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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칼 설교 20120311/ 한국교회협의회 제공]
제목 : 지성소 안, 언약궤 앞, 만나 항아리와 아론 지팡이
본문 : 출애굽기 16:31-36, 민수기 17:8-11, 히브리서 9: 1-5
[1] 설교메시지의 착상과 지향성
(1) 교회력에 의하면 사순절이 시작되는 금주부터 사순절 기간 40일 동안 즉 부활주일(4월8일)까지, 한국사회 ‘총선’이라는 정치열풍으로 시달릴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하여 한국사회는 정치계 지도자 선출문제로 뜨거운 선거열풍이 불어 닥쳐서 그리스도의 고난과 삶을 조용히 묵상한 사순절 절기를 그리스도인들이 제대로 지켜갈지 걱정이 될 정도이다.
(2)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정치경제문제 따위엔 신경 쓸 필요 없이 신령한 영적 진리만 예배시간에는 선포되어야 한다는 영지 주의적 신앙은 반복음적이고 비성경적이다. 다른 한편, 특정 정당이나 정파나 종교지도자를 교회가 공식적으로 지지하면서, 정치적 유토피아를 하나님의 나라처럼 동일시하는 것도 반복음적이고 비성경적이다.
(3) 어떻게 하면, 성숙하고 현실에 책임적인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치와 경제문제를 바르게 판단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 위에서도 이뤄지이다”라고 주기도문을 교회공동체가 고백하는 한, 우리는 올바른 정치와 올바른 경제행위가 어떤 위치와 자리를 차지해야 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 해답을, 고대 모세시대 성막의 지성소와 솔로몬 성전시대 성전의 핵심인 지성소 안에 비치한 세 가지 귀중한 성물(聖物),곧 계약의 십계명 돌판, 만나담은 항아리, 아론의 싹 난 지팡이에 관한 영적 상징성을 생각하면서 그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II] 설교본문
(1) 성막과 성전의 공간배치에 관한 준비적 이해
오늘 성경본문을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고대 모세시대 텐트로 조성한 성막(聖幕)구조와 솔로몬 통치시기에 돌로서 건축한 제1 성전(聖殿)의 공간배치에 관하여 간략한 앞선 이해가 필요하다. 예루살렘은 고대 도시국가가 흔히 그랬듯이, 적군으로부터 방어를 위해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성벽으로 둘러싸여있는 예루살렘 도시 안에, 성전이 세워졌는데, 성전건물을 둘러싼 또 한 번의 직사각형 모양의 성전 담 벽을 둘러쌓아서 성전 공간 안뜰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유대인 남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져 있었다. 예수께서 유대인들이 제물을 사고팔며 환선상이 들끓어 성전 안뜰이 너무나 장사속셈으로 세속화되었을 때,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도다.(눅 19:46)하시며 거룩한 분노를 발하시던 장소가 바로 성전안뜰이다. 성전 안뜰을 포함한 성전 담 벽안 공간의 면적은 대충 어림잡아 요즘 축구경기장 절반정도 공간넓이였다고 추정된다.
성전 담 벽으로 구별된 성전 공간 안에 글자그대로 신성한 성전건물이 세워졌는데, 그 성전크기 면적은 폭이 10.5미터요 길이가 31.5미터 이었다고 학자들은 계산해 내고 있다(역대하 3:3-8/ 1규빗은 0.52미터). 말하자면 성막 혹은 성전의 평면도 넓이는, 쉽게 말하면 테니스 경기장 크기의 공간이었다고 짐작하면 되겠다. 이 성막(성전)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별되는데 앞쪽의 더 넓은 공간을 성소(聖所)라 부르고 그 뒤쪽을 휘장으로 구별되어 지성소(至聖所)라 부른다. 성소에는 현관을 제외한 공간에 향로, 떡을 올려놓는 거룩한 상, 그리고 거룩한 촛대가 놓여있었다. 가장 중요한 장소는 절대적 신성공간인 지성소였다. 완전을 상징하는 정사각형 모양의 성별공간으로서 대제사장이 1년에 한번 들어갈 수 있는데, 그 안에 십계명을 기록한 계약판(증거판)이 놓여있었다.
보통 고대여러나라 신전의 지성소에는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신전 안의 여신상처럼 신상(神像)을 안치하는데, 십계명의 신상제작 금지명령에 따라 이스라엘 성전엔 신상 따윈 없고 십계명을 새긴 증거판(언약의 비석)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의 임재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었다. 오늘 성경본문 출애굽기와 민수기를 보면, 지성소 안에 다른 두 가지 성물(聖物)이 놓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만나를 담은 항아리’(출16:34)와 ‘아론의 싹 난 지팡이’(민17:8-10)였다. 모세의 성막시대(聖幕時代) 때에는, 만나항아리와 아론의 지팡이 그 두 가지 성물이 십계명 증거판 앞에 놓였는데, 솔로몬 성전시대(聖殿時代) 때는, 사면을 금으로 싼 언약궤(言約櫃) 안에 ‘언약의 비’ 곧 십계명비석과 함께 넣었다(히9:3-4).
(2) 오늘 성경본문이 말하는 영적 의미
고대 모세종교시대 성막이나 솔로몬 왕이 건축한 성전 구조물 지성소 안에 비치된 종교적 기념물 인 십계 돌비, 만나담은 항아리, 아론의 지팡이 이야기를 단순히 고대종교의 흥미기사로만 본다면 간단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성경은 깊이 보면 영적 진리를 말하는 상징의 의미가 있다. 오늘의 본문이 말하려는 몇 가지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성경이야기는 죽은 과거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오늘을 비추는 영적 진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십계 돌비와 만나항아리와 아론지팡이는 각각 하나님의 말씀종교, 식량으로서 대표되는 경제, 그리고 권위와 지휘의 상징인 정치를 상징한다.
종교, 경제, 정치 그 세 가지 핵심문제는 인류가 지금부터 약 3만 년 전 공동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중요한 핵심 문제가 된다. 현대사회에서 인간 활동의 총체를 네 가지로 압축하여 말할 때, 정치 경제 사회 문화라고 말한다. 종교는 문화의 핵심이다. 정치와 경제가 제대로 바른 자리에서 영위되기 전까지 땅위에 하나님의 평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도 경제문제와 정치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외면하고 침묵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어떤 정치적 행위가 되고 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정치가 더럽다고 투표장 같은 곳엔 아예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고고한(?) 시민생각은 한 가지 면만 생각하고 다른 면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곧 ‘선거포기’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해위가 되는 것이다. ‘선거포기’ 시민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정치집단이 있고, 그 반대를 바라는 정치집단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문제는 흔히 물질생산과 분배와 의식주해결의 정책을 다 포함하는데, 보통 그리스도인마저도 물질생활을 신령하지 못한 것 ‘육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잘못된 생각은 영지 주의적 종교이지 성경적 종교와 복음적 신앙은 아니다. ‘만나 담은 항아리’를 거룩한 신성공간인 지성소 안에 비치하도록 모세에게 명하신 것은, 물질도 거룩한 것이요, 물질적 경제적 활동도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특히 인생은 광야와 같은데, 의식주 재화가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라는 것이다. 무제약적 소유, 낭비, 빈익빈 부익부, 무한 경쟁은 하나님 뜻에 어긋난다. 각자 하루 분 양식만을 거두도록 허락된 것이 원칙이다. 그 이상 욕심내어 쌓아놓으면 벌래가 생기고 썩은 냄새와 역병이 생긴다.
셋째, 정치는 권력과 책임이 동반된다. 정치는 다양한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와 생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소통시키고 화합을 이루어가는 최고의 기능이다. 모세와 아론이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천신만고를 겪으며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이끌어가고 있는데, 그 지도력의 고난과 희생을 생각하지 않고 영광과 명예욕과 권력욕을 탐하는 무리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루우벤 자손들과 고라의 자손들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 열두지파 자손 중 총회에 택함을 받은 250여명이 모세에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민16:1-2) 요즘 말로하면 개신교 교단의 총회에 파송되는 총대들이 권력과 명예욕에 눈이 어두워져 추잡한 권력투쟁을 했다는 말이다. 권력을 지배와 통치와 물리적 힘의 행사로 생각하는 천박한 권력철학을 가진 자격 없는 정치지망생들이 너무 난무하는 사회라는 걱정이다. 개신교 교계의 연합운동체가 왜 세상의 비웃음과 지탄대상이 되는가? 루우벤 자손과 고라 자손들 같은 권력 탐욕자가 교계지도자로서 활개 치며 큰소리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넷째, 열두지파 두령들의 지팡이를 모두 지성소 안에 놓고 하룻밤을 지난 후 보니, 오직 아론의 지팡이에만 ‘새순과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살구나무 열매’가 맺혔다는 것이다. 모세를 돕는 지도자로서 아론의 권위가 인정받은 것이다. 권력이란 힘의 상징인 몽둥이가 아니라, 새순과 새싹과 꽃이 상징하는 유연성, 평화성을 담보해야 하고 종교적 상징성으론 사탄적 권세를 제압하고 귀신을 쫒아내는 살구나무(복숭아나무)로 만든 ‘아론의 지팡이’ 만이 참 정치지도자의 지팡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다섯째, 요즘의 사회과학적 용어로 말하면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은 현실 권력으로서 그 막강한 힘을 과시하지만, 십계명의 계약판 앞에 놓이고 항상 그 본래적 목적에 충실 하는가의 진정성을 검증받아야하고, 그 물리적 힘이 우상숭배적인 것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되어야 한다는 상징을 강하게 담고 있다. ‘십계명의 계약판’은 종교역사와 그리스도교 교회사에서 보여준 것 같은 타락한 ‘종교권력’을 의미하지 않으며, 현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처럼 신정정치에로의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생명과 평화와 정의의 영성으로서 진정 살아있는 진리, 민중의 뜻, 역사의 공의, 하나님의 상징이다.
여섯째, 오늘 본문으로 택한 세 가지 성경내용을 면밀하게 대조해 보면, 출애굽기와 민수기에 나타난 ‘만나항아리’와 ‘아론의 싹 난 지팡이’는 증거궤(증거판) 앞에 놓이도록 규정되었다. 그런데, 히브리서 본문에는 금박으로 사면이 만들어진 언약궤 안에 두 가지 성물이 십계명 돌 판과 마찬가지로 ‘언약궤’ 안에 들어가 있도록 규정되어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세의 성막시대(聖幕時代)와 솔로몬 성전시대(聖殿時代)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증언한다. 성막시대는 경제 권력이나 정치권력이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인 십계명의 정신 앞에서 경영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러나 다윗과 솔로몬의 왕정시대 이후, 종교는 이미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과의 야합이 이뤄지기 일쑤였고, 심지어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이 우상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의 시대는 어떠한가? 만나항아리와 아론의 싹 난 지팡이가 언약궤 앞에 놓여야 옳은가, 세 가지가 모두 함께 동등자격으로서 언약궤 안에 놓여야 하는가? 이 문제는 세속화되고 민주화된 인간중심주의 문명사회 안에서도 영원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 공동기도]
모든 것의 주인이며 심판자이신 하나님, 하나님은 저희들이 금력과 권력의 종으로서 살아가지 않도록 십계명을 주시고, 그리스도의 예수님을 통하여 참 자유인이 되도록 하셨음을 감사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에 종교마저 지배되고, 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이 정의로움과 이웃의 고통을 배려하는 긍휼히 여기는 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나라의 진정한 현실적 주권자이며 책임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른 선거권을 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생각하는 백성들이 되게 하옵소서. 잘 먹고 잘살기를 우선하기보다는 바르게 살고 사람답게 살기를 택하는 백성이 되게 하옵소서. 교회에 다니는 그리스도인들부터 본을 보이게 하옵소서. 진리와 의를 보이시며 속제제물이 되시어 생명의 지성소를 우리에게 열어주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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