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0일 창조절 아홉번째 주일이자 성령강림후 스무번째 주일 강단 꽃꽂이입니다.

이번 주일은 특별히 종교개혁기념주일이지요.

지난 주일은 색동운동회가 있어 강단꽃꽂이를 하지 않았고

그 전 주에도 여행 떠난다고 일찍 꽂아서인지

참 오랜만에 강단꽃꽂이를 하는 것 같았어요.

스페인에 가서도 꽃가게를 지날 때 마다 유심히 보았는데

사용하는 꽃들은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

모든 꽃들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더라구요.

장미도 큰 주먹만 하고 절화용 해바라기도 우리껀 손바닥만하데

거기는 어른 얼굴만하구요.

기후가 좋아서 잘 자라는 모양이예요.

명색이 여행 다녀온 다음 첫번째 꽃꽂이니

여행지 이미지를 담아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여행 중에 어떤 이미지가 내게 남았나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 플라멩고

중세로 시간 여행한 듯한 구시가지와 좁은 길

잘 보존된 문화 유산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올리브 밭

인상적인 오렌지나무 가로수

맛있는 음식 등등

하나씩 기회되는대로 시도해 보기로 하고

이번 주엔 첫 기착지 바르셀로나 거리의 이미지를 담아보기로 했어요.

잘 보존되고 관리된 옛모습 그대로의 건물들과 어울리는

키 큰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인상적인...

우리나라에도 가로수로 많은 나무인데

우리네 보다는 훨씬 키가 크게 길러 놓았더라구요.

사각수반에 먼저 굴피나무 가지를 대각으로 꽂고

분홍 글라디올러스, 노랑 장미와 맨드라미의 잎을 다듬어

줄기가 드러나게 해서 높이 꽂았습니다.

줄기를 따라 올라가며 피는 금어초도 아랫부분을 정리해서

마찬가지로 줄기가 드러나게 했어요.

아랫부분에는 델몬트 소국으로 장식하고

오아시스가 드러나지 않게 금사철잎으로 덮었습니다.

이번 주 꽃꽂이는 내 느낌을 담아보고자

아무 것도 참고하지 않은 100% 창작 구성이어서

내심 걱정도 했거든요.

맨몸이 드러난 곧바른 줄기와 굴피나무 잎의 그린이

라스 람블라스 거리 양 편에 가지런히 서있는 플라타너스처럼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소박한 느낌이어서 저는 흡족했는데

어떻게 보이려나 모르겠네요.

우리집 찍사는 사진을 정리하면서

기울어지지도 흐트러지지도 않게 꼿꼿한 모습이

청빈한 양반의 지조나 절개 같은 게 연상된다고 하던데

그 말을 들으니 또 그런거 같기도 하구요.

우리 색동 식구들의 감상틀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궁굼하네요.

이번 주에 사용한 꽃들입니다.

글라디올러스죠.

오늘 꽃꽂이의 분위기는 소박함인데

그나마 색감이 드러나는 분홍이지요.

과하지 않게 조금만 꽂았어요.

 노랑장미 어피니트입니다.

미색느낌의 옅은 노랑색이 차분한 기조를 만들고 있지요.

맨드라미예요.

깃털맨드라미죠. 가늘고 부실해 보여도 원래 종이 그래서 그런거래요.

금어초구요.

꽃색이 하얀색이고 많이 꽂지 않아서 눈에 잘 띄지 않네요.

대표적인 겨울 꽃으로 금년 들어 처음 나온거예요.

이제 겨울이 시작된다는 전조지요.

델몬트 소국...

심심해 보일 오늘 꽃꽂이에서 제법 활달한 기운을 넣어주죠.

굴피나무 가지입니다.

굴태나무 또는 산가죽나무라고도 불리며 우리나라에도 야생에 많이 자란다고 해요.

솔방울 모양으로 달리는 열매는 한방에서 약재로도 쓰인다구요.

이번 주 강단 꽃꽂이는 이은수 권사님/김희균 집사님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봉헌으로 드려졌습니다.

토요일엔 김희균 집사님 생일도 맞으셨다구 하구요.

그래서 두 분은 해마다 이 무렵쯤해서 여행도 다니시고 하면서

부부애를 돈독히 하시나봐요.

이번엔 그게 아니고 회사일도 다녀오셨다고는 하시지만요.

아무러나 아름다운 계절에 행복하게 기념하시길요.

HAPPY ANNIVERSA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