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발전주간 개막식 후 사대강 지천 공사를 하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이날 이대통령은 "4대강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고 "금년 여름 장마는 실로 백여 년 만의 폭우였다. 그러나 금년 장마기간과 강우량이 비슷했던 1998년, 2006년에 비해 4대강 유역 피해규모는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평균수위도 낮아져 상습 침수구역이 홍수피해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4대강 유역에는 지역마다 관광명소도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이라는 에드벌룬을 띄웠습니다.

4대강 사업이 어떻게 해서 관광명소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소양강댐을 지은 후 우리나라 유일의 사력댐이고 동양최대라는 수식어를 붙여 수학여행의 필수 경로로 만들어 그 곳이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수학여행 때 소양강댐을 보고 어릴 때 마음으로 “댐이 참 크긴 크다. 내 생전 이렇게 큰물은 처음이네!”하는 감동 외에는 아무런 기억도 없습니다.

먼 훗날 성인이 되어 그 댐을 다시 찾았지만 댐 하구에 바위마다 시퍼렇게 이끼가 끼어 있고 물비린내가 코를 자극하였습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하더니 댐은 물을 썩게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소양강 댐이 지금도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을까요? 소양감댐에 발이라도 담그고 가족들이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있던가요? 사람들이 그냥 와서 한 번 보고만 갈 수 밖에 없는 곳이 강일까요? 소양강댐을 보고 시상이라도 떠 올릴 수 있던가요? 그 댐 속에서 추억을 그려낼 수 있을까요? 하다못해 유행가에 소양강 처녀는 있어도 소양강댐 처녀는 없지 않습니까? 누군가 그러더군요. 강이 죽으면 문학도 죽는다고.

관광지가 될 수도 있겠지요. 댐에 유람선을 띄우고 도박 좋아하는 인간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여 선상 카지노 만들면 전국에서 도박 중독자들 몰려 들 것입니다. 그들은 관광을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빠져 죽을지 모르고 돈냄새 맡고 오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는 치수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 이미 4대강 본천에는 홍수 피해가 없었음이 각종 통계에서 나왔습니다.

홍수 피해는 주로 지천에서 나왔고 4대강 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산악지대가 많은 강원도에서 피해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수 예방을 위한 예산을 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입하지 않고 홍수와는 별 관계가 없는 본천에 투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 홍수피해액으로 발표하였던 숫자는 4대강 본천에서 있었던 피해액이 아니라 4대강과는 관련 없는 전국의 홍수피해액을 통계로 제시하였습니다. 올해 아무리 비가 많이 온다 할지라도 당연히 본천에서 피해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올해는 본천에서도 피해가 있었습니다. 상주보 제방이 붕괴되었고 왜관철교가 붕괴되었습니다. 구리시는 취수구가 파손되어 며칠동안 수돗물이 끊겼습니다. 금강 주변에는 배수가 안 되어 논밭이 침수되었습니다.

▲ 무너진 상주보 제방공사 현장

4대강 사업을 안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홍수피해입니다. 그럼에도 4대강이 홍수를 예방하여 피해액을 10분의 1로 줄였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홍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지류지천 사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번 홍수에는 하상 준설작업으로 유속이 빨라져 역행침식이 일어났거나, 공사 중 지반이 약해져 붕괴가 일어날 수 있었지만 댐과 보에 물을 채우면 이런 현상은 없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류지천 사업은 댐과 보의 물을 담은 후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댐과 보에 물도 담아보지 않고 지류지천 사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댐과 보의 수문을 닫으면 평상시에는 유속이 감소합니다. 그 결과 모래의 흐름은 더뎌지거나 멈출 것입니다. 반면에 홍수시 수문을 열면 유속은 훨씬 빨라집니다. 그럴 때 하상 침식이나 역행침식은 지금보다 훨씬 증가할 수 있습니다. 4대강을 추진하였던 사람들이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홍수를 통해 역행침식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예산을 반영하여야 한다고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겠지요.

조선일보 에디터가 4대강사업을 반대한 시민단체와 야당을 비아냥거리며 "반대 진영의 침묵이 의아한 것은 이들이 말했던 '심판의 날'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반대 측은 올여름 홍수가 '4대강 재앙'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洑·댐)가 물 흐름을 막아 홍수 피해를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이제 여름은 끝났고 태풍도 지나갔다. 지금쯤 반대 진영은 장담했던 재앙의 결과를 국민 앞에 고발하고 정부 탄핵에 나섰어야 마땅했다.”며 4대강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대통령의 언급과 같이 홍수 피해가 십분의 일로 줄어들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번 홍수에 예전에는 없던 역행침식과 침수, 왜관철교의 붕괴를 예로 들어 그 사람의 말을 반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이 모든 재앙이 4대강 사업과 관련없다는 말이 진리일테니까요.

문제는 4대강의 재앙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독일에서는 강의 직선화가 홍수를 키운다는 사실을 교훈삼아 콘크리트를 벗겨내고 있습니다. 강의 수심이 깊어지고 모래가 흐르지 않는 강은 결국 썩게 되어 있습니다.

수심이 깊은 물에 잉어와 큰 물고기들이 산다는 것이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큰 물고기는 물이 오염되어도 수심이 깊으면 살 수 있습니다. 한강에 잉어가 잡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이 깨끗해져서가 아니라 물이 깊어서입니다.

▲ 수심이 깊어진 상주보. 상주보에는 제일 먼저 낙시꾼이 찾아왔습니다.

▲ 내성천 강을 걷는 연인. 보와 댐으로 수심이 깊어진 강에서 이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