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급기금을 주식투자하여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는 문제로 감리교회가 뜨겁습니다. 구체적인 손실규모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해법을 찾아 갈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05년 2월 퇴직하기까지 기독교타임즈에서 근무하면서 은급문제와 관련된 몇 차례나 심층기사를 다루었던 적이 있습니다. 결론은 답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은급 수혜자가 늘어 가나는 추세를 봐서-2017년이냐 아니냐 문제가 아니고-언젠가는 은급기금 고갈문제로 감리교회가 심각하게 어려움을 겪을 것은 자명했습니다. 그 때를 대비하여 은급재단 실무자가 나름대로 대안을 만든다는 것이 신은급법이었습니다.

신은급법이 도입되기 이전에 감리교회의 은급제도는 한국교회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제도였습니다. 타교단의 찬사와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은급제도 도입으로 은급제도가 왜곡된 본질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은급제도가 오늘의 질곡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970년대 감리교회에서도 대형교회가 등장하면서 대형화된 개체교회로 감리교회는 공교회 해체가 급속하게 진행됩니다. 1980년대면 한국감리교회는 공교회성까지도 완전하게 상실합니다.

1987년도 18차 총회에서 젊은 목회자들이 총회 단상을 점거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현상적으로 감리교개혁이라는 대의로 과거 군사독재권력에 협력했던 5공인사들의 퇴출과 농어촌미자립교회 교역자 생활비를 본부차원에서 제도화 하라고 총회에 요구ㅎ며 총회를 정지시켰습니다. 현상적으로 드러난 요구는 그랬지만 사태의 본질은 해체된 공교회성 회복에 있었습니다.

공교회는 개체교회의 부담금으로 은급제도가 운영됩니다. 은급문제와 관련한 가장 쉬운 해법이 있습니다. 은급부담금이 부족하면-부족한 그 만큼 개체교회가 부담금 요율을 높여 함께 책임져나가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공교회의 소속된 개체교회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교회는 당연히 져야할 이 책무가 못마땅했습니다. 그래서 부담금과 관련된 그 쉬운 해법을 무력화시키고 은급제도를 복잡하게 하고 왜곡시키는 데 서로 앞을 다투어 경쟁해 왔습니다.

그래서 대형교회는 공교회의 옷을 벗어 던져버리고-철처한 개교회 이기주의에 빠져 부담금을 축소해서 내기 시작하고-감독선거에서-교권을 잡기 위해서는 구정물 내다버리듯이 펑펑 돈을 쓰면서 개체교회가 공교회를 위해서 감당해야할 의무는 회피 내지는 의도적으로 방기해왔습니다. 그 결과 은급금과 관련하여 대형교회가 져야할 짐을 개체교회 목회자들에게 떠넘기면서 농어촌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시켰습니다.

감리교회의 신은급제도는 1958년생 이후 교역자들을 대상으로 수혜자 부담 연금형식으로 전환한 것은 이런 풍토에서 은급제도의 안정적인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습니다. 동기는 그러했다하나-신은급제도는 결과적으로 많은 농어촌교회 담임자나 미자립교회의 목회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평생을 전전긍긍하며 목회를 하고-은퇴를 하고 난 다음에도 죽을 때까지 생활고에 시달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피도 눈물도 없는-무자비함을 그대로 제도화시켜버렸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이것은 공교회가 완전하게 해체된 다음 은급재단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당연한 결과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공교회 해제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던 대형교회의 책임론이 없다는 점은-현재 논의되는 은급사태 해법이 번지수를 제대로 못 찾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감리교회가 공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하면-그래서 과거 은급제도로 완전하게 환원되는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가지 못하면-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은급기금 손실문제에 대한 대책도 몇 사람을 단죄하는 것으로 그치게 될 겁니다. 은급문제는 공교회의 회복이라는 과제와 같은 맥락에서 성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어떤 대책도 본질에서는 감리교회공동체 내에 내재된 미자립교회의 목회자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가 없습니다.

지금처럼, 개체교회가 부담금을 속여 내는 것을 융통성이라 생각하고-대다수 교회가 아무런 신앙 양심에 거리낌없이 이를 관행으로 받아들이면서-그 이면에서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은퇴하면서 은퇴기여금으로 많게는 십수억씩 챙겨나가는 이런 도적질(?)이 대형교회의 미덕으로 현존하고 있는 한 현재 은급문제에 관한 좋은 해법이 만들어지기가 불가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은급문제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과거로 환원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길을 찾아가는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대형교회가 부담금을 제대로 내면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공교회의 살아있는 정신입니다. 이왕 이 문제가 불거진 이상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그 해법이 공교회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현재 본부에서 총합해서 관장하고 있는 감리교회의 자산관리도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정신에 맞게 각 연회로 이관하고-본부의 기능을 축소시키면서 개체교회의 부담금 납부와 관련하여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본부에 특별감찰위원회를 두어 부담금을 축소해서 내는 대형교회의 재정을 사문하여 제대로 내도록 촉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제재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인으로 저는 오늘 은급사태가 책임자 몇 사람을 단죄하는 것이 아닌-가장 바람직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번지수를 제대로 짚어 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감리교회가 공교회의 정체성을 살리면서-은급비와 농어촌미자립교회의 생활비는 미연합감리교회처럼 개체교회의 부담금으로 해결하고-오늘 우환을 외려 전화위복의 길을 찾아가는 행운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