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일 창조절 다섯번째 주일이자 성령강림후 열여섯번째 주일 강단 꽃꽂이입니다.

햇살 따사로운 낮엔 땀이 나기도 하지만

어느 새 해도 금방 지는 것 같고 기온이 뚝 떨어져

아침 저녁만이 아니더라도 스치는 바람에서 한기가 느껴지기도 하더라구요.

가을이 깊어지고 있는거죠.

벚나무도 벌써 노란빛으로 갈아입기 시작했고

멀리 보이는 산에도 듬성듬성 채색되고 있으니요.

서둘러 꽃시장으로 달려가면서 속으로

이번 주 꽃꽂이는 풍성하고 화려하게 갈아입은

가을 풍경을 담아보자 했어요.

언제나처럼 맨 먼저 들르는 집은 소재거리를 파는 가게지요.

데모로 꽂아 놓은 꽃꽂이도 그렇고

가장 먼저 금사철이 눈에 들어와 사철나무 담장이 떠올랐죠.

그리고는 너무 반가운 까치밥...

몇 주째 사고 싶었는데 항상 늦게 가는 바람에 놓치곤 했거든요.

또 다닥다닥 빨간 열매가 붙은 마가목과

아주 작은 야생사과 같은 열매가 달린 나도밤나무 가지까지

소재집에서 이렇게 많이 사긴 처음인데

게다가 그린 소재로 아주 조그만 분홍꽃 귀여운 쿠피아까지 샀어요.

근데 이건 지름신 강림의 시작일뿐이었다는거...

그리고는 사철나무 담장 밑으로 가을 색이 물씬한 꽃을 고르러 나섰습니다.

먼저 사철나무 주변에 자람직한 야생풀같이 보는 등골나물을 고르고

(꽃가게에서는 등골나무라고 가르쳐주었는데 초본이니 나무는 아닌거 같아 찾아보니

등골나물이라고 나와 있네요.)

그리고 가을 늦게까지 시골 화단을 지키는 백일홍과 맨드라미를 고르고

포인트로는 오렌지색이 선명한 레가토 장미를 선택했지요.

필러꽃으로 자주계열의 델몬트소국과 빼빼소국을 사고도

나오는 길에 소담스러운 하얀 소국까지 욕심을 내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꽃과 소재를 합해 모두 12가지나 되니

강단 꽃꽂이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종류를 꽂았네요.

이것도 최인경집사님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더 샀을지도 모른다는 ...

금사철을 가운데 높이 세우고

마가목과 까치밥과 나도밤나무 가지를 어울려

손대지 않은 자연스런 모습으로 보여지게 했구요.

그 사이 사이에 등골나물을 꽂아 야생의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꽃은 레가토와 백일홍과 맨드라미를 주축으로 배치하고

델몬트와 빼빼 그리고 하얀 소국을 필러로 채웠어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작은 분홍꽃이 수줍은 듯

쿠피아도 숨어 있답니다.

지난 주 꽃꽂이가 날씬한 슬림핏이어서였는지

이번 주엔 반대로 풍성한 배기룩이 되어 버렸네요.

이번 주에 사용한 꽃들입니다.

100일 동안 붉게 핀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는 백일홍이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초여름에 시작해서 10월까지 꽃이 피어

시골 화단에서 흔히 보던 꽃이죠. 목사님께서도 어린 시절의 감회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라고 하시던데요. 이제 절화용으로도 나오니

꽃꽂이에서도 볼 수 있어 넘 좋아요.

맨드라미구요.

여름에 많이 피긴 하지만 역시 예전 화단에서 꼭 보이던 꽃이지요.

레가토 장미입니다.

원래도 오렌지색이 선명한 장미인데

오늘은 더욱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있어요.

소국 삼총사...

위로부터 노랑과 자주로 눈에 확 들어오는 델몬트 소국,

탱글탱글한 꽃모양에 자주빛이 귀티나는 빼빼소국,

그리고 소담스런 자태가 귀여운 하얀 소국입니다.

등골나물이라고 한답니다.

우리나라 각처에 야생으로 많이 자란다고 하네요.

어린 순은 이름처럼 나물로 먹기도 하고

뿌리나 줄기는 약용으로도 쓰인다죠.

쿠피아라고 해요.

조그만 꽃이 넘 귀여워 그린 소재 겸해서 샀어요.

조밀하게 가지를 내면서 깃털 모양으로 나온 광택이 있는 잎들 사이로

작은 라벤다 색의 꽃을 피운답니다.

이번엔 너무나 많은 꽃들 사이에서 거의 눈에 띠지가 않네요.

어디 있나 찾아 보세요.

금사철이지요.

사철나무의 한 품종인 탑사철의 원예종으로 잎 생김이 화려하고 아름다워

꽃꽂이나 분재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어요.

가지 윗쪽으로는 잎이 노랑색을 띠어 마치 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마가목 열매입니다.

봄에 꽃이 피고 진 다음에 열매를 맺는데

여름 내내 노란색이었다가 가을이 되면 빨갛게 물든다고 해요.

그득하게 달리는 빨간 열매와 단풍이 예쁘고 환경오염에도 강해

정원수나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는데

우리 사모님도 평창집에 한 그루 심어 놓으셨다지요.

지난 3월에 김연아 나무라고 소개드릴 때는

이렇게 새 잎이 돋는 모습이었습니다.

까치밥이구요.

언젠가 독일의 한 플로리스트가 얘를 보고 완전 매료되어

돌아갈 때 잔뜩 사가지고 갔다고 전해지기도 해요.

노란색 껍질에 싸여 있다가 하룻밤 새에 껍질이 벗겨지고

짙은 주황색 열매가 모습을 드러내서 놀래키곤 하지요.

몇 주간이나 벼르다가 살 수 있어서 넘나 기뻤답니다.

흔히 감 몇 개를 따지않고 남겨두는 그런 까치밥은 아니구요.

나도밤나무 열매입니다.

밤나무에 얽힌 얘기에는 나도밤나무도 있고 너도밤나무도 있지요.

너도밤나무는 울릉도 성인봉에만 있는 귀한 나무로 밤나무의 먼 친척이 되는데

나도밤나무는 밤나무와는 완전 남남이랍니다.

열매도 너도밤나무는 도토리 비슷한게 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나도밤나무는

대추같기도 하고 조그만 사과 같은 모습의 빨간 열매가 줄줄이 매달리는 것이

밤나무하곤 전혀 다르대요.

암튼 아 다르고 어 다르고 참 헷갈리네요.

피아노 꽃꽂이는 등골나물을 유리병에 담았습니다.

이번 주 강단 꽃꽂이는 목사님 댁의 ‘가족의 날’을 기념한 봉헌으로 드려졌습니다.

금년 가족의 날에도 행복한 가족의 표상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만드시길 바랍니다.

HAPPY FAMILY 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