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보름 축제였습니다. 교인들과 함께 짚신 밟기를 하면서 서로 한마디씩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의 차례가 됐을 때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 신경림 시인이 2008년에 낙타라는 시를 썼습니다. 시의 내용은 사막과 낙타를 주제로 한 돌아감에 관한 것입니다. 한 언론사에서 이 시에 대해 신경림 시인을 인터뷰 한 적이 있습니다. 기자가 “어디로 돌아가려는 것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시인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기자가 다시 “그럼 본질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시인은 “본질은 가난해지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가난하게 태어났습니다. 힘없이 흙에서 왔습니다. 지금 많은 걸 움켜잡고 있어도 그것은 본질이 아닙니다. 그러니 올 한해 우리 모두 가난해지기를 바랍니다. ”

말을 마치자 행사에 참여했던 한 목사님이 “그대로 될 지어다”라고 축복 해주셨습니다. 사물놀이 팀과 교인들은 “할렐루야! 아멘!”으로 대답하고 함께 흥을 돋우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가난한 곳인 것 같습니다.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초대교회도 굉장히 가난한 모습으로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잘 놀아야 합니다. 노는 것을 못하면 쓰러지기 때문입니다.

고기교회의 목회 방향성은 잘 노는 것입니다. 20년 동안 성경 공부 한 번 안 했습니다. 부흥회도 한 적이 없습니다. 일주일 동안 예배는 주일 오전 예배와 저녁 예배, 수요 예배만 드립니다. 미국에 있는 생태 공동체인 아미쉬 공동체가 있습니다. 그들은 주일날 한 번만 예배드립니다. 그렇지만 그 공동체는 잘 유지됩니다. 서로가 깊이 연결돼 있는 것을 생활 속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교회들은 프로그램에 많이 오염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프로그램을 하지 않아도 매년 세례자가 나옵니다. 작년에는 7명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프로그램을 하지 않아도 교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입니다. 정말 하나님 살아계시는 것을 느끼며 힘을 얻습니다.
잘 노는 것으로 목회의 방향성을 잡은 중요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목회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부부가 교회에 나와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었습니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이 부부가 이혼을 하겠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이 부부가 이혼까지 결심할 정도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마음이 심히 괴로웠습니다.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한 수도원에 가서 영성수련을 했습니다. 영성 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분께서 저에게 교회를 깊이 묵상하는 기도를 하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 말에 따라 기도를 했습니다. 이튿날 마음속에 예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예수님이 우리 교회를 바라보시더니 예배당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단상에 올라가셔서 춤을 추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것도 최신 유행하는 힙합을 추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목회는 즐겁게 노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주일날 예배 후에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시낭송회, 생태축제, 탈춤 등을 하며 끊임없이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지나 분당에 사는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옵니다. 청년들도 늘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성경공부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신앙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성품에 맞는 놀이를 합니다. 인문사회를 주제로 한 여행을 진행합니다. 간이역 여행이나 철학여행을 주로 합니다. 지금은 교인들이 늘어나 약 70명 정도 같이 놀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철저하게 지역 중심입니다. 우리 교회는 분당과 수지, 그리고 판교를 삼각형으로 보면 그 중심 지역에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는 목수도 있습니다. 이발사도 있습니다. 무당도 있고 미친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교회는 그 속에 하나입니다. 모든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지역입니다. 그냥 같이 사는 것입니다.

지역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가지고 목회를 해 왔습니다. 우리 지역에 큰 저유소가 들어 설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보존 녹지를 훼손해서 개발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저유소 반대 운동을 2년 동안 했습니다. 공사를 진행하려고 레미콘이 마을에 들어서면 동네 할머니들과 같이 도로를 막아서기도 했습니다. 공사 측 관계자들은 노약자에 상관없이 주민들에게 물을 뿌리고 거칠게 대했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지역 주민들과 모두 친해졌습니다. 하지만 저유소 개발 문제로 우리 마을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졌습니다. 안타깝게도 마을 사람들이 서로 대립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발을 막기 참 힘듭니다. 재밌는 사실은 저유소 개발에 적극 찬성해서 저와 관계가 매우 좋지 않던 주민 분이 나중에 우리 교회에 나와서 교인이 되고 세례까지 받았다는 것입니다.

역사현실에 참여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는 생태적인 교회를 지향합니다. 고기 교회는 넓은 땅을 가지고 있습니다. 땅 값 만해도 수백억 원에 달합니다. 사람들은 왜 교회 땅을 그대로 두느냐고 묻습니다. 그대로 지키고 보존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개발하는 것보다 가만히 놔두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의 땅에는 생태계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놀랍게도 반딧불이가 있습니다. 독사도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독사와 새들이 싸우는 장면도 보았습니다. 교회에 있는 습지에서 다양한 생태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변을 모두 개발되어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 있지만, 교회에 들어서면 아주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고기 교회는 정의와 평화, 창조 질서의 회복을 위한 교회입니다. 교회 아래에 목공방을 만들었습니다. 목공이라는 것이 기가 막힙니다. 딱 맞춰야 목공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차가 전혀 없어야 합니다. 창조 질서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계는 서로 딱 맞춰 창조된 것입니다.

그냥가게라는 이름의 초록가게가 있습니다. 하우스 안에 있습니다. 파레트를 조각 맞춰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그냥 있는 것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만들고 보니 참 아름답습니다. 자본, 맘몬의 힘이 교회까지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돈을 가지고 하는 일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 합니다.

최근에는 FTA 반대 집회를 골목에서 열었습니다. 3.1절에는 33개 지역에서 공동으로 반대 집회를 열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목회자들은 함께 하길 원합니다.

정리 : 황민혁 전도사

2012년 예수목회세미나 참석자 기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