을'을 꿈꾸게 되었다.

▲ 1995~1997 경기파주, 생태적인 삶의 실험

여기서 '골짜기'라는 소리글자의 뜻을 화천의 다사함 김명식 선생님은 이렇게 해석하고 있었다. "골짜기란 사람다운 사람이 하늘과 땅을 모시는 삶이자 천지인 합일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땅을 기반으로 뜻을 모으고 하늘을 모셔야 한다"면서 "땅과 하늘의 주체는 땅이며, 사람다운 사람이 합일정신으로 얼과 뜻을 받아 살아야 한다"고 했다. 

본디 하늘은 세상을 향하여 활짝 열려있지만 하늘의 뜻을 좁게 해석하는 종교(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가 많다. 골=하늘, 짝=땅, 이=사람이란 뜻 글은 천곡인(天谷人) 즉, 천지인이란 뜻이다. 걸어서 불편하지 않은 거리의 공동체, 서로가 부담이 되지 않는 네트워크로 연결,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탈 이념으로 자기자리를 분명히 하고, 오고감이 분명한 사람사는 마을인 것이다.

▲ 2004 경북영덕 오지마을 한밭골 생태캠프, 생태공동체마을의 실험

결국 골짜기문화는 자연을 보호하고, 자기생활의 중심에 생태와 공동체, 영적인 생활을 조화롭게 형성하고 자급자족의 원칙으로 문화를 만들어 살자는 것, 법없이 자율이 보장되지만 마을에 심각한 일이 벌어졌을 때는 가차없이 처벌을 하는 그런 마을문화다. 이것이 올바른 민주주의가 아닐까. 

이제껏 나의 꼴짜기문화론이 중심이 된 생태순환마을은 도시문명에서 벗어나려는 자각한 사람들의 계획적인 마을로서 기존 대지에 선을 그어 그들만의 단지를 만들고, 분양하듯 사람들을 모으고 집을 짓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 저 마다 다른 생각과 뜻을 나누고, 나와 다름을 이해하는 것 부터 시작하는 것이 첫 걸음마다. 

▲ 2004 경북영덕 오지마을 한밭골 생태캠프, 생태공동체마을의 실험

처음부터 많은 규범과 규칙들로 삶을 재단하지 않으면서 하늘이 부여해준 생태와 공동체 그리고 영적인 삶이 현실 속에서 골고루 녹아지게 하자는 생활신앙인 것이다. 이러한 모임은 다소 지겹고 힘겨울 수 있지만 천천히 시간을 나누고, 먹거리를 나누고, 일을 나누다보면 어느샌가 생태적 삶의 마을로 우리를 인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 1996 경기파주시 농가주택, 생태공동체마을은 가족과 함께 준비해야

우리는 지속 가능한 정착지를 통해 생태적인 삶의 문화를 만들고 실천하고자 노력하지만  각자의 경제활동과 생활, 취미 등은 개인과 가정이 다양하게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더우기 자급자족의 공동체문화를 이르기까지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 떠나라 ! 광야같은 삶으로'를 외치고 싶다.

▲ 2010 경기가평, 생태공동체마을을 찾아나선 사람들

▲ 2010~2012 경기가평, 생태순환마을을 짓기 위한 현장모임

이는 이제까지 살아온 주변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한알의 씨알로서 주체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씨알이란 다음 생명의 원천으로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올바른 생명을 잉태하기 어렵다. 요즘 말로만 살고있는 세상이다. 종교도 물론 제 씨알로 살지 않고 있다. 그러니 말로만 실험으로만 연구로만 이루어진 사회의 문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제 삶의 자리를 찾아 생태적 삶의 회복과 치유, 평화를 위한 '코이노니아'를 나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