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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안토니오의 하나 된 교회 향한 몸부림[서평] ‘일치와 평화의 사도인 하 안토니오 몬시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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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년 01월 10일 (화) 10:05:21
최종편집 : 2012년 01월 10일 (화) 21:46:13 [조회수 : 2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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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22년 독일에서 태어났으며, 1958년 4월 28일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그 며칠 후 잘 알지도 못하던 한국을 향해 곧바로 출발하여 그해 7월 5일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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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안토니오 몬시뇰 신부의 <일치와 평화의 사도인 하 안토니오 몬시뇰> 책 표지, 아베마리아 출판사, 2011년간, 값 6000원 |
하 안토니오 몬시뇰 신부는 ‘시작하는 글’에서 이렇게 자신과 한국의 인연을 소개한다. 6.25전쟁 이후 가난한 한국의 부산 동항 성당에 부임한 그는 부임 이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연합을 위하여 온 힘을 기울였다. 실은 신구교간의 일치 뿐 아니라, 타종교와도 꾸준히 교류했다. 특히 불교와.
책 <일치와 평화의 사도인 하 안토니오 몬시뇰>은 자서전이다. 자신이 자신의 사역을 소개한 책이다. 개신교 목사인 나로선 가톨릭 신부의 책을 접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 또 솔직히 그렇게 반갑게 읽을 만한 호기심도 없었다. 서평을 가끔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매체들에 쓰는 걸 안 한 독자가 서평을 부탁하며 보내준 책이라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표현이 더 사실에 가깝다.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솔직히 처음부터 숙제를 해야 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그리곤 한참을 서평 올리는 걸 잊었다. 바쁘기도 했지만 임팩트가 없는 자서전인 까닭이기도 했다. 아니 다른 말로 하면 내 자신이 그렇게 ‘교회 일치’라는 사역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게 낫겠다. 이게 바로 교회 일치 운동의 현주소다. 나 같은 목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성직자들이 여기에 대하여 그리 큰 사명감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발상지, 루터의 고향, 독일에서 온 파란 눈의 독일인 신부가 이처럼 처절하게 한국의 교회 일치를 위해 몸부림쳤다는 사실에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옷깃을 여미며 나지막하게나마 박수를 치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두 가지가 내 마음의 복도를 서성거렸다. 하나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에 대한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다.
난 몇 번이고 성도들에게 강조했었다. 가톨릭교회는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세워진 교회를 말하기보다, 베드로라는 성인 위에 세워진 교회를 말한다고. 그래서 고백보다 더 중요한 게 교황이라고. 물론 이런 말을 할 때는 아주 단호한 태도로 단도직입적이고 칼날 같은 번득임으로 최대한 간결한 언어를 구사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하 안토니오 신부는 이렇게 기술한다.
“성령께서 움직여주시고 성부께서 이끌어 주셔서 우리는 예수님을 이렇게 믿고 이렇게 고백한다. ‘당신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 베드로가 고백한 바로 이러한 신앙의 반석 위에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세우셨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24항)” (21쪽)
그가 빚어 책에 올려놓은 베드로의 신앙 고백 부분에서 한 대 얻어맞았다. 그럼? 가톨릭도? 그런 게 분명했다. ‘베드로’가 아니라 ‘베드로의 고백’이었다. 개신교가 그렇게 생각하듯 가톨릭도 똑 같이 말이다.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신앙 고백을 공유한 이가 어떤 교회 간판을 달고 있든 손잡지 못 할 게 뭐란 말이냐.
그렇게 하 안토니오 몬시뇰 신부는 나를 한 대 갈기더니, 이젠 ‘성모 마리아론’으로 나를 이끈다. 물론 책의 구조상 베드로의 신앙 고백 이야기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기록은 한참 다른 이야기들로 떠들썩한 후 너무나 많은 간격을 두고 등장한다. 그러나 나로선 그게 엄청나게 중요한 것들이라서, 잡다한(? 죄송하다. 하 안토니오 신부의 일치운동의 실제적 기록들이지만 내게는 이런 것보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가톨릭의 대답이 더 중요하기에)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이 이야기부터 말하려는 것이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생각
솔직히 가톨릭의 성모 마리아 추앙, 성모 마리아 신성시에 대하여 개신교는 알레르기 반응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개신교 목사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마르틴 루터가 한 말을 인용하면서 하 안토니오 신부는 성모 마리에 대한 존경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동정녀 마리아와 비교해 볼 때 지상의 모든 노예들, 하인들, 주인들, 군주들 그리고 황제들은 어떤 존재인가? 성모 마리아는 왕족 출신이며, 하느님의 어머니시며, 이 땅 위에서 가장 높은 여인이다.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이들의 가장 고귀한 보물이시고, 아무리 찬양해도 부족한 분이시다. 가장 고귀한 여왕이시며 기쁨과 지혜와 거룩함에서 모든 사람을 능가하는 분이시다.” (136쪽)
이 말이 정녕 마르틴 루터의 말이란 말인가. 마르틴 루터의 이 말은 부산에 온 독일 루터교회 브롭스키 목사의 설교문에서 인용된 것이다. 브롭스키 목사는 수정동과 영도의 장로교회에서 이런 루터의 말을 인용하며 설교했다. 또한 성인들에 대한 루터의 인용글도 인상적이다. 마르틴 루터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신앙 고백문인 ‘Confessio Augstana’를 발표할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성인들을 공경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성인 공경은 하느님을 기억하고 감사드리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은총의 본보기이며 스승으로 교회에 성인을 보내주셨다. 그러므로 성인들을 공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충직한 관리인을 칭찬하시고 보상해 주시기 때문이다.” (32-33쪽)
이쯤 되면 나도 슬슬 가톨릭에 넘어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 지경이다. 마리아를 숭배하는 게 아니라면, 성인들을 숭배하는 게 아니라면, 그럼 됐지 않았는가. 물론 이 책에서는 거기까지다. 더 이상 숭배의 차원으로 끌고 가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마리아론을, 성인론을, 끌고 가다가는 어찌 교회 일치라는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거기까지만 말하고 만다고 한다면?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럼 가톨릭과 손을 잡고 기쁜 마음으로 흔들어대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에큐메니칼은 바로 이것이 좋은 점이기도 하며, 접점의 마지노선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 안토니오 신부는 일갈한다.
“교회 일치 운동에 있어서 성모 마리아는 결코 걸림돌이 아닙니다. 성모 마리아의 믿음을 통해서 구원 역사가 시작되었듯이 오히려 교회 일치의 역사가 성공할 것입니다.” (130쪽)
하 안토니오의 교회 일치 운동
가톨릭교회 신부가, 독일에서 온 생면부지의 신부가, 길을 가다 개신교회의 창문에 유리가 깨진 걸 보고 슬그머니 유리창을 끼워준 데서부터 그의 교회 일치 운동은 시동을 건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하 안토니오 신부의 교회 일치 운동의 모티브다. 그게 누구든 간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달하는 게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게 신부든, 그게 목사든 말이다. 그의 교회 일치 운동은 이렇게 시작하여 급기야 친목단체를 만들어 정규적으로 성당과 교회를 돌아가며 기도회를 열었다. 물론 회원은 목사와 신부들이다. 그리하여 개신교회는 실로 ‘가톨릭 장로교’가 돼 가고, 가톨릭은 ‘감리교 가톨릭’이 돼 가는 것이다.
하 신부는 개신교회의 부흥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조금은 일탈한 분위기지만 불교 내원사를 친목회원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한다. 이름 하여 ‘종교 일치 운동’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대화, 사랑 등의 실천이란 면에서는 동의하지만 ‘교회 일치’라는 타이틀에는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하여튼, 종교조차도 넘나들며 ‘일치’라는 기치를 들고 부산에서 출발하여 서울 등 전국으로 확산시킨 것은 참으로 박수감이다.
개신교회 내에서도 정치적인 사안에 따라 이리 갈리고, 저리 갈리는 이 못된 ‘분산 능력(?)’을 소유한 우리 개신교회는 하 안토니오 신부에게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보수교회와 진보교회가 으르렁대며 서로 칼날을 갈고 있을 때 우는 사자 같이 비진리의 적들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우리 집 안방까지 침투하지 않으란 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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