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며 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인 김성복 목사가 현재 재판중인 왕재산 간첩단 사건과 관련하여 국정원으로부터 참고인 출석 요구 소환을 받고 출석거부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31일(월) 오후 3시 기독교회관 1013호에서 가졌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김성복 목사

이 사건과 관련하여 김성복 목사 외에도 인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의 관계자 4~50여명 등 소위 왕재산 간첩단사건의 참고인들이 국정원에 의해 무작위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인천 지역 종교․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지역까지 합하면 소환대상자가 70명이 넘는다.

정평위는 국정원이 변호인의 조력권을 침해하고 출석요구서나 소환장 없이 마구잡이로 출석시키려 하는 등의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있으며 직장까지 찾아와 협작을 일삼고 집과 직장까지도 찾아가겠다며 공포감을 조성할뿐아니라 전화로 협박하고 위협적 언사로 겁박을 주거나 조사시 불법적으로 동영상 촬영을 시도하며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을 불러다 연관이 있는것 처럼 협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 김성복 목사. “신앙인의 양심으로 또 국가보안법 철페를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소환조사를 거부한다”고 천명했다.

김성복 목사는 자신이 국정원의 출석을 요구받은 상태라는 것을 밝히면서 국정원의 이러한 수사방법을 ‘과잉이자 탄압’이라고 단정 지었다.

김성복 목사는 “출석 요구서를 받은 이들은 인천의 유력한 시민단체 대표를 비롯하여 중도 보수적 인사까지도 포함하고 있는데 소환에 응한 어떤 인사에게 국정원 사람이 하는 말이 ‘오실줄 몰랐다’면서 조사할 준비도 안해놓고 있더라”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소환장을 남발해서 중도보수적 인사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6.15선언 근처에만 가도 이렇게 고통받는다는 것을 알게 하여 6.15선언과 실천을 약화시키고 탄압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복 목사는 국정원의 이러한 일련의 행태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정권말기의 악의에 찬 마구잡이 수사”라고 규정하면서 중단을 촉구했다. 아울러 “신앙인의 양심으로, 또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소환조사를 거부한다”고 천명했다.

나아가 “왕재산 간첩단 사건이 불법 조작된 것이라고 본다”면서 “모든걸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여 사람들을 떨게 만드는 불법적 상황을 바로잡는데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 사건 변론을 맡고 있는 이광철 변호사는 “김성복 목사 같은 분은 무슨 증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과 거의 관련이 없다”며 “무분별하게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조사하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빈약한 증거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거나 현 정부의 임기말 공안몰이를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 한국교회인권센터 소장 허원배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전한 한국교회인권센터 소장 허원배 목사도 “과거 공안사건이 조작되었다고 하는 사실이 과거진상조사위 활동을 통해 드러난 바있다. 지금 이게 재연될 우려가 있다. 이번 왕재산 사건이 인권적 차원에서 공정하게 다뤄질 뿐 아니라 탈법적 불법적 수사행위가 일어나선 안되겠다. 진상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 진광수 목사(정평위 위원 고난함께 사무총장)

진광수 목사(정평위 위원, 고난함께 사무총장)도 “국가안보는 국민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는다고 또 감옥에 집어 넣는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와 견해를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건강하게 지켜지는 것”이라면서 “무분별한 소환장 남발 사건을 보며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고 우려했다.

▲ 민변의 최희준 변호사.

민변의 최희준 변호사는 왕재산 사건 피의자들을 변호하며 겪은 여러 불법적 인권침해사례와 국정원의 무리한 기소시도를 고발하며 “국정원의 수사방법이 변호사로서 납득이 안가고 상식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를 보게 된다”고 개탄했다.

그 예로 “왕재산 사건의 피의자들이 93년에 김일성 주석을 만나 교시를 받아 2001년에 이적단체를 조직하기 시작했다는데 그럼 그사이엔 뭘했다는 것인지에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김모씨를 비롯한 관여자들이 대한민국 정부 전복을 모의하였다거나, 새로운 정부수립을 목적하였다는 등의 근거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변호사는 또 그들이 간첩행위를 했다면서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를 보면 정치정세 보고와 민주노총 내부사정 보고 등의 문서, USB, 핸드폰, 노트북 같은 것 뿐이어서 ‘간첩스러운게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서 조차 작성자가 누구인지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다.

내용도 증권가에 나도는 찌라시 수준인데 예컨대 ‘열린우리당 재보선참패원인’, 회원가입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한국사회연구소에서 제공한 자료’ 같은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있는것을 두고 피의자들이 국가기밀탐지행위를 했다고 국정원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변호사는 또 기소에 이르기까지 국정원이 자행한 온갖 인권침해행위들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변호인의 입회, 동행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태, 묵비권을 행사하는 피의자에 대한 온갖 겁박, 모욕, 폭력적인 언행들, 단식하는 피의자 앞에 피자를 시켜 냄새를 피우는 등의 천박성, 가족들의 면회요구에 대하여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면회를 불허하는 반인륜성 등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권침해행위가 있었음을 밝혔다.

▲ 가족대책위 한영숙

가족대책위의 한영숙씨는 “사건의 관계자들이 오랜 친구고 직장 동기들인데 오랜 친구와 정치이야기를 주고 받은 정도를 가지고 국정원이 간첩으로 만든다면 이나라에 간첩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으며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며 국정원의 무분별한 수사를 개탄했다.

“평범한 가정의 남편을 죄인으로 만들고 언론들은 검찰의 말만 보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국가보안법은 가정을 파탄내는 법이라고 느끼게 됐다. 이젠 오기가 생겨 국가보안법에 맞서야 겠다는 맘을 먹게 됐다”고도 했다.

한영숙씨는 또 국정원의 조사행태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단식중인 사람앞에다 피자를 시켜 냄새를 풍기는가 하면 혈압이 올라 힘들어 하는 사람앞에다 간호사를 불러 놓고는 자기팔을 측정하는 등의 비 인간적 조사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왕재산' 간첩단 사건은 북한의 대남공작부서인 '노동당 225국'의 지시로 결성돼 17년간 암약하며 지하당 활동을 한 혐의로 5명이 기소된 사건으로서 피고인들은 국가전복을 위한 반국가단체구성, 국가기밀탐지하는 간첩행위, 반국가단체와 통신 회합, 이적표현물 소지, 잠입, 탈출 등 국가보안법 상의 거의 모든 조문을 망라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혐의사실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의자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여서 최근 적극가담자 10명을 추가로 조사중에 있다. 한편에선 이 사건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하고 정권의 레임덕을 막아보려는 공작정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IT업체가 북한의 지령을 받는 간첩단이라고 주장하면서 총책 김씨와 서울지역책 이모씨, 인천지역책 임모씨, 연락책 이모씨, 선전책 유모씨 등 5명을 지난 8월 구속기소하고 오늘 세 번째 심리를 마쳤다.

▲ 김성복 목사     ▲ 사건' 공판이 열린 31일,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