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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굴과 겸손의 경계선상에서보고싶은 최 문호집사님 나는 그 분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겸손을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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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2월 16일 (목) 00:00:00 [조회수 : 3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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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초여름 전라남도 고흥군 동강면에 있는 아주 멀게 느껴졌던 동강감리교회에 와서 하룻 밤을 자고 새벽기도를 하려고 일어났는데 문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 날짐승인가?"
교회와 사택이 토끼나 다람쥐 그리고 살쾡이 같은 날짐승이 나올 법한 언덕위에 있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들어 오는데 문 안에 단감이 들어있는 자루가 있었다.
"누가 갔다 놓았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최문호 집사님이 새로 온 나이 어린 전도사 가족을 위해 새벽 일찍 단감을 따다 놓으신 것이다.
최집사님은 장로님 집에서 일하시는 분이셨다.
마을 사람들은 마음 착한 최집사님을 머슴처럼 부려 먹으면서 세정도 안준다고 욕을 했다.
장로님 며느리는 '우리집을 떠나 실때 다 계산해서 드릴 꺼에요.'라고 늘 변명을 했다.
첫 가정심방을 할 때 최집사님도 심방을 했다.
소 외양간 옆 움막에 사셨는데 벽이 허물어져 있어 소들이 보였고
외양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우리집에서 같이 살자고 해도 고집을 피시고 여기서 사셔요.'라고 장로님 며느리가 변명을 했다.
그러자 '나는 여기가 편합니다.'하시며 최집사님께서 마음 좋게 웃으셨다.
나는 최집사님이 '반공포로'였다는 사실 밖에는 몰랐다.
허리가 심하게 굽어 많이 자란 풀들이 머리에 달정도였다.
최집사님이 굽은 허리를 가지고 장로님 집 농사 일을 도 맡아 하셨다.
장로님 아들이 일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아 모든 일이 최집사님 차지였다.
어느 날 쉬고 계신 최집사님에게 물어 보았다.
" 집사님은 어떻게 장로님 댁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갈 곳이 없는 자기에게 장로님이 함께 살자고 해서 오게 되었다고 하셨다.
육이오가 나던 해 여름, 논에 나가 모내기를 하고 왔는데 군에 가야 한다고 해서 아내와
아이 둘 그리고 가족들과 작별인사도 못하고 인민군에 입대를 했는데
그때 나이가 34살이 었다고 했다.
일주일간 군사 훈련을 받고 전선에 배치되었는데 막대기 수류탄(쏘련제 수류탄) 두 개를 양손에 쥐고 전쟁터에 나갔다가 포로가 되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생활을 하셨다고 했다.
포로석방이 되었을 때 최집사님은 고향인 이북으로 가시지 않고 벌교에 와서 새로운 생활을 하셨다고 했다.
아주 쉽게 지나온 이야기를 하셨다.
" 왜? 고향에 가시지 않으셨나요?" 물었다.
최집사님 고향은 평양 근처 농촌이었다.
최집사님은 아주 간단하게 '가기 싫었다.'고 말씀하셨다.
"결혼도 했데시여."
벌교에서 목욕탕 화부로 일하면서 결혼도 했는데 여자가 가버렸다고 했다.
아마 최집사님이 너무 착하셔서 무능력해 보였기 때문이리라.
최집사님은 정말 법없이 살 수 있는 분이셨다.
아주 잛은 시간 함께 생활했지만 나는 그 분에게서 겸손을 배웠다.
어느 날 최집사님이 나를 찾아 오셨다.
"전도사님, 오늘 밭에서 일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하나님께 기도했데시여.
'너무 일하기 힘드니 쉬게 해주세요' 했디요"
" 그런데 전도사님 , 기도하면서 교회 종탑을 바라보는데 환한 빛이 내게 비텼시요."
최집사님은 하나님께서 자기 기도에 응답하신 것 같다고 했다.
최집사님 말을 들을 때 마음이 아팠다.
'아- 많이 힘드셨구나.'
나는 최집사님이 한 번도 불평하시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묵묵히 정말 소처럼 일을 하셨다.
그 때가 70을 바라보시는 나이셨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주님, 최집사님을 위해 내가 어떻하면 좋을까요?"
그 후 나는 최집사님을 수원에 있는 양노원에서 생활하시도록 했다.
몇달 후 양노원을 찾아 갔을 때 최집사님은 벌써 양노원 수위일 돕고 계셨다.
주일이면 교회에가서 예배도 드리고 편하게 생활한다 하시며 만족해 하셨다.
오늘 길을 걸으면서 최집사님 생각이 나고 마음에 눈물이 고였다.
너무 오랫동안 뵙지를 못했구나.
이제 구십이 다 되셨을텐데...
지난 1월에 동강교회 장로님이 89세에 돌아 가셨다.
수술받고 퇴원한지 일주일이 못되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안된다는
아내를 앞세우고 조문을 다녀왔다.
유족들에게 최집사님 안부를 물으니 살아계시다고 했었는데...
나는 항상 비굴과 겸손의 경계선상에 서 있다.
가끔 아내가 나를 향해 "당신은 어느 때는 비굴해 보여요."라고 말할 때가 있었다.
목회를 하면서 내가 생각해도 '잘 참아낸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참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참는 것을 보면서 아내는 비굴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비굴해서 참은 것일까?
나는 최집사님을 비굴하신 분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 분의 모습 속에서 예수님의 겸손을 보았다.
한국을 떠나 올 때 뵙고 오는 건데...
새벽기도를 드릴 때 교회에 늘 앉아 기도하셨던 집사님이 보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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