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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시 모음>이기철의 '네 켤레의 신발' 외
정연복  |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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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5월 17일 (화) 01:42:10
최종편집 : 2011년 05월 20일 (금) 13:19:39 [조회수 : 1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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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시 모음> 이기철의 '네 켤레의 신발' 외

+ 네 켤레의 신발

오늘 저 나직한 지붕 아래서
코와 눈매가 닮은 식구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은
얼마나 따뜻한가

늘 만져서 반짝이는 찻잔, 잘 닦은 마룻바닥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소리 내는 창문 안에서
이제 스무 해를 함께 산 부부가 식탁에 앉아
안나 카레리나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가 긴 휘파람으로 불어왔는지, 커튼 안까지 달려온 별빛으로
이마까지 덮은 아들의 머리카락 수를 헬 수 있는
밤은 얼마나 아늑한가

시금치와 배추 반 단의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의 전화번호를
마음으로 외는 시간이란 얼마나 넉넉한가
흙이 묻어도 정겨운, 함께 놓이면 그것이 곧 가족이고 식구인
네 켤레의 신발
(이기철·시인, 1943-)


+ 가정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박목월·시인, 1916-1978)


+ 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김현승·시인, 1913-1975)


+ 어머니는 가정의 정원사

늘 자식 걱정에
수심이 깊으시던 어머니 얼굴

생활에 여유가 생겨
삶의 고통이 잦아지기 시작했을 때
어머니의 얼굴과 손등엔 주름살이
허리도 구부정하게 되셨습니다

살기 힘든 세상일지라도
아들아! 잘 이겨내라
너만 믿는다
나의 아들아! 하시는 어머니
때로는 아무 말 하시지 않아도
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만 같습니다

어머니의 아들이 시인이 되어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할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키우시고 가꾸어 주시는
가정의 정원사이십니다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기 바랍니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햇빛 좋은 날

엄마가 널어놓은
베란다 건조대 위의
촘촘한 빨래들.

아빠 와이셔츠 어깨에
내 런닝 팔이 슬며시 기대어 있고
형 티셔츠에 내 한쪽 양말이
마치 형 배 위에 올려놓고 자는
내 무엄한 발처럼 느긋이 얹혀있다.
엄마 반바지에 내가 묻혀놓은
파란 잉크펜 자국.

건조대 위에서
보송보송 마르는
촘촘한 빨래들.
빨래 마르는 것만 봐도 안다.
햇빛 좋은 날의
우리 가족.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식구

매일 함께 하는 식구들 얼굴에서
삼시 세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때마다 비슷한 변변치 않은 반찬에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잡는데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다시금 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한번에 먹자니 입 속이 먼저 짜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나머지 한 장을 떼어내어 주려고
젓가락 몇 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런 게 식구이겠거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내 식구들의 얼굴이겠거니
(유병록·시인, 1982-)


+ 집

비바람 막아주는 지붕,
지붕을 받치고 있는 네 벽,
네 벽을 잡아주는 땅
그렇게 모여서 집이 됩니다.

따로 떨어지지 않고,
서로 마주보고 감싸 안아
한 집이 됩니다.
아늑한 집이 됩니다.  
(강지인·아동문학가)


+ 둥근 우리 집

내 생일날
피자 한 판 시켰다.

열어보고
또 열어봐도

일하러 간
우리 아버지
아직 안 오신다.

형의 배가 꼬로록
나는 침이 꼴깍
그래도 보기만 하고 참는다.

다섯 조각
모두 모여야
피자 한 판

아버지 오셔야
다섯 식구
피자같이 둥글게 되지.
(안영선·아동문학가)


+ 가정·1

핏줄 하나로도
별이 되고
달이 되며
해가 되는

정 하나로도
울타리 되고
세계 되며
우주 되는

온기와
사랑과
행복이 새어나오는
신비한 궁전
(김지호·시인)


+ 가정

성년이 되면 마련하는 가정
남, 여 하나되어
일구는 사랑의 쉼터

가정 작은 단위 국가
엄연한 질서와 법이 있어
법 따라 사랑, 존경, 함께하는 쉼터

내일 위한 에너지 충전소
함께 손을 맞잡아
새롭게 만들어 가는 나눔의 안식처

배려하는 마음
효하고 우애하는 마음
훌륭한 가정에서 나오고

훌륭한 가정은
끝없는 노력과 위함과
무한한 인내로써 이룩되는 것

훌륭한 가정에
아름다운 새싹이 터고
무한한 사랑 웃음 피어나나니.
(박태강·시인, 1941-)


+ 가족

우리집 가족이라곤
1989년 나와 아내와
장모님과 조카딸 목영진 뿐입니다.

나는 나대로 원고료(原稿料)를 벌고
아내는 찻집 '귀천(歸天)'을 경영하고
조카딸 영진이는 한복제작으로
돈을 벌고

장모님은 나이 팔십인데도
정정하시고...

하느님이시여!

우리 가족에게 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천상병·시인, 1930-1993)


+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이상국·시인, 1946-)


+ 죽겠다 가족

마을 정자를 찾은 팔순 노모
지팡이에 끌려온 엉덩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히며 죽겠다 죽겠다
오십 후반 아들
애인 기다리듯 문짝에 두 눈 박아 놓고
가게세도 못 건진다며 죽겠다 죽겠다
삼십 초반 손자
벼룩시장 이 잡듯 뒤적이다
오라는 곳 없어 죽겠다 죽겠다
열살 먹은 증손자
책상에 영어몰입교육 책 펴놓고
뻣뻣한 혓바닥에 휘말려
죽겠다 죽겠다

데엥 데엥
소불알시계 열 두 시를 알리면
앞 다투어
배고파 죽겠다 죽겠다

점심 후 짬 내어
아들은 팔순 노모 팔다리 주무르고
손자는 아버지 등 두드려 준다
증손자 손자 어깨에 올라가
목청 큰 기마병 된다

이구동성 쏟아내는 말
좋아 죽겠다 죽겠다
(전정아·시인, 1973-)


+ 행복의 바다로

이 드넓은 세상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한 배를 타고

세월의 파도를 함께 넘는
우리 어깨동무 네 사람

창숙, 진교, 민교
그리고 나.

이따금 출렁이는 파도에
우리의 배가 기우뚱하더라도

우리의 작은 힘과 용기와 소망
하나로 모아

저 망망한 행복의 바다로
힘차게 노 저어 가요.
(정연복·시인, 1957-)


+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 가족을 언제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하나가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 가족과 언제라도 전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이 하나가 나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내가 우리 가족 중 한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면
곧 답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하나가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 가족에게 언제라도 선물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 가족과 언제라도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 가족에게 나의 아픔을 낱낱이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정용철·시인)


+ 가정을 위한 기도

주님, 보소서
여기에 우리의 온 가족이 모여 있습니다

우리가 거처하는 이 장소를
우리를 일치시키는 사랑을
그리고 내일을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건강과 음식과
그리고 우리의 생활을 즐겁게 만드는 맑은 하늘과
우리의 참된 벗들을 주신 주님
이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 드립니다

우리의 조그만 가정에
평화가 넘치게 하옵소서

마음 한 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악한 생각을 말끔히 씻어주옵소서

모든 것에 인내할 수 있는
은총과 용기를 주옵소서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준 이들을 용서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주옵소서

우리 자신을 잊고 다른 이의 소홀함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우리에게 용기와 유쾌함과
조용한 마음을 주옵소서

하고자 하는
우리의 순수한 노력을 보시고
축복하여 주옵소서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어
위험 중에서 용감하게
시련 중에서 항구하게
분노와 모든 변화 안에서 온화하게
그리고 죽음의 문에 이르러서도
서로 사랑하고 성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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