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목회를 시작했던 재활원에서 중년장애인행복찾기 정기임원회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전철을 탔습니다. 인천을 가는 동안 교회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했습니다.
사랑하면 되는 일인데 요즈음 교회에서는 사랑하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년장애인행복찾기 모임은 중년의 나이가 되어도 사는 것이 버거워 함께 하기 위해 중년의 나이가 넘은 장애인들이 만든 모임입니다.

모임을 마치고 사무국장 일을 맡고 있는 조집사 집에 가서 하루를 지냈습니다. (조집사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1급장애인입니다. 결혼을 하고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이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만났던 조집사도 이제는 40대 중반이 넘었습니다.
뇌성마비장애우인 남편이 가구공장을 다녔는데 늘 생활의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에 작은 문방구를 인수해서 남편과 함께 문방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방구를 인수할 때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데 "공부 잘하는 문방구"라고 문방구 이름을 하자는 지혜가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조집사가 하는 문방구 이름은 "공부 잘하는 문방구"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방구 이름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나 온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지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잘도 지내고 있습니다. 조집사가 정성으로 준비한 아침을 먹고 대전을 향해 발을 옮겼습니다.

대전에 오면 자기 집에서 지내라는 이집사님 집엘 갔습니다.
대전에서 만나야할 사람들이 있어 며칠을 보내야 했습니다.
불편할 텐데 편하게 지내도록 신경을 쓰는 이집사님 부부가 감사했습니다. 작년 프랑스를 떠나기 전 우리가족이 후배목사집에 삼일인가 지냈는데 우리가족을 '주인처럼 지내는 손님들'이라고 웃긴 적이 있습니다. 나는 어디를 가나 손님인 내가 주인처럼 잘 지냅니다.
손님이 오면 이런 저런 불편한 일이 많을 텐데 그래도 손님인 나는 참 뻔뻔하게 주인처럼 지냅니다.

지금은 작년 주인처럼 지냈던 후배목사 집을 찾아 왔습니다.
집이 없어 이 집 저 집 다니며 생활한지 50일이 지났습니다.
아무리 편해도 자기 집만 하겠습니까?
그래도 나는 지금도 주인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그 곳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배터지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아내는 내 얼굴이 살이 쪄서 떡판이 되었다고 걱정을 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편하게 지내니 살이 찌는 모양입니다.
이제 이런 생활을 그만 하면 좋겠습니다. 목회할 교회가 나오면 정말 목회다운 목회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부터 목회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