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해는 국민이 아니라 책임 질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게 하자.

▲ 故 조민수 수경, 사진출처/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5185916

나흘 동안의 지긋지긋하면서도 끔찍한 비와 홍수 피해소식 틈틈이 마음을 기쁘게 하고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역을 하루 앞둔 의경이 급류에 휩쓸린 사람을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그 첫머리에 있다. 삼가 고귀한 희생을 하신 고 조민수 님의 명복을 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 외에도 여기저기 참혹한 홍수 피해의 현장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런 소식을 들으며 나도 몰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그래, 바로 우리가 희망이야!'



이제 비가 그치고 재해복구가 시작됨에 따라 이번 물난리가 자연재해냐 인재냐를 놓고 입씨름이 시작되었다. 대통령은 '이렇게 쏟아지는 비 피해에 맞춰진 도시가 세계 어디에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재해라고 규정하기를 원한다. 많은 비가 온 것은 맞다. 그러나 이미 작년에도 광화문 사거리가 침수된 경험이 있음에도 1년 동안 아무런 대응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 재해대책본부에 노란색 점퍼를 입고 앉아 열심히 뭔가를 적는 모습이 텔레비전 뉴스에 나왔다.

70여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100여년만에 처음 닥친 엄청난 재난이었다는 것만을 강조하기에 여념이 없다. 100여년 만에 닥친 재난 앞에서는 그저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서울시의 수해복구비 예산이며 건축허가의 적법성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많지만 더이상 하는 것도 입만 피곤하다. 그냥 이래저래 당하는 것은 서민들이다. 이번 재난에는 좀 가지고 산다는 사람도 마찬가지의 피해를 보았다. 그래서인지 더 문제제기가 많다.



매년 보는 그림이다. 그 그림이 그동안은 남부지방이나 농촌지역을 배경으로 해서 잘 몰랐었다. 그런데 이번에 수도권 한 복판이 배경이 되니까 더 확실하게 보인다. 서민들과 빈민들, 농민들 등 사회적 약자나 권력 없는 자들은 그렇게 재난 앞에서 희생을 감내한다. 그런데 그런 별 볼 일도 없는 자들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제 한 몸 내팽개치는 모습가지 보여줘 온 국토를 숙연하게 한다. 그러면서 다들 힘든 가운데서도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그래도 저런 사람들 때문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산다고 믿게 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편, 소위 이런 재난에 행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은 항상 뒤는게 현장에 깨끗한 점퍼를 입고 뒷짐을 진 채로 나타나 몇 번 고개를 끄덕이다가 잘 복구하라는 몇 마디 말만 남긴채 다시 자신들이 기거하던 깨끗하고 아늑한 사무실과 거처로 돌아간다. 해마다 거의 똑같은 모습이다. 정작 이 모든 재난의 피해를 감당하고 처벌 혹은 문책을 받거나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이들은 건재하여 매년 똑같은 장면을 연출하는데 정작 관에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걸었던 사람들은 가진 것을, 가진 모든 것을,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잃는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희망'이라는 희망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더이상 이 그림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오히려 그 희망 때문에 이 절망적인 삶을 계속하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희망이라는 에너지의 때문에 오히려 부조리한 체제를 계속 유지해 나가게 하는 역작용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깨끗하게 망하고 나면 무에서 유를 새롭게 시도해보기라도 할텐데 그 희망, 결코 욕 먹거나 비난 받아서는 안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희망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이번의 수해복구에서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책임을 묻기를 바란다. 더이상 절망적 팔자타령을 국민들, 서민들에게 강요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 어느 누구 하나라도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던 이는 없다. 그러니 이제는 그들이 아니라 정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기 바란다. 몸 던져 희망을 보여주었던 이들의 희생과 섬김이 헛되지 않도록 이제는 제자리 찾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니, 이제는 그들이 스스로 책임지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그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할 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