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광명성 3호 발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광명성 3호가 로켓이냐 미사일이냐로 의견이 분분하다. 반북반공주의자들은 어덯게 해서라도 이것이 미사일 혹은 미사일과 관련 있는 발사체로 보이게 만들어 싶어 하지만 상식이 있는 사람은 반공적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고자 애쓴다. 즉 이념이나 정치의 잣대로 볼 것이 아니라 수치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광명성 3호에 접근하자는 것이다.

조선 당국은 이미 세계의 여러 나라에 광명성 3호 발사현장을 참관해줄 것을 요청하며 초청장을 보냈다. 물론 초청받은 사람들이 보기 원하는 것을 전부다 투명하게 보고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자신감과 투명성이 있으니 이런 행보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광명성 3호를 미사일로 규정해놓고 참관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으니 누가 봐도 아집일 뿐이다.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발사를 앞두고 있는 로켓을 놓고 이제와서 쏘네 못 쏘네 해봤자 달라질 것은 없다. 그렇다면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념과 정치의 잣대를 들이대려고만 한다면 그저 반대와 외면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나도 솔직히 의문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었다. 조선 당국도 솔직히 인정하고 있는바 식량사정과 경제사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튀어 나온 미사일이고 로켓이냐 하는 생각을 물론 한다. 이 발사체를 놓고 조선을 무턱대고 씹어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김정일 이후 김정은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과시용이라고 단정한다. 물론 조선이 현실적으로 일당독재 체제이니 그럴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70년대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2010년대이다. 국가 간의 경쟁이 약육강식의 차원을 뛰어 넘은 무자비한 승자독식의 시대이다. 그런데 한 국가가 단지 지도자 교체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과시용으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로켓을 수천억 원을 들어 하늘로 쏘아 올리는 것이 이 시대에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비록 한국과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지만 한국과 같은 민족이다. 한민족의 지혜와 능력은 이미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들은 한국 국민들과 마찬가지의 성정과 능력,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최근 보수적 언론은 광명성 3호를 발사하기 위해 조선이 약 8억5천만 달러를 지출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8억5천만 달러이면 한화로는 9천6백억 원, 1조 원에 근접하는 돈이다. 이 기사를 받아 쓴 보수적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 정도의 금액이면 조선의 식량 부족분을 6년치 구입할 수 있다거나 1900만 명의 1년치 식량분을 살 수 있다거나 하는 계산을 내놓았다. 게다가 로켓을 발사할 경우 미국이 이미 약속한 25만 톤의 영양식도 포기해야 한다. 돈은 돈대로 쓰고 지원은 지원대로 끊기고! 한국 사람들은 조선의 이런 행보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에 대한 명쾌한 분석이 통일뉴스에 나왔다.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의 글이다. 그는 8억5천만 달러라는 한국 군부의 비용 계산부터가 과장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통일뉴스] 곽동기 상임연구원의 글 보기

왜 세계의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위성을 하늘에 쏘아 올리지 못해서 안달할까? 소위 스페이스 클럽이라는, 자체 인공위성 발사능력 보유국이 되지 못해서 안달할까? (참고로 자체적 능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능력이 있고 또 쏘아올린 국가는 세계에 아홉 개 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조선의 광명서 3호가 성공하면 열 번째 스페이스클럽 가입국이 된다. 광명성이 실패하고 한국의 나로호가 성공하면 한국이 열 번째가 될 것이다) 왜 한국은 두 번이나 실패한 나로호를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발사할 준비를 하는가? 왜 다들 인공위성을 쏘는 나라가 되고 싶어서 안달을 할까? 또 이미 인공위성 보유능력을 갖춘 국가들은 왜 새로운 나라가 발사능력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긴장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일까? 이건 한국과 일본에서 호들갑 떨듯이 단순한 안보 차원, 핵미사일 차원만이 아니다.

결국은 돈의 문제이다. 한국이 나로호를 쏘아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단순한 국가적 위상 때문이 아니라 나로호가 벌어들일 수입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만 보더라도 나로호에 의한 경제파급효과와 산업연관효과가 1조5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나 여타 스페이스 클럽 국가들이 조선의 광명성 3호 발사를 주시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발사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이 먹어야 할 파이의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며 특히 적대적인 입장에 있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그 파이를 나누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나 한국의 촘촘한 국제적 관계망을 조선이 가진 것도 아니고 운용할 수도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인공위성과 그것이 벌어들일 수입이 무조건 미미하거나 무의미하다고 폄하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곽동기 연구원은 2천억 원을 들여 발사해도 순수익이 3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곽동기 연구원의 말처럼 미국이 던져주는 25만 톤의 영양식 비스켓 쪼가리 몇 개에 눈이 휘둥그레질 일이 아니다. 외국의 원조를 받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역량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폼나고 현실적으로도 선택할만한 일이 아닌가. 게다가 미래지향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조선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미래적으로도 포기할 수 없는 중차대한 일이다. 거기에 김정은 체제의 업적으로도 돌려질 수 있으니 꿩 먹고 알먹고 아닌가!

자기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 한국은 나로호라는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하지 못해 애간장을 녹이면서도 조선의 인공위성 발사를 놓고는 미사일이다, 핵무기 기술이다 하면서 딴지를 걸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야 말로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자 억지이다.

반공의 논리로만 남북관계를 보고 해석하려 들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반공이라는 논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정작 현실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들지 않으니 무리한 분석만 할뿐이다. 그런 관점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방과의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조선이 길고 어두웠던 식량난의 터널을 빠져 나오는 것이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인가, 아니면 여전히 계속 어려운 사정으로 남아 있는 것이 좋은 일인가? 어차피 이루어야 할 통일이라면 조선도 경제적인 자립을 어느 정도 이루는 것이 좋다. 물론 세간의 우려처럼 인공위성이 대륙간탄도 핵무기 기술로 전이되지 않도록 견제하고 경고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무턱대고 비판하고 끌어내리려고만 하는 것은 남북관계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2012년이다. 반공주의가 한국의 국시가 되어서도 안 되고 세계적인 트렌드도 아니다. 반공이라는 이념의 색안경을 벗어놓고 민족의 미래라는 관점으로 광명성 3호의 발사를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는 로켓 발사를 놓고 미리부터 악관계로 치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