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기독교인이건 비기독교인이건 성탄절 하면 무엇보다도 성탄트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름다운 장식물들을 주렁주렁 달고 거기에 반짝이는 등을 켜 놓으면 절로 기쁜 성탄의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성탄장식이 부담스러운 것, 긴장의 빌미가 되거나 또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바로 군사분계선 코앞에 설치되는 애기봉 전망대의 성탄트리가 그것이다. 한국에서는 성탄트리가 성탄의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예수의 탄생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조선에서는 이 성탄트리가 매우 부편하고 부담스러운가보다. 애기봉 전망대에 설치되는 성탄트리는 구주 예수의 탄생을 온누리에 알린다는 보편적인 기독교의 정신도 들어있겠지만 어느 누가 봐도 못사는 조선 사람들을 자극하고 그들의 가난과 피폐한 삶에 대한 반발심을 드높이는 선동의 목적도 분명히 은폐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애기봉 전망대 등에 점등할 성탄트리에 대하여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점등할 경우에는 조준사격으로 격파하겠다는 으름짱을 놓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으름짱이다. 그러나 의례 하는 소리로 넘겨듣고 흘리기에는 염려가 크다. 백령도 인근에서 한미가 연합으로 벌이던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응징하겠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던 조선이다. 그러다가 결국은 연평도 포격이라는 끔찍한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기는 하겠지만 지속적으로 내뱉는 협박이라고 가볍게 듣을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에 방문하였을 때 곳곳에 써붙인 구호 중에는 '조선은 한다면 한다'는 것이 있었다. 그들은 정말 한다면 하는 근성을 여지 없이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성탄트리에 점등하는 것도 가볍게 넘겨 들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성탄트리를 크게 세우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될텐데 그게 그렇게 못마땅한 조선의 입장도 솔직이 이해가 안 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에서 그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을 한국은 왜 그렇게도 악착같이 하려는지 역시 이해가 안 간다. 성탄 트리를 하나 세운다고 해서 당장 뭔가 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지속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칫하면 연평도 사태와 같이 끔찍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그 효능을 확신할 수 없는 매우 위험한 도박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피해는 한국 국민들과 조선 인민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위험한 도발이 될 수도 있는 성탄트리 점등을 즉각 중단하라는 요청에 군당국은 자신들이 소관이 아니라 종교단체의 소관이라며 발뺌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무책임한 발상이 또 어디에 있는가? 비무장지대 인근에 설치되는 대형조형물이 어떻게 군당국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말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발상을 하는 군인이 또 어디에 있는가? 군대의 존재는 평화가 우선이고 둘째가 안보이다. 평화를 해치는 이런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군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또 종교인들의 행태 역시 좌시할 수 없다. 성탄절은 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신이 자신의 독생자를 희생제물로 내어주신 것을 기념하고 기뻐하는 날이다. 아기 예수의 나심은 모든 인간에게 있어 희망의 상징이다. 반목과 대결, 다툼과 전쟁이 아닌 화해와 용서, 구원과 화합을 위해 오신 아기 예수님을 기리는 성탄트리가 한반도에서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빌미가 되고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매우 심각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미를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보수적인 종교인들은 성탄트리 점등을 강행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작 아기 예수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성탄트리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탄트리, 아기 예수의 나심은 평화의 상징이고 평화의 사건이 되어야 한다. 평화로 오신 예수님의 나심을 이렇게 왜곡하고 대결의 상징으로 전락시키는 모든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그것이 아기 예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한반도에 오신 아기 예수의 간절한 바램이기도 하다. 제발 더이상은 예수를 한반도 분단과 대결의 희생제물로 삼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