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복음’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약의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바울 사도 당대에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은 두 부류였다. 한 부류는 옛 언약의 백성으로서 유대인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새 언약의 백성으로서 교회이다. 교회에는 옛 언약의 백성으로 새 언약의 백성이 된 유대인과 언약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가 새 언약의 백성이 된 이방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님께서 아직 옛 언약과의 완전한 단절을 행하지 않았기에 옛 언약과 새 언약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이 시기는 예루살렘을 멸망시키시고 돌성전을 파괴하심으로 옛 언약과의 완전한 단절을 행하시는 때인 주후 70년까지이다. 이 시기가 신약 성경이 쓰였던 시대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초대교회가 가지고 있었던 교회 내부의 문제의 핵심은 어떤 유대인 교사들이 자신들에게 허용되어진 율법 준수를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요구한 것이었다.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의 내용은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 준수를 요구하는 것에 관한 문제이다. 공의회의 출발은 할례 문제이지만 그 내용은 할례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방인에게 할례 주고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 명하는 것이 마땅하다”(행 15:5)는 바리새파 중에서 믿는 신자들의 말에서 확인된다. 할례와 율법 준수 모두에 관한 사안이다.

어떤 유대인 교사들의 가르침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지금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일 뿐인데, 왜 문제가 될까? 그것은 하나님의 언약의 시계추를 그들 임의로 되돌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율법 준수는 하나님께서 일시적으로 허용하신 것이다. 언약의 시계추는 새 언약으로 이동하였고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하나님의 배려였던 것이다. 이제 그 언약의 시계추는 새 언약 만으로의 시대로 진전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진전시키신 언약의 시계추를 임의로 되돌리려는 것이 바로 다른 복음이다. 십자가와 부활을 통하여 율법을 온전하게 하신 예수님의 구속사역을 훼손하는 것이다. 천사에 의해서든지, 사람에 의해서든지 그것은 하나님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갈 1:9). 스스로를 하나님보다 더 높이려는 참람함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갈라디아서의 다른 복음은 “할례를 행하라, 할례를 행해야 구원을 얻는다”는 주장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 “율법을 지켜라, 율법을 지켜야 구원을 얻는다”는 주장을 가리킨다. 때로 구원과 무관하게 율법 준수를 요구하면 다른 복음에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잘못된 것이다. 구원과 연결시키든지 연결시키지 않든지 간에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 자체가 다른 복음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들- 척박한 율법 이해 벗어나기, 오늘날 교회가 지켜야 할 율법, 도덕법, 십계명은 지켜야 한다?-에 충분히 설명하였다.

십일조는 율법의 한 조항이다. 율법에서 이야기되는 내용을 그대로 차용하여 한국교회에서 실행되고 있다. 구원과 연관시키지 않기에 다른 복음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갈라디아서의 다른 복음에 해당되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아무리 좋은 설명을 갖다 붙인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 모든 소득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으며 모든 물질은 하나님의 것이라며 정당화하려고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십일조의 정신이라고 이야기되는 이런 설명은 모든 헌금에 동일하게 해당되는 것이다. 십일조의 전유물이 아니다. 교회의 재정에 있어서의 유익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께서 제시하는 바를 벗어난 방식의 재정 확충은 하나님께 불의할 뿐이다. 상황을 앞세워 말씀의 원리를 거부하는 악행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교회는 달라지지 않는다. 십일조가 맘몬 숭배였던 것이다. 맘몬 숭배가 아니라면 말씀의 원리가 밝혀지면 그 원리와 상충하는 것을 당장에 저버릴 것인데,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것은 좋은 게 좋다는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다. 교회 개혁은 장로의 유전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그 유전을 저버리고 유전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한다. 십일조는 다른 복음이다. 다른 복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솔직히 십일조 요구에 대해 하나님께서 저주하실 지에 대해서는 뭐라 말을 못하겠다. 나의 영역 밖이다. 다만 성경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다른 복음의 의미에 십일조가 해당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선택은 각자 자신들의 몫이다.

이전의 교회 사역에서 헌금 종류는 두 가지였다. 주일헌금과 목적헌금이다. 별도의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그때그때에 사용하여야 할 곳이 있으면 그곳에 사용하기 위해 목적헌금을 하였다. 개척교회였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교회에 따라 사정이 다르겠지만 가능한 한 헌금 종류를 줄였으면 합니다. 주일헌금, 감사헌금, 목적헌금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화란의 개혁교회는 일년 예산이 결정되면 공고한다. 성도들은 지체들의 수와 자신의 소득 정도를 생각하여 감당하여야 몫을 계산한다. 12개월 혹은 53주로 나누어서 자신이 감당하여야 할 몫을 헌금한다. 합리적인 예산 책정과 합리적인 책임 감당 그리고 합리적인 예산 사용이다. 십분의 일이라는 강제 규정이 없다. 자발적으로 즐겁게 감당하여야 할 몫을 정하고 기쁨으로 감당한다. 한국 교회가 배워야 할 좋은 전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