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명, 인명 등을 거론할 때 현대의 추세는 당사자들의 발음을 따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모택동이라고 불렀다면 이제는 마오쩌뚱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수도도 전에는 북경으로 부르고 후에는 베이징이라고 물렀지만 요즘은 페킹이라고도 종종 부른다. 나는 이런 추세를 존중하여 우리가 북한이라고 부르는 나라를 조선으로 부르고자 한다. 북한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단어이자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호칭이다. 이런 호칭을 조선이 좋아할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조선에서는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호칭을 한국은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남한 북한, 북조선 남조선이라는 명칭은 정치적인 의도를 담고 있어 크고 작은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물론 한국, 조선으로 부른다면 우리 민족이 두 개의 나라로 나누어진 느낌이 들어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정서에 맞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두 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의 글에서 가급적 조선, 한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자 한다. 그것이 양측에게 공정하리라고 본다.

나름대로 고민하고 추론하면서 장황하게 써내려간 기획성 장문의 글이다. 한 번에 읽기 어려울 것 같아 몇 차례로 나누어 게시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냥 한 번에 게시한다.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필자 주)

조선에는 종교가 있을까, 없을까?

한국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없다고 볼 것이다. 유물론인 공산주의가 관념론인 종교를 좋게 볼 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공산주의 국가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어려서부터 배워왔고 그 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조선의 경우는 더욱 강경하게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으로 배워왔다. 최근의 조선 관련 보도를 보니 기독교 교회나 불교 사찰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기는 하지만 교회나 사찰들이 실제로 운영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으로 선전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년 전에 동유럽 몇 개 나라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관광코스의 대부분은 중세시대에 건축하였던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배당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 예배당 안에서는 신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종교행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유지되고 있었다. 이런 종교행사가 동유럽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재개된 것 같지는 않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일상의 한 단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여행을 통해 내가 확신하게 된 것은 공산주의라고 해서 무조건 종교를 말살하거나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념보다도 더욱 근본적인 것은 꾸준히 전해 내려오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나 다 사람 사는 세상이지 싶다.

그렇다면 조선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전쟁 이후 한국 사람들이 꾸준하게 들어온 이야기들은 인민군들이 종교인들과 신자들을 교회당이나 사찰에 몰아넣고 불을 질러 살해하거나 예수 사진을 발로 밟은 사람들은 살려주고 밟지 않고 버틴 사람들은 죽였다는 종류의 순교자 이야기들이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 증언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전반적인 추세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경우 역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체 한반도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남쪽의 증언이기 때문에 반쪽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조선 사람이 방북한 나에게 하는 이야기는 나머지 반쪽은 다르다. 북쪽 지역에서 기독교의 열풍이 거셌고 신자들이 많았던 것은 다 알 것이다.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서 개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신뢰가 매우 컸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쟁이 발발하자 사람들은 교회당에 모여 있으면 미군 비행기가 폭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교회당으로 많이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 외로 미군의 폭격은 예배당을 가리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 건물 안에서 죽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 대해서 매우 실망하고 역시 교회에 대해서도 마음을 돌리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또 일본을 패망시킨 원자탄이 북쪽에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이 많이 남하한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어느 쪽 이야기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두 이야기가 모두 가능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째 됐든 한국은 조선이 종교의 자유, 특히 기독교 신앙의 자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선에는 분명히 명목상의 종교가 존재한다. 불교사찰은 물론 있다. 전국적으로 60여개의 사찰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사찰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국보나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묘향산의 보현사라는 사찰에는 일제의 문화제 수탈을 염려하여 팔만대장경 인쇄본 전질이 보관돼 있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조선 역시 불교사찰을 유지해온 듯하다. 건물은 있지만 신도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선 당국은 신도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한국의 7대종간 수장들이 조선을 방문하여 종교인들 간의 모임과 종교집회를 개최하였었다. 여기에 참석한 북측의 대표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 조선불교도련맹, 조선가톨릭교협의회, 조선천도교중앙지도위원회였다. 이런 단체들이 이름만 있는 유령단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개신교회도 역시 명목상의 종교가 존재한다. 우선 공식적으로는 평양에 봉수교회와 칠골교회가 있다(천주교회로는 장충성당이 있다). 봉수교회는 한국교회들의 도움으로 4-500석 예배당을 신축하였다. 칠골교회는 작은 규모로 100여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예배당이 있다. 관계자에게 물으니 공식적인 교회는 이 두 개이고 지방에는 가정교회 형태로 교회가 존재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귀담아 들어야 하는 부분은 지하교회가 아니라 가정교회라는 것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 지하교회의 형태가 있겠지만 조선당국이 공식적으로 가정교회로 인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사람들은 김일성 주석의 어머니를 ‘강반석 어머니’라고 부른다. 반석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김 주석의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기독교에 대해 원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그동안 관심 있게 지켜본 바로 조선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종교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조선도 일요일은 쉰다. 나는 기껏 평양 정도만 둘러보았기 때문에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요일에 평양사람들은 소풍을 나오기도 하고 유원지에 놀러가기도 한다. 보통강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도 많고 나름대로의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일요일에는 개인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보장돼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시간적 제약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알려진 종교활동 참여인구가 적을까? 알려진 바로는 종교인들의 숫자가 35,000명이라고 한다. 나는 그 실마리를 적어도 1킬로미터마다 크게 붙어 있는 구호에서 찾는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몇 단어만 바꾸면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물론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함께 하심을 믿는 방식과 조선 사람들이 수령이 함께 하는 것을 믿는 방식은 다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였다고 고백하지만 조선 사람들은 수령이 다시 살아나지 않은 것을 잘 안다. 우리는 예수의 부활과 함께 하심을 실존적 혹은 존재적으로 믿는 성격이 강하지만 조선의 경우에는 철학적이거나 계몽적인 차원에서 믿는다고 볼 수 있다. 영원히 함께 계시는 주석은 영의 형태가 아니라 철학과 사상, 가르침의 형태이다. 즉 주체사상이 바로 여전히 조선 인민들과 함께 하는 김일성 주석 그 자체인 셈이라 할 수 있겠다.

유물론의 성격상 관념적인 것보다는 현실적인 것에 더욱 많은 가치를 두기 때문에 신적 존재보다는 인간에게 더 큰 기대를 담는다. 관념적인 신이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인간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생각의 기저에는 유물론, 주체사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알 수 없는 신이 아니라 이미 작고하였지만 위대한 사상을 남겨준 주석(주체사상)이 더욱 큰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함께 하심보다는 주석(이 남겨준 유훈)이 더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종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크지 않을 것이다. 유물론 사상에 기초한 주체사상을 수십 년 학습한 이들에게 종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한국에서 좋아하는 내용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선전선동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번에 어렵게 조선을 방문하면서 교회 예배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일정에 주일이 끼어 종교인의 입장으로 예배를 드려야 함으로 안내를 맡은 이들에게 요청하여 칠골교회 주일예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주일예배가 매주일 정기적으로 열리는지는 알 수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는 조선의 교회에서는 정기적인 예배가 열리지 않으며 외국인이나 한국 종교인 등이 방문할 경우에만 예배가 열린다고 한다. 또 성서나 찬송가책은 교회에만 비치되어 있을 뿐 가정으로 가져갈 수 없다고도 한다. 사실여부는 모르겠다.

칠골교회의 예배는 주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예배당 주변을 높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의도적으로 예배당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9시 50분쯤 예배당 마당에 이르러 차에서 내리니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중년의 여성들 몇과 목회자로 보이는 70대로 보이는 남성이 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여성 중 한 명은 장로라고 했다. 우리 일행은 간단하게 인사를 건넨 후에 예배당 안으로 들어섰다. 성가대 20여명이 가운을 입고 한쪽에 세 줄로 앉아서 찬송을 불렀다. 그들이 들고 있는 찬송가는 ‘베스트 찬송가’였는데 아마도 한국의 교회에서 제공한 것 같다. 곡조들은 우리들에게도 익숙하다. 부르는 찬송 중에 ‘여기에 모인우리’도 있었다. 이 찬송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속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오르면서 내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남과 북이 한 자리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감격 때문이었을까! 그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나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성가대의 수준은 매우 높았다. 노랫소리를 듣자마자 내 눈이 커지고 귀가 확 열렸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만 차출해서 성가대를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참 당연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 성가대는 원래 노래를 잘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성가대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원래 조선인들이 어려서부터 가무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는다. 노래를 잘 하거나 악기를 적어도 한 가지씩은 다 다루도록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조선 식당에 가보면 식사 중간에 서빙하는 여성들이 춤과 노래로 공연을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때도 대부분 감탄한다. 그것은 천부적인 재능도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가무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결과일 것이다. 칠골교회의 성가대도 매우 잘 했다.

	▲ 칠골교회 예배1

전체적인 예배의 순서는 우리와 비슷하다. 하긴 공적 예배 순서라는 것이 예배학이나 교회전통을 따른 것이니 비슷한 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그게 신기해 보이는 것은 분단병이 내 안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나보다. 주보는 따로 없었고 좌석마다 조선기독교도련맹 중앙위원회가 발행한 초록색 표지의 성서와 찬송가가 놓여있었다. 성서는 매우 두꺼웠다.

10시가 되어 성가대의 입례송으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박민호 목사는 이날 예배에 남쪽, 미국의 우리 동포와 태나다 메노나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단, 호주 청교도단, 외국공관 주재원 가족 등이 참여하였다고 우리말과 영어로 소개하였다. 이에 화답하는 조선의 성도들은 매우 우렁찬 소리로 아멘이라고 화답하였다. 이후에도 아멘 소리는 우렁차게 터져나왔다.

	▲ 칠골교회 예배2

찬송은 한국교회와는 다르게 제목과 가사 첫 줄이 다르다. 사용하는 단어도 조금씩 달랐다. 예배 중에 불렀던 ‘찬송하는 소리 있어 사람 기뻐하도다’는 찬송은 5장의 제목은 ‘할렐루야 찬송’, ‘주의 주실 화평 믿음 얻기 위해 너는 정성껏 기도 했나’로 시작하는 327장 찬송의 제목은 ‘주의 제단에’, ‘예수로 나의 구주삼고 성령과 피로써 거듭나니’로 시작하는 346장 찬송은 제목이 ‘복스러운 확증’이었다. 특이하게 느낀 것은 ‘은혜’를 ‘은애’로, ‘좇고’를 ‘쫓고’(오타인지도 모르겠다), ‘성령’을 ‘신’(모든 경우는 아닐 것 같다)으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대표기도는 여성 장로가 하였는데 세계를 아우르는 기도를 하는 것이 남이나 북이나 비슷했지만 민족의 통일에 대한 간구를 빼놓지 않았다. 성서봉독이나 헌금기도도 성도들이 하였다. 성서봉독은 조선인 특유의 감정을 잘 버무린 억양 있는 독법으로 읽어나갔다.

[모세는 풍성한 가을과 같은 인생의 결실을 맞지 못했다. 요단강을 건너지 못하고 비스가 간에서 약속의 땅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그의 인생 마지막을 보내야 했다. 그는 바위에서 물을 낼 때 하느님(조선에서는 하느님이라고 호칭한다) 말씀대로 하지 않고 홧김에 두 번 바위를 쳤다. 하느님 말씀대로 하나님 중심으로 하지 않고 자기중심으로 행동했다. 완전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은 전능자에게 그대로 위탁하는 것이다. 어떤 정황에서도 믿음은 끝까지 온전해야 한다.

홍해를 건너고 만나 등 식량을 얻는 등 하느님의 은혜 가운데 살면서 잠시의 어려움에 불평불만 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자녀라는 원래 모습을 잃은 상태이다. 하나님의 일을 하느님 일답게 거룩하게 하지 못하였다. 불평하는 백성만 보고 그 뒤에 계시는 하느님은 보지 못하고 자기존재, 자기교만을 드러냈다. 온유한 사람만이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갈라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흔들림 없이 기도하고 있는가? 분열은 하느님 뜻에 어긋나는 것이다. 하나됨을 위한 나느님의 일에 참여하고 그 일을 위해 믿음으로 인생을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하자!]

헌금은 헌금위원이 자루가 달린 긴 막대기를 들고 도는 방식으로 드린다. 이때 특송을 하였는데 미국에서 온 목사 사모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우리 말과 영어로 불렀다. 이어서 남성 독창과 여성 삼중창, 성가대 전체의 특송이 이어졌다. 성가대는 ‘마음에 가득한 의심을 깨치고’를 불렀는데 개인적으로 느낀 느낌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신선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았다. 헌금위원이 헌금기도를 한 후 축도가 이어졌다. 축도는 미국 침례교회에서 목회하는 한국인 목사가 하였다.

	▲ 칠골교회 예배3

예배를 마친 후에 해외에서 예배에 참석한 이들의 인사와 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라틴미국(남미를 말하는 것 같다)에서 온 한국인 여교수가 짧은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 내용은 이렇다.

형제가 심하게 다투고는 결별을 하였다. 한 형제는 담을 높게 쌓았고 다른 형제는 두 집 사이에 강을 팠다. 그런데 강을 판 형제가 높은 담을 보고 화가 나서 목수를 불러 자기집 담도 형제보다 더 높이 쌓아달라고 하였다. 저녁 무렵에 집에 와보니 쌓으라는 담은 쌓지 않고 강에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화가 나서 다리에 올라가는데 맞은 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자기와 심하게 다투었던 형제였다. 어색한 만남이 이어지는 중에 목수를 불렀던 형제가 목수는 어디로 갔냐고 물으니 다른 형제가 그 목수는 하늘로 올라갔다고 대답하였다. 그 목수는 바로 예수님(예수님은 목수의 아들이므로 직업이 목수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이었다는 것이다.

이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관광단이 특별한 노래를 한 곡 했다. 봉고라고 하는건가, 아무튼 가랑이에 끼고 두드리는 작은 북도 가지고 나왔다. 이들은 ‘자불라니’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자불라니’는 ‘기뻐하라!’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들이 흥겨운 춤과 노래를 불렀는데 마지막에 가사를 ‘자불라니 코리아!’라고 불렀다. 이 소절에서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격량에 빠져들었다.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지만 콧물까지 참지는 못했다. 눈이 뜨거웠고 가슴이 뛰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름도 알 수 없는 이들도 이렇게 코리아에게 기뻐하라며 응원해주는데 왜 우리 민족은 이렇게 반목하고 다투고 대결해야만 하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던 것 같다. 함께 한 일행 중 한 분은 거침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연신 찍어냈다. 나중에 들으니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예배당 안은 환호와 감동의 도가니였다.

	▲ 칠골교회 예배4

236장 ‘우리 다시 만나볼 동안(우리 찬송 가사는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이다)’을 부르면서 모든 순서는 끝이 났고 성가대가 찬송을 하는 동안 칠골교회 박 목사는 예배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였고 악수를 한 사람들은 하나둘 예배당을 나갔다. 예배당 마당에서는 그 감동과 기쁨, 아쉬움을 나누는 친교의 자리가 되었다. 남아공에서 왔다는 그 관광객 중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이번 여행이 난생 처음으로 아프리카 밖으로 나와 본 것이라며 오늘의 예배에 많은 감동이 있었다고 했다. 그 여성은 자기 가족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남과 북의 상황에 대해서 몇 가지 묻기도 하였다.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남쪽에서는 북쪽에 오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 등등. 우리는 예배 후에 공동식사를 하는데 칠골교회는 예배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식사는 제공하지 않았다. 아무튼 남아공 여성 관광객에게 즐거운 여행이 되라는 인사를 남기고 우리는 차에 올라 다음 일정을 위해 예배당 마당을 떠났다.

칠골교회에서의 예배참석은 참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무엇보다도 그 작은 공간이 교회의 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마음이 기뻤다. 남과 북, 해외동포와 또 외국인들까지 한 자리에서 한 하나님을 예배하고 또 교제하며 기뻐했다. 모두가 다 하나님의 품 안에서 용납되었으며 기쁨 가운데 교제하였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참된 하나님 나라의 경험, 참된 예배의 경험일 것이다.

이런 경험이 귀하면 귀할수록 우리 자신의 모습은 안타깝고 한심하며 또 아프다.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임에도 한 자리에서 예배할 수 없고 서로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목사가 설교 중에 인용한 성구처럼 에스겔이 두 개의 막대기를 하나로 모으면서 하나 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외국인은 갈 수 있는 나라, 그러나 반쪽 동포는 갈 수 없는 나라,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예배.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도 됐다. 속히 남고 북의 우리 민족, 해외동포, 그리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인류가 한 자리에서 기쁨과 감사로 예배하는 날이 속히 임하도록 하나님의 능력을 간구한다.

길고 장황한 글을 여기에서 마무리한다. 이 글이 남쪽이나 북쪽이나 당국자들이 혹은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인 사람들이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까? 얼굴을 찌푸릴까, 아니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설프지만 성직자라는 내 신분과 관심사에 따라서 내가 본 그대로를 가급적 편견이나 오해 없이 써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고 내 안의 분단병에 찌든 부분, 결코 씻지 못한 오해와 편견의 부분의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인정한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라는 관점으로 이 글을 썼다는 것만큼은 독자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장문을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