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천지에 일어난 홍수피해, 자연재해인가 인재인가?

자연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요즘처럼 그 파워를 실감하는 때가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서울은 때지난 장맛비로 폭탄을 맞았다. 수천 대의 차량이 물에 잠기고 가장 부자들이 산다는 강남에 산사태며 침수며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또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은 연 2년째 침수되는 부끄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이다. 대명천지에 어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하는 것과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남의 나라 자연재해가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침수 홍수 피해를 보면서 그저 자연재해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찝찝한 부분이 없지 않다.


물론 며칠 사이에 한 해 강수량의 절반 가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데에는 대책이 없을 것이다. 하긴 그런 상황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 산사태가 나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가옥 수천 채가 물에 잠기고 자동차 수천 대가 침수되고 수킬로미터의 차도와 철로가 막히는 일을 막거나 줄일 수는 없었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산사태가 난 지역들을 보면 자연의 흐름을 거스린 인간의 개발이 행해진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듯이 자연도 역시 자연의 뜻과 흐름, 길이 있을 것이다.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가고픈 길이 있고 바람이 불면 자연스럽게 불어가고픈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필요와 욕심을 채우는 개발이 이런 자연의 흐름을 막고 그 자리에 인간의 길을 내고 인간의 건축물을 세워놓았다. 자연의 길은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막히거나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자연을 정복했노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결국 자연은 인간의 의지와 관계 없이 자기가 흐르고 싶은 길로 흐르고 불고 싶은 길로 바람 불었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만을 강요하고 자기의 길을 최우선으로 강요하는 교만을 포기하고 자연을 유기적 생명체로 인식하여 개발의 방식을 달리 했더라면 이런 참사를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연의 길을 인정하고 인간의 길을 모색하였다면 양자의 대결은 최소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럼 길도 내지 말고 터널도 뚫지 말라는 것이냐?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어저다 몇 명 죽는 것 때문에 수천 명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그 피해자가, 그 사망자가 당신 혹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길도 터널도 뚫지 말고 수천 명의 이익도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하고 싶다. 너무 많이 와버렸다. 이제는 돌이키기에도 늦어버린 느낌이다. 북아메리카의 토네이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이상기온, 홍수, 따뜻한 겨울... 그 어느 것 하나라도 한반도에서 멀리, 그저 그랬던 것처럼 텔레비전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없다. 한반도 혹은 한반도 인근으로 부쩍 가깝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탐욕을 버리고 자연을 생명체로 인정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또 이번의 홍수 피해는 인재인 성격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살면서 서울시내 한 복판 광화문 사거리가 물에 잠기는 모습을 최근 2년 동안 보았다. 기가 막힌다. 방송을 보니 우면산 밑에서 한국전쟁 이후부터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면산의 경우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산을 깎고 산에 인접하여 건축을 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관의 허가 없이 가능하였을까? 광화문의 경우에는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분산형이었던 하수시설을 청계천으로 집중하게 되면서 침수피해가 생겼다는 주장이 있다.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공책임자가 밀어붙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 신문은 서울시의 수해방지예산이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1/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하였다. 작년에 광화문 네거리에 터진 물폭탄을 보고도 아직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고 또 대응도 제대로 하지 않다가 이번에 또 똑같은 일을 당한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보면 이번 수해는 명백한 인재이다.


이번 수해는 총제적으로 보면 인재이다. 자연재해인 것 같으나 결국은 인간의 탐욕과 독선이 부른 인재라는 말이다. 성서는 자연에 인격을 부여하고 인간의 죄로 인해 괴로워하며 고통 가운데 부르짖는 자연을 묘사하였다. 그리고 자연의 비밀을 통해서 신의 창조가 얼마나 신묘막측한가를 묘사하고 있다. 자연은 신의 피조물임과 동시에 신의 특별한 애정이 담긴 작품이고 신의 창조섭리의 비밀을 간직한 인격체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런 원칙을 거부한다면 그 결과는 총체적 파국이 될 것은 분명하다. 성서 최고의 예언서인 요한계시록은 말세에 닥칠 천년의 재앙이 자연의 재해, 도전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파국을 막지는 못할 망정 부추기지나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