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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사람 몇 명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통치철학이 문제다.
한나라당에 4.27 재보선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한단다. 원내대표 경선을 미루냐 마느냐를 놓고 내부의 진통이 깊어지고 있다. 재보선의 후폭풍은 한나라당으로 그치지 않고 청와대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재보선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심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재보선은 명백한 정권심판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조만간에 내각을 개편할 전망이다. 내각개편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번 재보선 참패로 인해 좀더 앞당겨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 나갈 사람들은 5월 중에 신변을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총선에 나설 사람들을 추리고 내각을 개편하겠다는 이야기다. 총선에서는 참패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그러나 어쨌건 조만간에 있을 내각개편은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진 개편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을 매우 잘 못 짚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막가파식 밀어부치기 행정 때문이다. 즉 내각개편하여 몇 명 갈아치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심판은 대통령 자신에게 내려진 것이지 내각에 내려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서민들의 살림은 돌보지 않고 부자들에게만 점수를 따려는 통치철학이다.
한창 국민들의 촛불이 전국을 밝히던 2008년, 서울에는 6.10을 맞아 10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손에손에 촛불을 들고 서울광장으로 몰려들었다. 그 장엄한 촛불의 행렬을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서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많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 반성이라는 것이 일회성 면피용 발언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 결과를 보면서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반성을 해야 한다. 국민들의 70%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부치고 있다. 서민들이 건강주권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30개월령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데도 대통령은 국민들을 멍청이 취급하면서 좌파들의 선동에 휘둘리는 것이라고 치부하고 명박산성을 쌓아 소통을 거부했다.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주었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힘겨워졌다. 들불 번지듯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구제역 사태에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여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이제는 다수의 의사들도 반대하는 영리병원을 허가하겠다고 나섰다. 거기에 남북관계는 역사상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기까지 하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어디일까?
내각을 개편하겠다고 하니 아마도 대통령은 자신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내각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나보다. 물론 그들도 잘못이다. 대통령이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그저 대통령의 의중을 떠보고 거기에 춤을 추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국민의 정서와 여론을 수렴하는 일에도 게을렀다. 당연히 잘 못이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의 근원은 다름 아닌 대통령의 정치철학이다. 오로지 돈돈만 외치면서 정작 기업들의 주머니를 채워주기에 바빴던 것이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아닌가!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그러나 아직 늦지는 않았다. 지금이라도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자신의 무엇이 문제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통치철학을 재점검해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통치철학을 바꾸면 내각을 그대로 둔다 해도 아무 상관 없다. 대통령이 결단하면 내각은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내각개편, 내각 인사단행이 근원적 해법은 절대 아님을 깨닫고 그 자신이 변해야 한다. 반환경 토건재벌 주머니 채워주기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지원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자들만 챙겨주는 행태도 중단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난 3년간 죽을 쑤었다 해도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할 의지가 있다면 국민들은 박수를 쳐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여전히 똥고집을 부린다면 그 결과는 더욱 참담할 것이다. 국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견했다. 더 참담함 패배를 맛보고 싶지 않다면 이제라도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종복으로써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통치의 근본을 국민여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재보선을 통해 보여준 국민들의 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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