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은급대책 위원회 위원장 김성호목사(강촌교회)

1. 감리교은급제도에 대한 이해

  ● 본래의 감리교 은급제도는 개인연금 형식이 아닌 감리교 교회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공적 부조의 성격을 특징으로 한다. 다시 말해서, 수혜자가 은급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부담금을 납부하여 은퇴교역자에게 은급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현재 은급비를 받고 있는 은퇴교역자는 본인이 은급부담금을 납부하거나 적립한 적이 전혀 없다.

  ● 1982년에 시작한 감리교은급제도는 그 성격이나 취지에 있어서 타교단의 부러움을 살만큼 매우 좋은 제도였으며, 운영 과정에서도 커다란 문제나 부조리가 발생하지 않았던 모범적인 제도였다. 그러나 외부 여건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마침내 은급기금의 고갈로 인한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 그리하여 2001년에는 정회원에 한해 10년에 한번씩 은급기여금을 내도록 개정한 바 있으나, 시행 2년 만에 계속적으로 누적되는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재개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2003년에는 은급부담금을 1.5%로 인상하는 것과 아울러 3년에 한번씩 은급기여금을 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의 변화가 있었다.

  ● 2003년 총회에서 은급부의 안으로 은급부담금 2% 안이 상정되었으나 원안은 부결되고 개의되어 은급부담금 1.5%, 은급수혜자부담금 신설이 확정되었다. 동년 12월 총회실행위원회는 은급수혜자부담금에 대하여 3년에 월봉의 100%(최하 준회원 30만원, 정회원 60만원)를 2004년 말까지 납입할 것을 결정하고 공고하였다.

  ● 은급부담금의 인상과 은급수혜자부담금의 신설로 인해 은급문제가 2003년 말 부터 화두가 되었고, 2004년도에는 각 연회별로 순회하면서 은급부와 공동으로 은급 문제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였고, 여기에서 수렴된 의견과 힘을 바탕으로 2004년 10월 19일에 <감리교은급바로세우기 전국대책위원회>를 조직 창립하였다. 그리고 은급제도의 개선을 위해 1)전문가 컨설팅을 통한 은급제도의 진단, 2)감독회장 직속의 ꡐ은급특별위원회ꡑ 구성, 3)은급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은급수혜자부담금 납부 유보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2005년 연회에서 이러한 의견을 연회결의안으로 상정하였는데, 5개 연회에서만 통과되어 총회에 안건상정이 되지 못하였다.

  ● 향후 은급재단 이사회와 대책을 수렴 논의하는 과정을 가졌고, 은급부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함께 공동논의를 하여, 1)은급 문제 특별위원회 구성과 2)은급수혜자부담금 납부 유예하는 입법안을 장정개정위에 상정하였는데, 입법 상정을 하지 않고 삭제되었다.

2. 은급제도에 대한 불신

  ● 2004년 초에는 각종 불만과 비판이 감리교 자유게시판에 난무하였으며, 일부에서는 은급제도 폐지론까지 주장하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본부에서는 은급금의 고갈에 따른 당연한 조치였으며, 은급금의 수혜를 받는 수혜자가 부담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에 대해 반발하는 교역자들의 행태가 잘못되었다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감리교 본부와 현장 교역자들의 중간에서 양쪽 이야기를 다 듣게 되는 저희들은 상당한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피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은급제도란 특히 이해당사자(수령자와 부담자)간의 이해와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운영하기 어려운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본부와 은급부에서는 현장 교역자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열린 행정을 펼쳐야 한다.

  ● 이제 현장 교역자들의 이야기를 수렴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은급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이다. 지금까지 은급제도의 운영이 가능하였던 것은 교역자의 연령별 구조가 피라미드형이었기 때문이다. 은급비를 받는 교역자는 소수이고, 은급부담금을 내는 교회와 교역자는 다수이기에 가능한 제도였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한 역 피라미드 형태의 연령별 구조의 변화로 인해 기금의 고갈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은급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하며, 은급제도의 개선을 위한 은급부의 노력이 없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은급법에 대해 교역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팽배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① 장기적 안정성의 불투명

     은급제도가 문제화된 것은 다름 아닌 ꡐ기금의 고갈ꡑ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은급제도가 불신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적으로 은급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정된 은급제도도 임시변통에 불과하여 10년 후에는 또 다시 기금이 바닥나게 되어 있다. 은급제도는 적어도 30-40년 후를 예견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향후 10년까지 만의 상황만 대비하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너무 무책임하다.

  ② 정체성의 혼란

     부조형인지, 적립형인지 은급제도의 주 개념 정리가 불분명하여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감리교회에 적합한 은급제도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수혜자부담금이라는 것이 정체성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ꡐ수혜자 부담ꡑ 개념으로 개인이 부담할 경우 적립식의 연금 성격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부조형의 현 제도와는 별개로 취급할 필요가 있으나 편의주의에 빠져 충분한 검토가 없는 제도 도입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ꡐ수혜자부담금ꡑ의 경우 투자 및 지출에 대하여 부담한 가입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특히 전혀 부담하지 않은 현재의 은퇴목회자에게 지출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넘어 부당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설에 의하면 은급수혜자부담금이 평신도 측의 주장에 의해 생겨났고 교역자가 받아 가는데 교역자가 내야지 왜 교회가 내야하느냐?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분들은 적립형의 연금제도를 염두에 두고 감리교 은급제도를 진단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③ 은급제도 개정의 즉흥성

     은급부에서 연구하여 총회에 제출한 개정안이 그 자리에서 바뀌어서 ꡐ수혜자부담원칙ꡑ이 만들어지고, 3년에 한번 은급기여금을 납부하도록 되어버렸다. 원래 장정개정위원회에서 연구, 검토하여 총회에 상정된 새로운 법안은 가부간의 결의만 물어야 한다. 그 자리에서 바꾸게 될 경우 구조적으로 왜곡되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게 되는데, 은급제도의 개정과정이 그러하다.

  ④ 결정과정의 일방성과 폐쇄성

     3년에 한번씩 내는 은급기여금의 경우, 법 개정이후 첫해에 일시불로 납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교역자가 한달 생활비를 별도로 떼어서 일시불로 납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은급금 수령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생활비로 지탱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ꡐ수혜자부담금ꡑ에 대한 불만은 더욱 크다. 이것은 자기 부담을 회피하려는 이기적인 생각이 결코 아니다. 내가 부담한 금액이 은퇴 후에 확실하게 나에게 돌아온다면 많은 부담을 한다고 해도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⑤ 전문성과 합리성 부재

     재원부족의 해결방법을 수입증대, 그것도 부담금의 증대에서만 찾고 있다. 기금운영의 변화, 지출부문의 축소 등 각 부문에서 총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⑥ 행정의 폐쇄성과 권위성

     저희 은급대책위에서는 현장교역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은급문제 해결을 위해 자기 주머니를 털어가며 연회가 개최되는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등 자발적으로 뛰어 왔다. 연회에 결의안을 상정해 총회에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였지만, 결국 벽에 부딪혀 결실을 보지 못하였다.

  ⑦ 교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배려의 부족

     감리교 은급제도의 출발은 성서적이고 신앙적이었다. 은퇴 후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던 교역자들에 대한 교회의 배려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가난한 교회에서 은퇴하여 노후생활이 어려웠던 교역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생활비를 기독교적인 나눔의 정신으로 감리교회 전체가 부담하였던 것이다. 은급수혜자부담금에 대해 교역자들의 반발이 큰 것은 단지 이기적인 생각 때문은 결코 아니다. 지금도 국가에서 정한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한 달 생활비를 단 한 번에 다 내라고 하는 것은 한 달은 굶으라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큰 교회에서는 은급수혜자부담금도 교회에서 부담하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때에는 세밀한 검토와 예측이 필수불가결한 것인데, 감리교회는 입법제도가 아주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심히 크다 하겠다.

3. 감리교은급제도 개선에 대한 제안

  ● 은급제도가 개정되고 이에 대한 각종 불만과 비판이 쏟아지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나서 은급제도에 대해 고민을 나누었다. 세미나와 포럼만 해도 10여 차례 개최하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은급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 그러나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공통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백 사람을 만나면 백 사람의 해결책이 다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은 공적 부조의 성격을 살려서 나아가야 한다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은 이제는 우리도 적립식의 연금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분도 있고, 아예 은급제도를 폐지하고 국민연금이나 사적 연금제도가 발달했으니 각자가 알아서 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또 어떤 분은 부담금을 정직하게 내면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분도 있다.

  ● 누구의 말이 옳고 누구의 말이 틀린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리교은급제도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감리교에서 평생을 바쳐 목회한 교역자들이 은퇴 후에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자손들이 은급제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가 노후를 준비하는 시대로 변하였다.

  ● 감리교은급제도의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감리교은급제도가 처음 시작하였던 때와 지금은 판이하게 다르다. 국민연금제도가 국가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각종 보험사나 금융사를 통한 개인연금제도도 발달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된 여건 하에서 감리교에 적합한 은급제도가 무엇인지를 연구하여, 우리 몸에 가장 적합한 제도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를 위해서 『은급제도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감리교은급제도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검토를 거쳐 새로운 안을 만들어야 한다. 단 위원회를 개방형 체제로 구성해야 하며, 은급제도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감리교의 각 위원회나 이사회는 연회에서 파송된 대표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바람직한 제도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 은급수혜자부담금은 개선안을 만들 때까지 유보시켜야 한다. 수혜자부담금을 안내면 은급금을 삭감시키겠다는 권위주의적이고 협박성의 행정으로 몰아세워서는 곤란하다. 3년에 1회 납부하는 것이면, 3년이라는 납부기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분납형식으로 나누어내는 것도 바람직한 것이다. 우리사회가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변하고, 닫힌 행정에서 열린 행정으로 변하고 있다. 행정부에서도 대민봉사를 중심으로 국민을 섬기는 행정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감리교회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다.

  ● 감리교은급제도는 감리교의 정체성 회복과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감리교에서 은급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만 해도 한국사회에서 노후보장제도에 대한 관심이 드물었으며, 공적이나 사적인 연금제도도 매우 드물었다. 그 당시만 해도 노후생활은 자녀들이 보장해주는 것이 사회적 관습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사회는 크게 변하였고, 노후생활은 개인이나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나 국가가 책임지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 교역자는 흔한 말로 재테크 개념이 제일 희박한 특수 집단이다. 은퇴할 때에 집 한 칸 제대로 없는 분들이 절대 다수이며, 노후에 필요한 연금이나 보험에 가입한 분도 드물다. 게다가 교회에서 받는 퇴직금도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은퇴를 앞두고 일어나고 있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도덕성의 결여가 아닌 노후생활에 대한 보장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교역자는 끝이 아름다워야 한다. 교역자의 끝이 아름다우면 감리교도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