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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설교 2012.1.29.
고향 찾는 타향살이 나그네
히브리 11:8-16
인사의 말씀
교우 여러분, 설 연휴 잘 지내셨습니까? 귀성 길, 어느 곳에든, 모두 평안하게 잘 다녀오신 줄 믿습니다. 지난 주일은 자리가 많이 비었었지만, 오늘 교회가 예전처럼 꽉 차서, 다시금 여러분 반갑게 만나 뵐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설 연휴 텔레비전 드라마 이야기
설 연휴 동안, 여러분 가운데 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텔레비전 설 특별드라마로 방영된 유명한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의 "아버지가 미안하다."라는 3부작이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과 줄거리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사방에 흩어져 살던 아이들과 며느리들이 서울의 작은 부모님 아파트로 설날이라고 차례 지낸다고 모여 듭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둘째 아들 며느리와 최근 남친과 헤어진, 미혼인 둘째 딸이 등장하고, 부잣집 처가살이 하는 변호사 큰 아들 내외, 그리고 사기꾼 바람둥이 남편을 참다못해 이혼하자고 선언하고 들어 온 큰 딸--그러니까 2남 2녀와 두 며느리가 설날 전날 밤 콧구멍만한 서울 변두리 아파트 방에 모여 듭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60대 초반,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중퇴에 평생 육체노동하면서 정직하게 살아왔고, 지금은 오토바이 한대로 퀵 서비스 배달하는 위험한 일을 하고, 어머니는 파출부로 이집 저집 일을 돕는 50대 후반 아주머니/할머니입니다. 큰 딸은 울면서 자기 신세를 호소합니다. 이혼 하자고 선언하고 왔다고 합니다. 큰 아들은 말끔한 신사복 차림에 밍크코트 입은 색시를 데리고 들어오면서, 부모님 손주는 감기 때문에 처가 집에 두고 왔다고 인사만 하고 가야한다고 선언합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하도 붙드는 바람에 저녁이라고 밥상에 둘러앉아서, 둘째 딸이 애인과 헤어진 눈물겨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남자 집안에서 가난한 택배 하는 집안에 딸을 줄 수 없다고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는데, 큰딸 사위가 나타났습니다. 화가 난 아버지는 큰 사위를 보자마자 주먹을 날려 왼 쪽 눈에 큰 상처를 입힙니다.
조상 제사 드린다고 온 식구가 모여 들었다지만, 집안은 엉망진창 고성이 오가고 부모님의 아이들과 며느리와 며느리 친정에 대한 불평불만들이 터져 나옵니다. 변호사 아들과 애인과 헤어진 딸, 거의 모든 식구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학벌 없음과 노동을 창피하게 여긴다는 소리를 부모님 앞에서 떠들어 댑니다. 아수라장입니다. 부모님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아이들을 나무라며 섭섭해 합니다. 아버지는 "나는 하늘 아래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너희들이 나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당당하게 말합니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너희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아이들과 상종하기도 싫다. 함께 살 수는 더욱 없다. 다들 돌아가라. 다들 나가라. 우리 영감 노친네만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거다. 하며 모두 쫓아 버립니다.
아이들이 집을 나간 동안, 심장 질환이 있던 아버지는 다음 날 설날, 추운 날 아침, 보통 때처럼 약수터에 샘물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켜 쓰러집니다.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가는 길에서 아버지는 숨을 거둡니다.
설날과 차례, 그리고 우리 가족 문화
3부작으로 되어 있는 이 드라마는 우리 가족과 사회상을 신랄하게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설날이 되면 사방에 흩어져 살고 있던 식구들이 원근 각지에서 아버지나 어머니 집으로 모여 드는 일입니다. 가부장 중심으로 남자 자식들은 며느리와 손자 손녀를 거느리고 아버지 (어머니) 집으로 와야 합니다. 며느리는 친정에 가고 싶지만, 어김없이 남편 따라 시집에 가야합니다. 출가외인, 시집에 가노라 친정에는 결혼 이후 몇 년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설날, 추석 명절이면, 시집의 노예처럼 앞치마 두르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부엌 노동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집 식구들과 억지로라도 어울려야 하고 때로는 시어머니의 눈총도 받고 야단도 맞으면서 고된 설을 보내고 파김치가 되어 술에 젖은 남편의 대리운전까지 하면서 집으로 돌아 와야 합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온 식구, 3대 혹은 4대 식구들이 모이게 되면, 즐거운 소식, 기쁜 소식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 언짢은 소식, 취직이 됐다더라, 대학에 들어갔다더라, 낙방했는데 3수를 해야 한다더라, 누구는 이혼했다더라, 바람 난 서방, 그런대로 붙어산다더라, 누구는 친정 식구 상 치노라고, 병원비 대노라고 허리가 빠지고 있다더라, 누구는 사업 실패해 갖고 쫄딱 망했다더라…….고래고래 소리 질러 가면서 울고 웃고 떠들면서 떡국과 막걸리로 배를 채우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조상 제사 지낸다고 차례 상을 차리고, 온 자손 식구들이 절하고 조상의 살아생전을 기리는 의식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자랑하는 우리의 문화입니다. 식구들이 일 년에 겨우 한번 모이는 엄숙한 자리에서 고성이 오가고 떠들썩하니 싸우고 다투고 심지어 주먹질 까지 하는 것은 우리 한국문화답지 않습니다. 좀 조용히, 오손 도손 모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할아버지 할머니의 살아오신 삶을 돌이켜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조촐한 음식을 나누는, 차분한 설날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들어 온 천주교는 조선조의 유교적 국시에 따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제사를 금지한 이유로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자의 죽음을 당해야 했습니다. 최근에 와서 한국의 천주교는 신자들이 제사지내는 것을 허용할 뿐 아니라 제사상 차리는 법까지 가르쳐 주기도 하면서 엄숙하고 간소한 제사를 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신교회에서는 아직도 제사 지내는 일은 우상숭배이고 십계명을 범하는 죄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우들이 교회에 나오시기 전에 제사를 드리고 나올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는 걸로 압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제사 대신, 집안 식구들을 설날 저녁에 초대하고 조용히 조상님의 추모예배를 드리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기리면서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차례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어떤 교회 목사님은 제사 대신, 추모예배나, 설날 기념예배 순서를 만들어서 미리 배부하는 친절을 베푸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귀성길, 민족 대이동
우리는 설날 연휴 며칠 전부터 올해는 설날 귀성길에 얼마나 많은 차량들이 움직일 것인가 거의 매일, 매시간 방송하는 것을 들어왔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몇 시간 걸린다, 서울에서 광주까지는, 그리고 대구와 대전까지는 몇 시간 걸린다고 말해 줍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그 많은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를 완전히 메우고 속도를 내지 못하고 내려가는 것이 나옵니다.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민족 대이동의 모습, 고향 찾아, 부모님 조상님 찾아 나선 한국의 아들딸들의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아마 일 년 중, 한국의 휘발유와 경유를 제일 많이 소비하고, 그만큼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남한의 하늘과 땅이 온통 오염되는 날들이 아닌가싶습니다.
교우 여러분,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번 설 연휴에 고향에 다녀오셨습니까? 고향이 무엇입니까? 부모님이 살아 계신 곳일 수도 있지요.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묻히신 산소가 있는 곳을 고향이라 하고 성묘를 다녀오신 분들도 있겠지요. 고향은 아니더라도 지금 부모님이 사시는 곳을 찾아 세배 드리고 오신 분들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귀성" 혹은 "귀성 길"이라고 할 때는 고향에 돌아간다는 뜻으로 말합니다. 내가 태어나서 어렸을 때 자라나던 시골집일 수도 있고, 내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고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고향에, 부모님이 아직 살아 계신 곳, 내가 태어나서 얼마 동안 살던 고향으로 다녀오신 분은 참으로 행복한 분들입니다. 남한에 사는 우리 인구의 과연 몇 가족이 진짜 고향이 있고 고향에 다녀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구의 3분의 1, 아니면 4분의 1 정도, 그래도 천만 명이 넘는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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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각에서 차례지내는 실향민 가족 |
우리 가운데 고향이 있지만, 설 연휴에 찾아가지 못하는 식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 전쟁 통에 집과 식구들을 두고 혈혈단신 보따리 하나 둘 지고이고 삼팔선 넘어 피난 내려 온 실향민, 글자 그대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1950년 625에 한국전쟁이 일어났으니까, 어연 6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 10살 나이에 피난을 나온 분들은 72세가 되십니다. 이분들이 내일이라도 휴전선이 열려서 기차타고 비행기 타고 고향에 갈 수 있다고 한들, 그 고향에 누가 살아남아서 환영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분들은 임진강가에 모여서 제사상을 차리고 두고 온 고향과 조상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의 제사를 드리면서 슬픔과 고향 잃은 애통함을 달래기도 합니다.
올해는 이들을 위해서 연로하신 이산가족 상봉의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38선 넘어 북한 고향을 찾아 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온 나라가 귀성 길 자동차 물결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설날 연휴에 고향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탈북자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동남아 가난한 땅에 사는 아이들과 연로하신 부모님들을 두고 물설고 산 설고 사람 낯선 이국땅, 한국 땅에 시집 온 자매님들, 외국인 노동자들, 불법 이민자들. 눈 덮인 바람 찬 혹한의 만주 벌판에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두고 한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한국 땅에서 고생하는 우리 조선족 식구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이분들을 위해서 이분들의 건강을 위해서, 이분들의 행복을 위해서 기도하고 도움의 손길을 펴야하겠습니다.
타향살이 나그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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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blog.naver.com/bluekiki26/90049442086 [출처] 시리아 유목민|작성자 행복한 사람 |
우리가 읽는 성경, 특히 구약 성경의 주인공, 히브리 민족은 스스로 타향살이하는 떠돌이라고 했습니다. "히브리"라는 말이 바로 떠돌이라는 말입니다. 히브리 사람들은 옛날부터 광야와 사막에서 양 치는 유목 민족이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초원을 찾아다니는 떠돌이 인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낙타를 타고 사막을 넘어 이 마을 저 고을을 찾아다니며 행상으로 삶을 꾸려간 나그네 상인들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봉독한 히브리서는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야기 하면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정든 고향을 떠나 이국땅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 선 땅으로 떠나는 모습을 말하고 있습니다. 히브리 민족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히브리서의 저자는 히브리인들, 믿음으로 산 히브리 조상들은 "자기들이 타향사람들이며 나그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11:13b, 공동번역)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타향살이 하는 실향민이며 이 세상에 잠시 와서 떠돌아다니는 나그네라고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은 우리 고향은 우리가 두고 온 시골집도 아니고 문을 잠그고 열어 주지 않는 북한 땅에 있는 게 아니라고 일러줍니다. 우리 믿음의 식구들은 지난날의, 과거의, 옛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고향, 미래의 고향, 우리가 아직 보지도 살아 보지도 못한 고향을 그리워하고, 우리 나그네 생활을 마치고, 그 고향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이 고향은 우리의 마음의 고향, 믿음의 고향, 하나님이 예비하신 고향이라는 것입니다.
히브리 기자는 쓰기를 "그들이 (아브라함과 히브리 조상들이) 찾고 있던 고향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떠나 온 곳을 고향으로 생각했었다면 그리로 돌아 갈 기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지로 그들이 갈망한 곳은 하늘에 있는 더 나은 고향이었습니다."라고 가르칩니다. (히브리서 11:14-15) 예수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걱정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 그리고 나는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 요한복음 14장 1절과 2절의 말씀입니다.
우리의 고향, 우리의 영원한 고향은 하늘나라입니다. 보이지 않는 우리의 고향 하늘나라, 믿음으로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고향 하늘나라를 우러러 봅니다. 우리의 마음으로 그려 봅니다. 옛날, 주님의 제자, 할아버지 요한에게 보여 주신 우리의 고향, 하나님의 집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다. 하나님은 사람들과 함께 계시고 사람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사람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이다.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 21:3-4)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땅에 나그네 된 우리, 떠돌이 인생을 사는 우리 믿음의 식구들은 이 땅의 고향을 그릴 것이 아니라 영원한 하늘나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예비하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그 나라를 이 땅에 이룩하기 위해 살아가고 일하며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 믿음의 고향 하늘나라를 그리며 찬송을 모두 함께 뜻을 생각하며 부르시기 바랍니다. 찬송가 479장, "괴로운 인생길 가는 몸이"를 함께 부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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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 http://leesj5353.blog.me |
혹시 최희준 씨가 옛날 작사해서 스스로 부른 노래, "하숙집"을 찬송가 대신 부를 수 있으면, 뜻을 생각하면서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만 가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들고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 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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