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컷뉴스 펌

그러니 나 같아도 그런 소식을 접하면 뭔가 도와주려고 했을 것 같다. 그러면 그에게 도움을 주었던 모든 이들에게 100만 원이건 50만 원이건 다 나누어 주었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차용증서를 작성하는 절차라도 밟았어야 한다. 곽 교육감은 정말 2억 원을 기꺼이 선의로 줄 수 있을만큼 부자였던가?

그러나... 이건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직위를 고려해보고 진보와 보수의 심각한 대립 한 가운데 서 있는 자신의 위상을 직시하였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이번에 서울시를 들었다 놓았다 한 주민투표가 서울시교육청, 곽노현 교육감이라는 몸통에 대한 타격을 위한 것이었음을 몰랐다는 말인가? 선거 이전에 돈을 건네면 당연히 댓가성 금품수수가 성립되겠지만 당선된 이후에 건넨 돈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인가?

처음 뉴스를 접하였을 때에는 보수진영이 없는 일을 조작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고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자기 입으로 댓가성이 아닌 선의로 2억 원을 주었다고 말했다. 개인의 의도는 알겠지만 과연 이 말이 어느 누구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지금의 과정을 보면 정말 '치사하다'는 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주민투표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터져나온 금품수수설이다. 주민투표 패배를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보수진영의 치졸한 발상이라는 것도 다 알겠다. 그렇지만 역시 '그래도 이건 아니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배밭을 지날 때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지 않은 어리석은 처사인 것은 분명하다.

법적으로는 어떤 판결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인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명백한 잘못이다. 게다가 스스로 철저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는 진보진영임을 자임하였다면 더더욱 잘못이다. 모처럼 진보진영이 부르짖는 가치가 백성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에 이런 일리 터저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곽 교육감의 진의를 명백하게 파악하지 못하여서 과연 댓가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진보와 도덕의 가치로 본다면 더이상 거론하기가 부끄럽다. 오해를 살만한 일이라서 그렇고 이후 벌어질 파장에 대하여 주도면밀하게 예측하지 못한 어리석음 때문에 부끄럽다. 나의 이런 부끄러움을 단편적 사고라고 비판하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곽노현 교육감이 당장 사퇴를 해야할지 아니면 법의 판결을 받을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내가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이런 입장에 처한다면 나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당장 사퇴하라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객관적이지 못함을 인정한다. 사회적 진보를 이루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 교육감으로서 곽노현 개인의 업적에 매우 공감하고 칭찬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먼 길을 위해 너무 늦지 않게 그러나 현명하게 선택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사퇴가 되었든 아니면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격렬한 저항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